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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36

 

 

 

 

 

 

  

커버스토리


세례, 아무나 받을 수 있나요?



지난 4월. IMF 경제 한파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뉴스에서는 정당간의 이익 다툼으로 파행적으로 치닫는 정치판이 연일 보도되고 있었다. 이 때, 각 교회와 선교 단체, 기독교 단체의 이슈는 IMF 체제 속에서 어떻게 하면 꿋꿋하게 견뎌낼 수 있을까, 이것이었다. 교회는 상처받은 이들을 어떻게 감싸 안아야 하는가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하고 어려운 가운데 특별 헌금까지 책정하여 언론에 보도되곤 했다.

한편, 이 시기의 기독교계 매스컴의 이슈는 단연 모 방송사가 어느 교단의 목회자의 스캔들을 폭로한 데 대한 그 뒷 이야기와 부도 위기에 처한 기독교 케이블 TV의 향후가 1면 머릿기사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였다.

노사간의 불일치, 학원 비리 등 이것저것 할 것 없이 모두가 한숨만 나오는 일만 그득했다. 매스컴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것만 지켜보더라도 충분히 살기 벅참을 보여줄 수 있었던 지난 4월이었다.

그런 4월이지만 어김없이 '성례 기간'은 돌아왔고, 수많은 한국 교회들은 일제히 세례식과 성찬식들을 치루게 되었다. 세례를 받기 전에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문답'을 위해, 모 교회의 고등부 아이들 한 무리가 모여 있다. 혼잡한 세상사와 상관없이 이들의 마음은 들뜨고 긴장되기만 하다.

 

학습 교육 없이 문답

세례 받기 1주 전, 문답을 앞둔 한 무리의 고등부 학생들. 문답을 대비하기 위한 기본적인 공부를 위해, 이들은 대소요리 문답이 포함된 질 낮은 복사물 묶음을 들고 한 장 한 장 넘겨가고 있다. 그러면서 복사물에 나온 수십 개의 질문과 응답들을 달달 외우고 있다. 그 많은 내용을 신실하다는 어떤 아이들은 이미 줄줄 외우고 다니는 바람에 다른 아이들의 간담이 서늘해지게 만든다. 어떤 아이들은 이제서야 외우기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중간고사 예상 문제 짚어주듯 몇 가지 문제를 짚어주기도 하고, 상대 아이는 눈동자를 굴리며 떠듬떠듬 답하고 있다. 이들이 짚어주는 예상문제에는 사도신경과 주기도문, 십계명, 예수님의 열두 제자의 이름은 두말할 필요 없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포함된다.

평소 교리가 무엇인지 듣도 보도 못했던 아이들인지라 손에 쥐어들고 있는 문답 준비서의 '대소요리'의 정체는 모른다.. 이름마저 생소하여 대소요리문답이란 단어가 입안에 달라붙지 않는다.

한갓 중간고사 전 족보같이 복사물에 샤프심이나 볼펜으로 까맣게 줄쳐가며 외우는 데 정신 팔린 아이들. 여자아이들은 긴장된 어조로 자꾸만 "떨어지면 어떡하지? 창피할텐데…."를 연발한다.

 

함부로 진행되는 문답

"윽! 이거 떨어지면 임역원 되기도 틀렸는데…. 나참, 회장 후보만 되지 않았더라도 다음 번에 맘 편하게 볼 텐데 말야. 부담된다야." 이번에 회장 후보가 된 찬양이의 이어지는 한숨. 중등부 시절부터 단짝이던 경록이가 어깨를 툭 치며 응원한다.

"야! 야! 괜찮아. 문제가 쉬울껄? 작년에 세례 받았던 우리 선배는 주기도문도 떨려서 다 못 외웠어도 합격만 잘하더라." 그리고 눈치를 살피며 얼른 귓속말을 더해준다. "야, 게다가 넌 회장 후보잖아. 틀림없이 합격할 꺼야. 힘내!"

평소 신실하고 얌전하다 알려진 혜진이는 설레는 마음이 남다르다. "아…. 이번에 꼭 (세례)받고 말아야지. 이번에 못 받으면 곧 고3이라서 특별히 시간내서 받기 힘들다던데…."

문답서를 달달 외우던 철이. 문답 시간이 가까워 오니 불평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생전 처음 성경에 대해 생소한 것들을 외우는 것이 힘들었나보다.

"어휴! 세례 같은 것 안 받아도 교회만 잘 나오면 되지 않냐? 외울 건 뭐 이렇게 많아. 문답 시간도 짧다던데 좀 간단히 요점만 정리해놓지." 곧이어 건너편에 앉아있는 찬미에게 농을 건넨다.

"찬미야, 나 아무래도 대학가서 세례 받아야 될 것 같으니까, 너두 대학가서 세례 받아라. 응? 야, 그거 꼭 지금 받을 필요 없지 않냐?"

그러나 곧이어 야무진 찬미에게 핀잔을 당하고 만다. "얘! 세례도 안 받고 어떻게 교회 다닌 다는 소릴 하니? 창피한 줄 알아라. 그리고 집사님이 그러셨잖아. 지금애들 받을 때니까 같이 받으라구.. 나중에 나이 들어서 받는 것보다 지금 애들하고 받는게 덜 떨리고 좋지 뭘 그래? "

초등학교 때부터 교회에 출석한 성지, 그런데 문답지를 보니 황당한 이야기들이 많아 외우기가 벅차다.

"얘, 영오야. 원죄는 뭐고 자범죄는 뭐냐? 죄가 두 개니? 헷갈려서 원.. 첨 들어본다! 그건 그렇고 이건 언제 다 외우지?"

"휘유―. 잔소리들 그만하고 빨리 외워. '원죄', '본죄', '원죄', '본죄'… 아담 나오면 '원죄', 그냥 죄는 '본죄', 아담 나오면 '원죄', 그냥 죄는 '본죄'…"

 

문답은 싱겁게 끝나고

간단히 주기도문 정도의 질문과 함께 문답식에 합격한 아이들. 어찌됐건 문답에 합격(?)한 아이들이 드디어 세례 증서를 받게 되었다. 여자애들 몇몇은 눈물을 주루루 흘리고 남자애들은 드디어 하나님이 자신을 인정해주는 듯한 으쓱한 기분과 함께 자랑스러움이 가득 차 오른다.

'지금까지 교회 다닌 보람이 생기는군.' 조성이는 나이 드신 당회장 목사님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조금 황송한 기분이 들었고 구약의 다윗 왕이 머리에 기름을 받던 장면을 연상하니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희미해지는 개혁 교회의 표지들

'말씀의 바른 선포, 성례의 바른 집행, 권징의 바른 시행'. 이 세 가지는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개혁주의 교회 최후의 표지이다.

<TheVoice>는 그 동안 바르게 선포되지 않았던 '말씀'과 유명무실해진 '권징'에 대해 여러 가지로 언급해 왔다. 칼빈은 우리를 그리스도에게 인도하는 성례, 즉 성찬과 세례에 관한 교리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주께서 우리의 약한 믿음을 붙드시기 위해서 우리 양심에 우리를 향하신 자신의 선한 약속들을 인 치시는 외적 표징이다. 이에 대해서 우리는 주님과 주의 천사들과 사람들 앞에서 주를 향한 경건을 입증하는 것이다."(Institute, Ⅳ.xiv.2)

 

<TheVoice>는 창간 3주년 기념호인 6월호에서 성례, 그 중에서 특별히 세례에 대해 문제 제기를 시도한다. 그리스도의 선물로 주어진 세례. 세례는 진정 크리스천인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참도를 배움에 목마른 교인들. 근원적으로 목마를 수밖에 없는 이 갈증 은 신나는 가스펠 콘서트로도 교회 봉사활동이나 기독교 언론의 열띤 필력으로도 해소할 수 없다. 이것은 임시 방편으로서가 아닌, 다만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교회가 시간을 두고 차차 회복해 가야할 수많은 것들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정설 기자

세례, 아무나 받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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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에서 말씀하는 세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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