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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여, 통일을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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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북한 돕기, 인본주의 운동으로 흐르고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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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기운 속에서 사람들은 여유롭게 봄의 정취를 즐긴다. 생기 발랄한 꽃보다 더 활기차 보이는 건, 건강미 넘치는 사람들의 표정이다. 가진 자의 여유. 어느덧 이곳 대한민국은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다. 누구 하나 먹을 것이 없어 배를 곯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좀 더 날씬해지려고, 좀 더 예뻐지려고 애써 밥을 굶는 사람들이 있을 뿐.

반면 계속되는 기근으로 북녘 땅의 우리 형제, 우리 동포들은 날마다 죽어 가고 있다. 이 곳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위해 외면하는 밥 한 그릇이 없어 그들은 처참하게 생을 마감하고 있다. 이것이 잔인한 4월이라 불리는 지금, 대한민국 땅의 현실이다.

죽어 가는 북한

북한은 지금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사람들은 처절한 생의 투쟁을 해야만 한다. 2년 전부터 시작된 북한의 기근은 이제 한계 상황을 넘어서고 있다. 하루 한 끼니로 겨우 연명해 가던 사람들이 이제는 죽도 먹기 어려워, 나무 껍질이나 물로 하루 하루를 연명해 가고 있다. 그나마 어느 정도 특혜를 받고 있는 평양 지역은 나은 편이다. 그러나 그밖의 지역은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나무 껍질만 먹다가 장출혈이 생겨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북한을 돌아본 국제 기구 관계자들은 기자 회견을 통해 "북한은 이미 기근 현상과 관련된 장티푸스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고, 제작년 여름 이후로는 고기를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지금 북한의 기근 상황은 그 심각성이 1985년 에티오피아의 비극을 능가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미 50만 명이 굶어 죽었고, 아사 직전에 처해 있는 주민이 천만 명에 이른다는 믿기 어려운 말도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기근 상황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더욱 안타까움을 주는 것은 굶어 죽고 얼어죽고 버림받는 북한 새싹들의 비극이다. 최근 북한은 어른 1인당 하루 식량 배급량이 1백g으로 떨어질 정도로 식량 상황이 악화되었으며, 이 때문에 성장기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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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8일 세계 식량 계획(WFP) 캐서린 버티니 사무국장은 "2백 40만명에 이르는 만 6세 이하 어린이들 대부분이 영양 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북한 어린이들은 "한결같이 뼈가 앙상하고 배가 불룩하게 나왔고, 머리카락이 노랗게 변색"되는 등 비정상적인 영양 상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더구나 비타민 등 필수 영양소의 결핍으로 시력 장애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많고 옥수수 죽 따위로 연명하다 보니 구토, 설사, 배탈 등으로 고생하는 아이들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비만으로 인해 성인병이 늘어간다는 이 곳의 아이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캠퍼스에 설치된 북한 참상 관련 홍보물.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진 북한의 참상과, 정부의 알맹이 없는 대북 정책을 고발하고 있다.

통일 준비의 한계들

이러한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 해소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남한의 6개 종교 단체와 20개 시민 단체가 북한 돕기 운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2일까지 '북한 동포 돕기 옥수수 1만톤 보내기 운동'을 통해 20여억 원의 1차 모금을 마치고 16일 서울을 시작으로 2차 모금 운동에 들어갔다. 기독교와 천주교계에서는 고난 주간과 부활절 예배를 통해 '하루 한 끼 굶기 운동'을 벌여 모은 돈을 북한 동포 돕기에 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북한 돕기 운동의 목적은 단순히 북한 사람들을 살리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북 나눔 운동'의 김경민 부장은 북한 돕기를 통해 어떻게 통일로 연결시키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여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정부는 최근 금지했던 쌀 지원을 허용해 주고 언론 매체를 통해 기업의 북한 돕기를 권유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적극적인 자세로 북한 돕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창구의 단일화로 사실상 더 많이 필요한 민간 차원의 운동을 허용해 주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난 22일 교육부에서는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북한 동포 돕기 운동'과 관련해 학교·학급 단위나 전국 교직원 노동 조합 등 단체 차원의 모금 활동을 금지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 시·도교육청에 보낸 것으로 밝혀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교육부의 이러한 지시는 통일원·내무부 등 관련 부처와의 사전 협의를 거쳐 결정된 것으로, 정부 쪽에서 북한 동포 돕기 운동을 사실상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통일 후 예상되는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진통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마련해 놓은 대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한국 교회도 나름대로 북한을 도우며 통일을 대비하고 있다. 모 대학생 선교 단체는 회원들로 하여금 통일 후 한 학기씩을 휴학하고 북한 복구 지원 활동에 헌신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관련 전문가들은 이러한 모습들이 북한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나오는 행동이며, 열정은 있으나 실제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북한 실정을 잘 모르는 한국 교회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는 조선족을 통한 전도나 신앙을 가진 탈북자들이 직접 복음을 들고 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철저히 준비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국의 대학생 선교 단체는 단지 지원만 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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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준비하는 한국 교회

이렇게 한국 교회나 선교 단체들이 남북간의 이질적인 상황을 무시하고 맹목적인 선교만을 꿈꾸거나, 충분히 고민되지 않은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통일 운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평가이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는 보다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 상호간의 이해를 증대시키기 위한 노력이 그 첫 번째이다. 남과 북은 50여년 안 전혀 다른 사회 속에서 살아왔다. 그래서 정신적·물질적 괴리감이 매우 크다. 북한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이러한 간격을 좁히기 어렵다. 북한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그들이 생활 철학으로 삼고 있었던 주체 사상을 연구, 이해하는 것은좋은 방법이다. 또 주체 사상에 대한 기독교적

북한의 식량 상황 악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다름 아닌 성장기의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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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증 가능성을 살피는 것도 크게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에게 접근하는 것은 크게 설득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

통일의 긴박성과 필요성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고 통일 사회의 바미래상을 제시하는 것도 한국 교회가 해야 할 작업 가운데 하나이다. 현재 정치적·경제적인 이유로 통일을 반대하거나, 그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통일이 아주 먼 훗날 이루어질 것처럼

태평스럽게 생각하거나, 아예 이루어지지 않을 일로 간주해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 교회는 이런 사람들에게 통일의 당위성과 긴박성을 인식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전문적인 북한 선교사를 훈련시키는 것 또한 시급히 필요한 일이다. 북한 주민들과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어 살면서 그들에게 복음을 전파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은 통일을 대비하는 한국 교회가 반드시 감당해야 할 사명이다. 그러나 먼저는 현장에서 통일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의견과 방법을 존중하고 따르며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금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노력들에 앞서 한국 교회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경제난에 처해 있는 북한 사회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나눔의 실천을 보여 주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그 동안 끊임없이 북한 동포와 통일을 위해 기도해 왔다. 이제 '어떻게 그들과 나눌 것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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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나눔 운동' 김경민 부장. 지금 한국 교회가 할 일은 북한의 우리 아이들을 살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남북 나눔 운동'의 김경민 부장은 현재 서울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북한 돕기 운동들을 소개하면서, 이러한 운동이 더욱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 지역에서는 북한을 돕기 위한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대학들이 대학 내의 선교 단체와 연합하여 북한 돕기 활동을 펴고 있다. 저금통을 이용한 모금 운동, 전시회를 이용한 모금 운동, 아울러 자보를 이용한 북한 실정 알리기 등이 그 예이다. 하지만 이런 운동이 서울 지역에만 국한되어 있을 뿐, 지역 차원으로 확대되지 못해 안타깝다. 이를 민간 차원, 범 지역 차원으로 확대시키고 실천하는 일에 교회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북에 있는 우리의 아이들을 살리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그들은 미래 통일 국가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기독교 호남 저널'은 4월 20일자 사설에서 "교회가 성도들에게 근검 절약을 강조하고 북한 돕기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관을 만들고 범국민적인 협조를 이끌어 내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다"며 한국 교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극복해야 할 반역사적, 반평화적 현실인 한반도의 분단. 한국 교회는 평화 통일이라는 시대적, 역사적 사명을 지니고 있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통일을 이루기 위한 성경적인 원리, 곧 하나님의 방법을 확립하고, 나아가 기독교적 세계관을 토대로 한 구체적 대응책들을 모색해야 한다. 단순한 운동 차원이 아니라, 통일을 한국 교회의 손으로 이루고 통일 이후의 사회까지 책임진다는 자세로 임할 때이다. 통일 이후 북한에 교회를 세우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미리 교단의 크기에 따라 할당량을 비례배분하여 두자는 등의 엉뚱한 논의나 일삼을 때가 아닌 것이다.

김후지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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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g의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북한 주민들. 여전히 아사의 위기가 그들을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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