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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기독 잡지의 오늘과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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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과 상황

사회와 역사 속, 힘겨운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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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으로 역사와 사회를 조명하는 신앙지를 표방하면서 1991년 1월 창간된 월간 "복음과상황"은 이제 갓 일곱 살 된 애어른이다. 세차례의 폐간 위기 속에서 들풀처럼 질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을 그들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라 설명한다.

"복음과상황"은 90년대에 창간된 잡지이지만 그 안에 담기는 내용은 80년대부터 계속 고민해 오던 문제들이다. 젊은 독자층을 겨냥하고 복음주의권의 문제 의식을 가진 층에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문제들을 던졌다는 것은 기독교 잡지사에 남을 만한 일이다. 창간 당시, 단순히 개인의 인생관 정도에 머물던 기독교 인생관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정립하고,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건설한다는 논지로 '하나님 나라'라는 말을 보편화시킨 점도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복음과상황"은 우리나라의 7∼80년대 역사와 기독교 사상의 흐름을 살피는 가운데 이해되어야 한다. "복음과상황"이 창간된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한국 복음주의권의 신학적인 자기 반성이 있었다는 점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70년대 '유신'과 80년대 '5·6공 정권'에 의한 격동기를 겪으면서 한국 보수 신앙계에는 인간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으로서의 복음의 정체성이 왜 당시와 같은 불의한 사회에 대하여는 그렇게 무력할 수밖에 없느냐는데 대한 회의가 일어났다. 그러한 회의는 곧 복음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요청하였다.

이즈음 세계 복음주의 신학계에 한 획을 그었던 소위 '로잔 언약'이 부각된다. 로잔 언약은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렸던 복음주의자들의 선언으로, '하나님 나라'에 대한 재해석에서부터 시작하여, 당시 사회 참여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보수적 그리스도인에게 사회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신학적 근거와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에 복음주의권의 젊은이들이 여기에 주목하면서 보수주의의 변화 및 복음적 사회 참여를 시도하게 되었는데, "복음과상황"은 바로 그 발판 구축을 위한 몸부림의 하나였다. 즉, 일면 계몽적이면서,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에 힘쓰던 복음주의자들의 대변지 성격을 갖게 된 것이다.

초기에는 '복음'으로 '상황'을 개혁해 보고자 하는 노력들을 잘 정리하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으나, 문제는 편집진이 구상한 문제 의식을 복음적으로 소화하여 이론화시켜 줄만한 필자가 '복음주의권'에는 부족했다는 점이다. "복음과상황"이 지향하는 입장에서 글을 써 내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을 찾다보니 신학적인 색채가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자주 등장하고, "복음과상황"의 입장보다는 필자의 입장에서 쓴 글이 난무하여 사상의 평형을 이루지 못하는 심한 난조를 보이게 되었다. 이것은 결국 잡지의 '자기 정체성' 확보의 문제인데, 아직까지도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고 "복음과상황"을 짓누르고 있는 멍에로 남아있다.

잡지의 정체성이라는 문제는 각기 다른 성향을 지닌 독자들을 어떻게 다독거릴 것이며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기구독자들을 어떻게 묶어둘 것인가와 깊이 연결되는 것인데, "복음과상황"이 지금까지 몇차례 재정 문제로 폐간 위기를 맞았던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복음과상황"이 앞으로 벗어야 할 멍에는 산적해 있다. 첫째, 복음주의 운동에 있어서 인본주의적 경향을 떨쳐버리고 순수하게 복음적인, 하나님의 주권적인 역사와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사역의 선포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둘째, 자본주의 구조에서 자본과 경영, 영업 등이 따라 줄 수 있는 전문성이 없다는 것. 이것은 한편 "복음과상황"에 '용기'를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실패의 요인으로 작용될 수도 있는 문제다. 셋째, 문화변동, 국제화, 정보통신, 종이책 위협의 시대에 "복음과상황"이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끝까지 유지해나갈 것인가하는 것도 심각한 과제다.

그밖에 복음주의 학생 운동과 사회 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여 이들을 효과적으로 이어주고 알려주는 '네트워킹' 구실, 농촌·도시빈민 등 아직도 소외를 면치 못하면서도 상황적 요청에 따라 움직이는 타매체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한 조명과 치료 등도 "복음과상황"에 대한 기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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