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et The Voice Logo

 Voice21 No.27

 

 

 



 

 

■커버취재

율법주의와 기복신앙, 이제 가라!

신앙의 본질을 지키려고 애쓰는 교회


율법주의가 만연해 있음을 보았다. 기복신앙이 만연해 있음을 보았다. 교인들은 '타계주의(하나님 나라가 내세에 있다고 믿는 것)'에 물들어 있어 신앙의 열심만 있으면 천국행 티켓을 딸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교회는 이런 상황을 토대로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교인들에게 '종교적 헌신'을 요구했고, 그것은 이상하리만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교회와 신앙은 인간을 위한 상품으로 타락해 가고 말씀은 그에 대한 명분으로서만 효력을 발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율법주의와 기복신앙을 벗어버리고

1993년, 위와 같은 교회의 모습이 결코 하나님 앞에 옳지 않음을 고백하고 김남규 목사는 두레교회를 개척했다.

개척 당시, 기존교회의 잘못된 의식과 신앙 형태에 대한 개혁 작업은 결코 급진적이지 않았다. 매우 소박한 형태로 이루어졌다. 기존 교인들이 가지고 있던 피안적이고 내세적인 하나님 나라의 개념을 서서히 그리고 올바로 고쳐 나가는 데 중점을 두었다. 또 제도나 교회의 권위에 의해서가 아닌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관계에 의해 신앙이 성숙되는 것을 이들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개척한 지 5년 째 되어 가는 이 교회는 타 교회라면 당연히 있을 법 한 일체의 성장위주 행사나 프로그램들을 가지고 있지 않다.

"모이는 것에 힘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일례로 새벽 기도회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새벽 기도회의 출석 여부에 따라 사마리아인화 되어 가는 것, 그렇게 행사들이 제도화 되는 것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두레교회는 불필요하고 잘못된 제도는 삭제하는 동시에 새로운 변화를 꾀한다. 형식화 된 모임은 폐지하고 서로가 원할 때 자유롭게 모이는 유기적인 모임을 강조한다. 점점 더 개인화 되어 가는 교인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고 매주 식사시간을 마련하여 나눔의 시간도 갖는다.

두레교회는 초라하게 꾸며진 편이다. 웅장하고 권위적인 위상을 갖추기 위해 사용되는 강대상이나 강대상 뒤에 놓이곤 하던 고급 의자들도 여기에서는 볼 수 없다. 목회자가 무슨 특별한 고위층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는 기존교회의 고질적 고정관념을 깨뜨린 것이다.

김 목사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면 거의 모든 결정을 교인들에게 양보한다. 그래서 모든 일은 민주적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복음의 본질적인 문제에서만은 결코 양보하지 않는다. 본질적인 문제는 설교와 교육으로 끊임없이 강조하여 교인들을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성장 딜레마와 방종에 대한 우려

개척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김 목사는 복음의 맛과 공동체의 기쁨을 느낀다고 자부한다. 물론 교인들 중에는 교인 수가 증가하지 않아 실망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두레교회의 설립취지와 나아갈 방향, 목회자 등에 대한 홍보를 하려고도 했었다. 그러나 그런 홍보가 기존교회의 수적성장을 위한 테크닉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목사 부부까지 포함해 총 8명으로 시작한 교회. 두레교회는 개척한 지 2년 후 3∼40명으로 늘었고 그 후로 2∼3년 동안 40여 명의 재적수가 비슷하게 유지되어 오고 있다.

"옳게 한다고 반드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타 교회에 교훈이 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래서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고 김 목사는 고백한다. 그러나 그는 결코 성도 수에 실망하지 않는다. 대외적인 일을 하는 데는 조금 부족할 지 모르나 지금 정도의 숫자라면 공동체 훈련이 이루어지기에는 적당하다는 생각이다.

두레교회는 자체적으로 또 다른 고민을 안고 있다. 그것은 방종에의 우려다. 한국교회의 율법주의와 기복신앙이 그릇된 것임엔 틀림없다. 반면에 그것이 우리 한국 교인들에게 '종교적 열심'을 심어 준 것도 사실이다. '종교적 열심'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두레 교회의 경우 율법주의와 기복신앙을 탈피해 나가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교인들 스스로 자발적인 훈련이 되지 않아 각자의 신앙생활이 자유가 아닌 방종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고 있다. 그래서 성도들 중에 어떤 사람들은 기존교회처럼 목회자나 교회가 개인의 신앙을 잡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비칠 때도 있다. 그런 그들에게, 김 목사는 '개인 신앙이 다져지는 것은 인내로서 이겨 나가야 할 일'이라며 위로한다.

 

평등과 생명의 물을 긷는 '두레'

'두레'라는 이름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는 '평등 공동체'다. 이는 그리스도 외에는 교회에 다른 주인이 없다는 이야기다. 다른 하나는 옛날 우리의 선조들이 물을 푸는 데 사용했던 '두레박'에서 온 것으로 '세상에 생명의 물을 길어 내는' 역할을 담당하자는 의미다.

월마다 집계되는 헌금 액수도 작고 건평 31평의 그리 넓지 않은 예배당, 앰프 장치 하나 변변치 않아 설교 녹음 한 번 한 적 없는 두레교회. 그러나 교회 사정을 알 수 있도록 청년부들에게도 회의를 개방, 그들의 의견 수용도 마다 않는 투명함을 자랑하는 두레교회는 교인 하나하나가 신앙고백대로 살고자 그 본질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자본주의 논리 속에서 눈에 보이는 것, 화려한 것에 익숙한 오늘날 교회에 그들이 보여주는 '두레'의 시도와 실현은 충분히 본이 될 듯 싶다.

정설 기자(pulitzer21@hotmail.com)


  
관련기사
 

 

'커버스토리'가 건네는 편지

 

지금은 흩어질 때가 아니다

 

교회는 조선인 자신의 교회이어라

 

농민의 삶에 예수를 담아

 

진정한 대안은 개혁주의다

 

대안교회, 점검하면서

 

 


Copyright(c) 1997, internet The Voice. But All right not reserved.
The grace of the Lord Jesus be with God's people. Amen (REVELATION 2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