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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라이프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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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갈춘기
 김기동
 문지영
 이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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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1 더하기 1은 1이다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3학년 제갈춘기

그녀는 아침부터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제갈춘기(전남대 신방과,22)를 만난 것은 오전 8시 40분 영자신문사 편집실. 후배 기자들이 자기 속마음을 몰라준단다. 편집장인 자신만 홀로 중심에 서 있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주변인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 그녀는 짜증이 난다.

일인 삼역

춘기는 전남대학교 영자신문사의 Head Editor(편집장)이다. 영자신문사에는 새내기 때 입사해서 지난 2월에 편집장을 맡게 되기까지 줄곧 자리를 지킨 터줏대감이다.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한 이유는 무엇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언론이라는 권력의 단맛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그녀의 표정에 장난기가 넘친다.

춘기의 삶에는 한마디로 '억척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아침 7시 반까지 편집실로 출근해서 조회하는 것으로 일과가 시작된다. 수업은 중요하다. 지금까지도 그래 왔지만 더구나 3학년이니 전공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편집실에서 책도 보고, 영어 공부도 한다. 영자신문사에서 계간으로 발행하는 TRIBUNE지 기사를 쓰기 위해 인터뷰나 취재를 나가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아직도 무척이나 긴장된다고. 오후에는 역사, 기사작성 및 편집 등에 관한 자체 미니 세미나에 참석하고 종례까지 하고 나면 하루 일과가 대충 마무리된다. 하지만 그 때부터 또다른 춘기의 삶이 시작된다.

스터디가 있는 날도 있고, 무엇보다 후배 기자들, 동료들과 저녁 먹는 일은 빼놓을 수 없다. 이제 막 들어온 수습 기자들을 세뇌(?)시키는 일도 편집장이 할 일이다. 이런 일들 말고도 학과 소모임인 신문연구회 모임에 참석해야 하며, 또 자신을 부르는 술자리도 많다. 이래저래 춘기는 다른 대다수의 여학생들과는 달리 밤 11시가 되어야 집에 들어간다. 집에 들어가면 그냥 자느냐는 물음에 그녀는 막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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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자신문사 편집회의를 진행하는 춘기(맨위)

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 지는 때이다.

"큰딸 역할을 해야 한다. 청소도 하고, 동생이 어떻게 공부하는지도 봐줘야 한다. 가끔이지만 동생 도시락을 싸 주기도 한다. 스터디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준비하는 데도 상당히 신경이 쓰인다. 역사, 자본주의, 사회와 언론을 총 망라하기 때문에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명색이 편집장인데 후배들에게 무식이 탄로 나면 쪽팔리지 않겠는가."

편집장으로서 어려운 점은 없느냐는 물음에 대답이 의외다.

"편집장으로서 힘들다거나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 그냥 보통 기자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남들보다 많이 고민하고, 신문사를 대표하며 기자들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생긴 것을 빼면 오히려 여유가 있는 셈이다. 힘든 일들은 아랫 것들이 알아서 하니까. (웃음) 굳이 힘든 것을 찾는다면, 영자신문사 편집장이라는 제갈춘기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다. 항상 '춘기 언니, 안 바빠요?', '춘기야, 신문사 안가봐도 돼?'하고 묻는 사람들, 때론 짜증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정말, 잠시나마 앉아서 한가로이 수다를 떨 만큼의 시간적 여유도 없다. 평소 바쁘게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쉽게 이해해 주고 제외시켜 주는 사람들이 생각처럼 고맙지만은 않다. 영자신문사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도 학과 행사나 술자리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자신의 그런 노력들이 편집장이 된 이후로 너무나 쉽게 잊혀져 버리고 말았다. 지금도 노력하고는 있지만 힘이 팔린다. 얼마나 더 그런 노력을 계속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학생회실에 되도록 오래 머물면서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었다. 그래서 새내기 때부터 그 점을 가장 많이 신경 쓰고 노력했다. 수업에 늦더라도 학생회실 들르기는 빼먹지 않을 정도로. 그런데 요즘은 바쁜 사람 잡지 않겠다는 별로 고맙지 않은 배려 때문에 학생회실이 답답하고 어색하게 여겨져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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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해, "1+1=1"

춘기의 '삶'에 대한 철학이 자못 흥미롭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고, 맡은 일은 어떻게든 잘 해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기본 생각은 다르다.

"일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사람이 로보트도 아닌데 그러다 쓰러지면 누가 책임지겠는가? 보통 일하는 것이나 공부하는 것을 삶에서 분리시키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래서 대학생들 중에는 여가나 취미 활동을 별도의 시간을 빼서 하거나 아예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게는 1더하기 1이 곧 1이다. 대학생, 영자신문사의 삶이라는 두 개의 삶을 살고 있지만 절대로 둘이 아니라 하나의 삶이다. 나는 모든 것을 '삶' 속에 넣고 싶다. 신문사 일은 물론이고 수업 받고 리포트 쓰는 따위의 것들에 매달려 이도 저도 못하는 삶은 너무 팍팍하다. 이런 일들을 모두 제하면 먹고 싸고 자는 게 삶의 전부가 되버릴 것이다. 모든 일들, 사람들과의 관계나 사귐까지도 삶 속에 편입시켰다. 삶에 애정을 가지고 노력하면 이 모두에 충실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만남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이다. 꼭 만나야 할 사람이라면, 자기에게 그만큼 중요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다. 굳이 시간과 장소를 약속하고 기다리는 것은 야박한 표현이겠지만 하나의 '낭비'일 수 있다. 삶에 충실하다 보면 자연히 만나게 될 것이다. 오늘 강 기자와 이렇게 만난 것도 피차 삶의 연속이 아닌가?"

열린 가슴이 그리워

춘기는 대학인의 자질로 '자기 결정권'과 '연대감'을 강조한다. 많은 자유와 기회가 주어지는 대학이라는 사회 안에서 자기 결정권을 소신 있게 적용하는 능동적인 삶이야말로 성공적인 대학 생활을 보장할 것이라고 한다. 춘기는 한 캠퍼스 안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면서도 다른 학우들을 멀게만 생각하고 경쟁자로 의식하는 오늘의 대학인의 의식을 안타깝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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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고 걸어가는 학우에게 그냥 다가가 우산을 함께 쓰자고 권유할 수 있는 열린 가슴이 그립다. 그런 열린 가슴으로 다른 학우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존중하고 그들에게서 배운다면, 꼭 배낭여행이나 유학을 가지 않아도 대학인으로서의 넓은 가슴을 갖게 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24시간. 남보다 더 많은 삶을 영유한다는 것은 뿌듯한 일이기도 하지만 또한 힘든 일이며 희생을 요한다. 하지만 자신이 맡은 일을 해내지 못한 사실을 여러 가지 핑계들로 합리화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춘기의 생각이다. 바쁘게 사는 것 자체가 삶에 의미를 줄 수는 있겠지만, 다른 삶의 영역에서 나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서 바쁘다는 것을 핑계삼는다면 비굴한 일이다. 아침에 짜증이 났던 것도 기자들이 자신의 이런 생각들을 몰라주었기 때문이다.

'제갈'이라는 흔치 않은 성만큼이나 평범하지 않은 대학인. 덧없이 흘러가던 의미 없는 시간들까지도 그녀에게 주어진다면 '생명력'을 얻게 될까 싶다.

강정룡 기자

HATE 7

나를 다른 사람에게 비취보는 나 / 퍼진 밥 / "어차피" 라는 말 / 떨기 싫은데 엄청 떨리는 것 / 열심히 자고 나서 맞이하는 시험이나 기사 마감 날 아침 / 늘 잔소리만을 일삼아야 하는 나의 사회적 지위 / 싫어하는 게 더 없는데 기어이 일곱 개를 채우라고 요구하는 강기자

LIKE 7

진지하고 기발한 영화(예를 들어, 트레인 스포팅, 잉글리쉬 페이션트, 몇 개의 프랑스 영화들) / 느낌이 좋은 연필이나 볼펜 / 아이스크림. 특히 체리쥬빌레 / 통하는 사람과 '소통'하기 / 열심히 뛰면서 순간 순간 느끼는 뿌듯함 / 사람을 믿고 사랑한다는 말 / 복잡한 인파 속에서 아는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다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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