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가 내가 당신께 들려주고 싶었던 슬픈 이야기다. 당신이 나에게 뭐가 슬픈거냐고 물어볼 것도 같아 이제 그 이유를 설명해보아야 겠다. 내 앞에는 지금 '좋은생각', '행복', '삶의지혜', '보람찾기' 라고 각각 이름 붙여진 수필집이 있다. 서점에 가면 이외에도 이름만 다르고 형식은 거의 유사한 수필집이 2-3개 더 발견된다.

이들은 일반 수필집과는 다른 점이 있는데 그것은 'Q.T.책자' 처럼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용수 형이 갖고 있던 '좋은 생각'의 경우도 그날 그날의 수필이 있고 주제가 있다. 그리고 지면 한쪽에는 '작은 일기'라고 토를 단 빈공간이 있다. 「매일 성경」을 보면 '성경을 묵상하는 방법'이라고 해서 'Q.T.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듯이 '좋은생각' 역시 '좋은생각 활용법'이 소개되어 있다. 이 부분을 읽어보면 이 책의 의도(?) - 미안한 표현이지만 - 를 알 수 있으리라. 이곳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다.

"우리가 생각의 씨앗을 뿌리면 행동의 열매를 얻게 되고, 행동의 씨앗을 뿌리면 습관의 열매를 얻는다. 습관의 씨앗은 성품을 얻게하고, 성품은 우리의 운명을 결정 짓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마음 속에서 솟아나는 생각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사람이 되고, 나쁜 생각을 하면 못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좋은생각」은 좋은생각만 하게 하는 잡지입니다. 안좋은 것을 보고 그렇게 하지말자가 아니라 좋은 것을 보고 그렇게 하자는 순수하고 긍정적인 이「좋은생각」과 함께 하루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 새 참으로 좋아지고 있는 자기 모습에 놀라게 될 것입니다."

나는 왜 용수형이 '좋은생각'을 집어들어야 했는지 알 것 같다. 삶에 지치고 자신의 악함과 무능함을 깨달아가는 과정, 즉 영혼이 고통스러워하는 과정을 그는 겪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은 전적으로 타락했다는 성경의 진리를 그는 몸소 겪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언젠가 한 번쯤 들었을 복음을 기억하며 교회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는지도 모른다. 그곳에서 그는 '내 영혼이 아파한다'고 외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발걸음을 다시 돌려야 했다. 앞에서 그가 밝힌 것 처럼 교회는 '하지말라' 투성이다. 교회는 의인들만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 용수 형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용수 형처럼 삶에 찌들리고 날마다 술을 마셔야 하고 담배를 하루 한갑씩 태워야 하는 '죄인'은 교회에 설자리가 없다.

교회에선 누구나 다 경건한 표정이다. 용수 형이 헬쓱하고 술에 취해 교회안으로 터벅터벅 걸어들어갔을 때 교인들은 모두 그를 피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 한사람이 달려나와 '당신같은 죄인이 올 곳이 못되니 빨리 돌아가시오'라고 했을 지도 모른다. 설사 그런일이 없었더라도 그 어느 누구도 용수형의 고민을 물어보지도 관심 가져주지도 않음으로 용수 형은 다시 발걸음을 돌려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가 다행히도(?) 사라진 후 그제서야 교인들은 친교시간을 기쁘게 가지며 다음과 같은 가스펠을 감격스레 불렀을지도 모른다.

"힘들고 지쳐 낙망하고 넘어져 일어날 힘 전혀 없을 때 / 조용히 다가와 손잡아 주시며 나에게 말씀하시네 / 나에게 실망하며 내자신 연약해 고통 속에 눈물 흘릴 때에 / 못자국 난 그 손길 눈물닦아 주시며 나에게 말씀 하시네 / 너는 내 아들이라. 오늘날 내가 너를 낳았도다. / 너는 내 아들이라. 나의 사랑하는 내 아들이라."

용수 형이 이 가스펠이 흘러나올 때 까지만이라도 버틸 수 있었다면 그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버티지 못했다. 이전보다 훨씬... 더욱... 낙망하여 고개를 푹 숙인채 터벅터벅 걸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다 그는 우연히 '좋은 생각'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씌여진 따뜻한 몇마디에 코끝이 찡해졌을 것이다.

"「좋은생각」과 함께 하루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 사이 참으로 좋아지고 있는 자기 모습에 놀라게 될 것입니다."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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