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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 잡지의 오늘과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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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의 잡지는 ㅡ 서재석

복음과 상황 편집장이 말하는 상황의 분석과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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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지난 두세 달간 몇 페이지라도 직접 펼쳐 본 잡지는 무엇인가? 당신이 즐겨 보는 잡지 목록 가운데 기독교 잡지가 있는가? 서점에 나가 새로 나온 기독교 잡지들을 살펴본 적이 있는가?

왜 잡지를 잘 안 보는가?

아마도 상당수의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질문들에 대해 곤혹스러워 할 것이다. 특히 각 교회에서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들의 경우도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우리 한국 교회와 기독교의 잡지 읽는 문화는 척박하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기독교계 잡지 자체의 문제가 있는데, 대체로 일반 그리스도인들의 주의와 관심을 끌 만큼 깊이가 있지도, 세련되지도, 다양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기독교 서점들에 매월 이삼십 종의 기독교 잡지들이 전시·판매되고 있지만, 그들 가운데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기독교 잡지는 불과 두세 손가락을 꼽으면 그만이며, 그나마 전체 잡지를 선도해 나갈 만한 역량 있는 잡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평신도들이 쉽게 볼 만한 잡지들이 많지 않은 것도 기독교 잡지 문화가 빈곤하게 되어버린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

반대로 잡지를 보는 기독교 대중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들은 기독 서적이나 잡지를 읽어야 할 필요성을 별로 못 느끼고 있다. 그런 걸 읽지 않아도 신앙에 아무 지장이 없으며, 교회 생활하는 데 별다른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구조적으로는 책이나 잡지를 읽으라고 권하지 않는 지도자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겠지만, 평신도 자신도 신앙 성숙의 중요한 수단으로 책과 잡지 읽는 일을 간과하고 있다. 단행본의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인데, 잡지 읽기로 좁혀 생각하면 정말 너무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과는 별 관계가 없는 일처럼 여기고 있다. 혹시 교회 주변에 굴러다니는 잡지가 눈에 띄면 잠시라도 들춰볼까, 자신의 돈으로 사 보는 일은 매우 희귀한 일의 하나가 되고 있다.

기독교 잡지에 대한 이런 저런 뿌리깊은 편견과 선입견이 실상은 이 땅의 젊은 그리스도인들을 매우 편협하고, 온전치 못하고, 균형 잡히지 않은 신앙으로 이끌고 있다. 잡지 읽는 일이 신앙 성숙에 절대적인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정기적으로 시간과 관심을 내서 잡지를 살펴보고 중요한 아티클들을 주의 깊게 읽어 보는 그리스도인과 그렇지 않은 그리스도인의 의식 구조 사이에는 천양지차가 있는 것이다. 작게는 약간의 정보와 자료에서부터 크게는 사물과 세계를 보는 시각과 안목의 차이에 이르기까지 잡지는 독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당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그렇다면 어떻게 한국 교회와 기독교를 '잡지 읽는 문화'에 젖어들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문제는 잡지를 만드는 이들의 분발과 함께 잠재 독자층이라 할 수 있는 젊은 그리스도인들의 각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주제이다. 단시일에 개선되지는 않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시급히 변화에의 첫 발을 내딛어야 할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 그리스도인들의 눈과 귀를 번쩍 뜨이게 할 만한 새로운 기독교 잡지가 태어날 필요가 있다. 특히 기독교 잡지는 다들 경영이 어렵기 때문에 사명감으로만 만든다든지, 그저 손해나 보지 않으면 크게 성공한 것이라든지 하는 패배주의부터 청산돼야 한다. 돈이 있다고 해서 될 일만은 아닐 것이다. 돈도 있어야 하지만, 그에 걸맞은 의식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도 필요하다.

좀 더 쉽게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접근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잡지 읽는 일의 중요성을 깨닫고,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각종 기독교 잡지들을 대충 한 번 훑어본 후에 집중적으로 읽을 잡지를 1∼2권 선정해 정기적으로 읽기 시작하는 것이다. 찾아보면 아쉬운 대로 새로운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고, 교양을 증진시키고, 사고 능력을 촉발시키는 잡지들을 분야별로 한두 권씩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부나 청년부에서 어떤 잡지의 중요 기사 ― 특집이나 기획 또는 연재물 중에서 ― 를 복사해 함께 읽고 토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삼 년 전부터 제기되고 있는 기독교 문화에 대한 글이나 통일론 등은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는 좋은 주제일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책과 잡지를 읽으면서 다음 세대의 필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일이다. 사실 그 동안 기독교 서적과 잡지가 재미없다든지, 우리 상황에 바로 적용이 어렵다든지 하는 실제적인 불만이 있어 왔는데, 이는 바로 우리 한국 교회와 기독교 상황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몸으로 체득한 것들을 글로 맛갈지게 풀어내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여러 필자들이 각종 지면에 선을 보이고 있지만, 말장난과 자기 도취를 벗어나 읽는 독자들에게 깊은 도전과 자극, 감동을 주는 글을 만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와 기독교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싶은 이들은 우선 좋은 필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당신 자신이 책과 잡지를 많이, 깊이, 넓게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기독교 잡지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양질의 자본가, 탁월한 능력과 경험을 겸비한 홍보, 판촉, 마케팅을 담당할 영업인도 충원돼야 하고, 어디다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의 편집 테크닉을 갖춘 이들도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잡지에 우수한 글을 써주는 필자 층과 읽어주는 독자층이 지금보다 훨씬 넓어지지 않으면 답보 상태를 모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생각하는 젊은 그리스도인 형제 자매들의 분발을 빈다.

서재석 / 월간 [복음과상황]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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