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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라이프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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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신원

꿈이 크다면 준비를 해야죠

조선대학교 토목공학과 4학년 이신원

"저는 조선대학교 토목공학과 4학년 이신원이라고 합니다. 제 애인은요, 음… 예쁘고, 착하고, 저를 무척이나 사랑해요. 같이 듣고 싶은 노래요? 음, 뭐가 좋지? 이소라의 '청혼'이요."

이신원(27)씨를 만난 것은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광주 학생회관 벤치에서였다. 대화를 시작하려는데 난데없이 나타난 두 아가씨가 우리의 대화를 막았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우리더러 애인을 자랑하는 멘트와 함께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하라는 것이었다.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로 서먹하던 우리는 덕분에 금새 친해질 수 있었다.

마이 웨이(My Way)

이신원씨는 현재 토목기사 공인 2급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시험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지원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합격을 확신할 수 없다며 웃는다. 그의 얼굴에 피곤함 섞인, 그러나 자신감이 배어 나온다. 군 제대 후 나름대로 전공 공부를 충실히 했고, 이 시험을 준비한 것은 반 년쯤 되었다. 서울에서 2개월간 학원을 다니며 시험 전 과정을 마쳤고, 지금은 복습 중이라고 했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 힘들여 공부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한국도로공사, 수자원공사, 토지개발공사 같은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해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미래를 보장받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부하는 목적과 바를 바 없다. 그러나 그의 미래관 내지 직업관만큼은 남달랐다. 그는 도서관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고, 사무실에 앉아 일하고 월급받는 직장 생활은 어울리지 않을 사람인 듯 했다. 1미터 80이 넘는 키에 다부진 체격과 쾌활한 어투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에 욕심도 많아서 운동도 꽤 했고, 여행이나 아르바이트 등 이것저것 다 해보았다.

그런 성격에 도서관에서 반 년 동안이나 죽어라고 공부하는 것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는 단순히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 잘 살고 싶어서 공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성취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었다. 무엇인가를 이루어 낸다는 것에 대해 그는 대단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그의 성취 대상이 직장을 전제로 한 자격증으로 고정된 것뿐이다. 사무실 근무보다는 현장근무가 많은 직장을 선택한 것도 그가 나름대로 자신의 성격을 깊이 고려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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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조

첫째. "정말, 정말 최선을 다 했냐?" 라고 반복해서 묻는다.

둘째. 정직하게 맞서서 이기는 것이 진정한 승리다.

셋째. 결과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두자.

넷째. 그러나! 세상은 냉혹하다. 결과가 엉망이면 과정은 한낮 신기루에 불과한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자.

열심히,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자격증 - 취직 - 성공'의 스테레오 타입과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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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속 철도 공사 현황이 70% 이상 부실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관리 감독자의 새로운 공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거나 그 사람이 제대로 관리 감독을 못했기 때문이다. 존경하는 전공 교수님 한 분이 계시는데 그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재능이 덕을 앞서서는 안된다. 다양한 건축 공법을 이해하고 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부 한 명 한 명과 호흡을 맞추고 변화무쌍한 공사 현장의 상황에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현장에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목에 힘만

준다'는 말은 듣지 않겠다. 예술가가 자기 작품에 자부심을 가지듯 내가 설계하고 만들어 낸 구조물에 자부심을 가질 그 날을 바라보는 것이다."

일과는 아침 6시부터 시작한다. 일어나서 대충 씻고 어머니가 싸 주시는 도시락을 집어들면 바로 집을 나선다. 그동안 조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해왔다. 요즘은 시험 기간이라 도서관이 북적대는 바람에 광주 학생 회관이나 집에서 가까운 광주 신학교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나는 고시생이나 대단한 학구파는 아니다. 그러나 도서관은 좀 가리는 편이다. 광주 학생 회관은 취직이나 자격증 취득 공부를 하는 남자들이 많아서 분위기가 좋기는 하지만 너무 멀어서 잘 안 간다. 집에서 가까운 광주 신학교 도서관을 자주 가는 편인데, 변두리인데다 산을 끼고 있어서 좋다. 조용하고 시원하다. 피곤할 때 나와서 산책도 할 수 있다."

 

저는 크리스천입니다.

그는 크리스천이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신앙 생활도 못지 않게 충실히 하려고 노력한다. 도서관은 일요일에도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그는 일요일을 교회에서 보낸다.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고, 지산지역 기독 청년연합의 회장도 맡고 있다. 자신이 욕심이 많은 탓도 있지만, 어려서부터 형성된 신앙과 교회 생활이 몸에 배어서 교회 일들은 이미 삶의 일부가 되어 있기에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음에도 이런 일들을 마다할 수 없음이다. 예배가 끝나는 일요일 오후에는 친구나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놀러 가기도 한다. 일요일만큼은 시험 준비하는 대학 4년생이라는 생각을 버린다.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그의 얼굴에서 괜한 여유나 어줍잖은 배짱은 볼 수 없었다.

 

영화, 하이킹 그리고 애인

스트레스가 쌓이고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 그는 영화를 본다.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편이어서 한 달에 두 세편 정도는 꼭 본다. 비디오는 노! 거대한 화면 속에서 펼쳐지는 또 다른 세상, 자유와 상상이 무한한 공간, 그리고 웅장한 사운드…. 이런 영화의 매력들이 스트레스를 풀어 준다고 했다. 최근에 보았던 영화 중에 제프리 러시의 '샤인'과 톰 크루즈의 '제리 멕과이어'를 추천했다.

"애인이 생긴 뒤로는 영화도 마음대로 못 본다. 혼자서 영화를 본 걸 눈치채면 어찌나 성화인지, 참 귀찮다. (웃음) 같이 영화를 볼 수 없을 때는 가까운 담양 같은 곳으로 하이킹을 가기도 한다. 누가 들으면 공부는 안하고 놀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그럴지도 모른다. 내 성격이나 생활이 원래 그렇다."

도서관에 있다 보면, 공부하고 점심 먹고 이야기하면서 하루를 함께 보내는 커플이 제일 부럽단다. 애인이 있긴 하지만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고, 사정상 자주 만나 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다고. 시험이 끝나면 같이 어디로든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우리의 목소리를 담아 간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자 왈, 4월 23일에 그의 목소리가 AM 전파를 탈 것이라고. 그녀와 함께 이소라의 '청혼'을 들을 수 있겠다며 기뻐하는 그의 얼굴이 무척이나 밝았다.

 

강정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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