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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27

 

 

 



 

 

■커버취재

교회는 조선인 자신의 교회이어라

새 시대에는 새 밥 지어 먹어야


1955년 강진 땅, 도시인에게 쉼터를 주고 처음 기독교인(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였던 것에 걸맞은 교회를 하고자 일어선 교회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남녘교회.

1997년 광주 땅, 민족의 교회, 예수님 마음에 합한 교회를 꿈꾸며 일어선 교회가 있었으니 이 또한 이름하여 남녘교회라.

북녘교회를 사모하는 마음으로, 직녀를 기다리는 견우의 마음으로 통일을 바라는 남녘교회는 이름 그대로 남쪽의 대표적 교회가 되길 소망한다. 그러나 분단의 아픔을 느끼게 하는 '남녘교회'라는 이름 때문에 많이 운다는 임의진 전도사(32)는 빨리 남녘교회란 이름을 버리길 또한 소망한단다.

 

남녘교회의 믿음살이

남녘교회는 '참꽃피는 마을'이 꾸려가는 살림 중 하나이다. '참꽃피는 마을' 공동체는 '조선인 자신의 예수님과 함께 정의, 평화, 창조질서 보전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소(小)하고 순(純)한 공동체'를 지향한다. 이것은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통일맞이 칠천만 겨레 모임 작은 둥지', 물과 산을 찾아다니는 여행모임 '물에산에' 등과 함께 강진과 광주에 '도·농이 하나된 조선인 자신의 교회'를 꿈꾸는 남녘교회를 꾸려 나간다.

광주 남녘교회는 조선인 자신의 교회를 일구기 위해 모든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어 사용한다. 예배당을 믿음터, 십일조를 달삯 떼어 바침, 후원금을 물 거름 햇살, 성도를 믿음이, 목회자를 섬김이 등으로 바꾸어 부르고 성도들의 이름도 오름결, 새녘, 녈비 등의 한글 이름을 지어 부른다. 성찬식은 우리 술, 우리 떡으로, 예배도 우리 악기를 이용한다.

"우리는 통일교회나 민중교회를 하려는 것이 아니에요. '예수님의 마음에 맞는 교회'를 하려는 것이죠. 그러면 통일교회도 되고 민중교회도 되는 것 아니겠어요?" 임 전도사의 말이다.

섬김이는 따뜻한 말씀으로, 믿음이들은 생활 나눔으로 교회 안을 훈훈하게 데운다. 이제는 대안교회가 비판만 일삼을 것이 아니라 꽃을 피워야 할 때라는 생각에서이다. 그래서 섬김이들은 따뜻한 설교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야기 설교 등 여러 가지 실험적인 설교를 많이 하고 하나님의 뜻에 맞는 좋은 시들을 공동 기도문으로 읽기도 한다. 그들은 그런 시들이 오늘날의 시편이라 생각한다.

그들의 따뜻함은 늘 열려 있음으로 드러난다. 교회 설립을 축하하러 스님이 오시기도 하고 천주교 측 사람들과도 긴밀한 교류를 갖는다.

"이것은 종교 다원주의가 아닙니다. 그들 속에도 구원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에요. 하나님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 속에 계시는 하나님을 보고 인정합니다. 열려 있음이 중요하지요. 그러면서도 우리는 늘 개신교인 것을 고백합니다." 다양함을 인정하지만 종교 다원주의로 흐르거나 기독교적 정체성을 잃는 것은 옳지 않다고 임 전도사는 말한다.

작은 교회들이 겪고 있는 재정 문제도 남녘교회는 문제 삼지 않는다. 다섯 명의 섬김이들은 모두 직업을 가지고 있어 재정적으로 자립이 가능하다.

"전임목회자가 있어야 교회를 인정해 주기 때문에 저만 직업이 없습니다. 전업작가가 꿈이긴 하지만. 섬김이들이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회를 밥벌이로 생각하지 않아요. 직장을 가지고 어떻게 목회를 하느냐고 하지만 나는 바쁜 목회자들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신앙이란 것은 오히려 느림을 선포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나눔을 요청하는 통로를 사회와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임 전도사는 전혀 궁색하지 않다. 강진 남녘교회는 교인 헌금보다 마을 사람들 헌금이 더 많다고 하니. 그러면서도 그들은 사회를 통해 받은 것들을 사회에 나누어 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참꽃피는 마을은 후원금을 가지고 익명으로 양심수, 장기수, 장애인, 소년·소녀 가장 등 10여 곳을 돕고 있다.

 

진짜 진보는 예수 닮는 것

겉으로 보이는 남녘교회의 파격적인 모습은 때로 기존교회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을 이단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고, 또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오히려 그들은 당당하다.

"기존교회는 그저 특이한 것을 극단성이라 말합니다. 일부 교회에서 우리를 이단시 하는 것은 언어의 다름에서 오는 이단성, 사상의 다름에서 오는 이단성 이 두 가지 때문입니다. 이단이라면 이단이지요. 그러나 이단이되 역사에 참여하는 이단입니다."

스스로를 '좌익'이라고 말하는 임전도사는 진보를 모르는 사람들의 가짜 진보를 답답해한다.

"지금까지 진보를 외치는 사람들은 술 먹고 담배 피우고 깽판 부리는 것을 진보로 생각했어요. 그런 가짜 진보만 보아 온 사람들은 진보를 싫어하지요. 진짜 진보는 예수를 닮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삶을 따라 사는 것이죠. 진보라는 것은 생각이 열려 있는 것, 관대함, 따뜻한 눈, 그런 거예요. 하나님을 늘 바라는 것, 생각하면 눈물 나는 것, 그런 순수한 신앙이 진보인 거지요."

하나님이 계신다는 믿음으로 남녘교회를 찾는 사람들. 임 전도사는 자신한다. 때로 손가락질 받기도 하는 그들의 다른 모습이 성도들에게 감동을 주기 때문에 한 번 찾은 성도는 다시 나가지 않는다고.


김후지 기자(
huj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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