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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라이프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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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를 왜 하냐구요?

교육대학교 체육학과 2학년 문지영

정문의 경관만이 익숙해 있던 광주 교육대를 처음 방문한 기자. 정문을 막 들어서니 시원스럽게 뻗은 가로수 길이 눈앞에 길게 펼쳐진다. 약속 장소는 인문 사회관 앞에 있는 등나무 밑. 이 학교 체육학과에 재학 중인 문지영(20)양을 인터뷰하기 위한 종종 걸음이었다.

체육학과라고 하기에 커트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 그리고 남자처럼 체격이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했다. 그런데 약속 장소에는 이쁘장하고 외소한 여학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꽉 짜여진 학교 생활에다 일주일에 3번 아르바이트를 하기 때문에 바쁜 그녀. 학교로 찾아가서야 겨우 잠깐이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요즘은 학교 수업 때 개구리와 배추흰나비 성장 과정을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과외가 없는 날이면 알을 채집하러 다니느라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란다. 또 과외가 없는 날도 오르간, 수영, 에어로빅 연습을 하느라 바쁘다.

자리를 잡고 앉아 소개를 하고 이제 겨우 숨을 돌리나 싶었는데 아르바이트 갈 시간이라며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는 그녀. 무엇이 그리 바쁜지 계속해서 기자를 당황하게 한다.

"학교 수업이 이렇게 바쁘지만 않아도 과외를 두 탕 정도 뛰었을 거에요."

그녀의 아르바이트에 대한 욕심은 참으로 대단하다. 대학 2년에 접어들기까지 경리, 전단 배포, 과외 등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방학 때이든 학기 중이든 상관이 없다. 주 목적이야 돈을 버는 것이겠지만 혹시나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어 물었다.

"왜 아르바이트를 하느냐구요? 당연하잖아요, 돈 벌려구요.(웃음) 제가 아르바이트로 부자되려고 그러겠어요? 등록금에 도움도 되고 제가 공부하는 데 쓰죠. 지금은 교사를 저의 비전으로 삼고 있죠. 그렇지만 이 길에만 안주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른 공부도 해보고 싶어요. 그러자면 돈이 많이 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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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관찰하기 위해 야외 수업을 하고 있다. 이것 저것 묻는 꼬마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문지영 양(왼쪽)과 지영 양으로부터 과외를 받는 다훈이(오른쪽)

아르바이트를 많이 한 그녀는 에피소드도 풍부하다. 스넥 코너에서 일할 때는 아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 챙피했던 일도 있었고 속독 학원에서 경리로 일할 때는 전화 접수를 받다가 소식이 끊긴 초등학교 동창과 연결이 되는 일도 있었다. 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늦게 귀가할 때, 특히 그 날따라 체육 수업이 힘들었을 때는 꼭 버스 종점까지 들렀다가 오곤 했단다.

그녀는 일주일에 세 번, 화·목·토요일에 초등학교 1학년 여자 어린이를 돌본다. 화·목요일에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6시 반까지 다훈이(과외받는 어린이)의 어머니가 운영하시는 화실로 간다. 화실 한 켠에서 7시 반까지 다훈이와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식사 후에는 9시까지 다훈이의 학교 숙제를 함께 하고 학습지 문제 풀이를 돕는다. 모르는 문제를 이해시키기 위해 온갖 상식을 총동원 하여 알 때까지 부연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30분 동안은 역사 책을 읽어준다. 혹시나 딴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 하여 가끔 내용 중에서 질문을 던진다. 역사책에 나온 인물들의 삶과 생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어린이와 3시간이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누구든 피곤하기 마련일 것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면 대략 10시 반. 그대로 잠자리에 들었으면 좋으련만 다음날 학교 수업 준비며 미처 다하지 못한 리포트 등을 정리해야 한다. 졸린 눈을 비비며 책상머리에 앉는다.

토요일은 오전 9시까지 다훈이의 집에 가야 한다. 다훈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토요일에 재택 수업을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PC통신으로 숙제를 올려 놓으면 그것을 완성해서 다시 통신으로 올리거나 학교에 제출한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 둘은 이미 아파트 주변의 조그만 화단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오늘의 숙제는 식물을 관찰하는 것이다. 돋보기를 들고 꽃의 수술, 암술을 관찰하여 기록하고, 잎의 수나 색깔을 살펴보면서 사진을 찍기도 하는 모습이 자못 진지하다. 그녀는 '선생님, 이게 뭐에요?'하며 꼬치꼬치 묻는 다훈이의 질문에 귀찮아 하지 않고 웃음으로 대답해 준다.

 

소신껏 일하는 욕심꾸러기?

"아르바이트를 하면 학교 생활에 지장이 없지 않죠. 하지만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못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사람이 주변 친구들 중에 많더라구요. 자신의 소질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 말이에요. 최소한 대학생이라면 , 능력이 있는 한 자기가 벌어서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사고 싶은 것도 사고 그랬으면 해요. 물론 지성인답게 근검·절약도 하면서 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지영양은 돈을 조금씩 모아서 유럽이나 중국으로 배낭 여행을 갈 것이라고 한다. 여행의 즐거움을 그리며 힘든 일을 참아왔다는 것. 요즘은 또 운동을 한두 가지 배우려고 계획 중이다. 누가 체육학과 학생 맞냐고 물을 정도로 운동 신경이 둔하다. 얼마 전에는 수업 시간에 뜀틀을 넘지 못해서 혼줄이 났다며 울상을 짓는다.

이제 지영 양은 될 수 있는대로 과외 아르바이트만 하려고 생각 중이다. 경제적인 측면보다는 앞으로 할 교사 생활에 가장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돈에 목적을 두기 보다는 보다 건설적으로 아르바이트 하기를 원한다. 물론 목표는 자기 삶의 비전과 경영이다. 지금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에 만족하느냐고 물었다.

"음…. 한 70% 정도 만족한다고 하면 답이 될지 모르겠네요. 지금까지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보면 100% 만족은 없었어요. 하긴 까다로운 제 입에 맞는 떡 찾기가 어디 쉽겠어요? (웃음) 학교를 졸업하면 선생님이 될텐데 모두 산 경험이 되겠죠. 이것이 과외 아르바이트의 장점이에요. 한 학생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고 그를 중요시 여기게 되면, 나중에 그 많은 아이들에게도 잘 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남은 2년의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해서 정말 아이들에게, 학부모들에게 인정받는 선생님이 될겁니다. 아르바이트요? 해야죠!"

정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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