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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굽이 그립다, 박정희가 그립다.

"우리가 애굽 땅에서 고기 가마 곁에 앉았던 때와 떡을 배불리 먹던 때에 여호와의 손에 죽었더면 좋았을 것을…"

출애굽기 16장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와 아론을 향해 경제난을 불평하는 대목은 물질에 약한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박정희가 그립다

최근 한 여론 조사에서 박정희는 역대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꼽혔다. 박정희 75.5%, 전두환 6.6%, 김영삼 3.7%, 이승만 1.9%, 그 외 대통령들은 다들 1% 미만이다. 군사 독재자들이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했으며 박정희는 다른 역대 대통령과는 비교도 안되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박정희는 지난 연말 공보처의 '역사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인물' 설문 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김구 선생을 제쳤다. '가장 복제하고 싶은 인물' 조사에서도 3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일반인이 아닌 유신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지닌 대학생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여서 더욱 충격적이다. 인터넷에도 '박정희 기념관'(http://newpage.co.kr/516) 이 세워졌으며 꽤나 인기를 누리는 소설가 이인화씨에 의해 그의 삶이 전 10권짜리 대작 소설로 다뤄질 예정이다. 우리 나라 국민들은 지금 '유신'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인가.

 

결국 '경제'를 말하려나

이처럼 박정희가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 정치학자는 "민주화 운동 세력인 문민 정부는 민주주의도 제대로 못하고 경제도 엉망으로 만들었으나 박정희는 비록 독재였지만 그래도 경제 발전을 시켰다는 위험천만한 주장"이라는 표현으로 '박정희 부활 신드롬'을 분석한다.

요즘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등 국내 PC통신 서비스의 게시판에는 박정희에 관한 건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그에 관한 평가는 가지각색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그의 '경제 개발' 공로를 인정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우리 나라를, 더 나아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결국 '경제'냐 하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경제'가 흔들리면 그 정권은 물러나게 되어있다. 민주화가 정권 유지의 '필요조건'이라면 경제 성장은 '충분조건'이랄까.

박정희 전 대통령은 누구보다 '경제'에 중점을 둔 통치를 한 것이 사실이다. 그가 외쳤던 구호들이 이를 증명한다. 그의 통치 철학은 온통 '경제 살리기'였다. 그는 민주화라는 '필요조건'을 거의 무시했지만 경제라는 '충분조건'을 확실히 활용한 것이다.

결국 민주화를 내세워 실패한 문민 정부의 몰락과 대안의 부재라는 지금의 현실이 맞물려 박정희는 '독재자'가 아닌 '영웅'으로 재평가되려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에 반기를 드는 부류는 '박정희식 경제 발전'이 가능하기까지 한없는 희생만을 겪어야 했던 이들 뿐이다.

하루 14시간씩 환풍기도 없는 지하실에서 일하다 폐병으로 죽어간 노동자들이며, 강력한 독재에 항거하다 소리없이, 이름도 없이 죽어간 수많은 열사들이 있다. '성과 제일주의'의 무리한 부실 공사 덕분에 이슬로 사라져야 했던 삼풍과 성수대교 참사의 희생자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박정희를 그리워하고 필요로 하는가. 그렇다면 굳이 그를 복제할 필요도 없다. 우리 사회에는 박정희보다 강력하게 독재자로 군림할 수 있는 사람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애굽이 그립다

출애굽기 16장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을 그리워한다. 배가 고파서 그리워한다. 물론 그 때의 상황을 지금에 비교할 바 아니다. 그러나 한가지 유사점이 있다면, 그 때나 지금이나 인간은 한갓 '물질'에 구속받는 존재라는 것이다. 명확한 그 사실이 다시금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예수님의 말씀은 이와 다르다.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태복음 6장 31,33절)

전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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