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ure  좋은생각(?)
Picture

나는 나를 지배할 수 없었어

그는 비록 아버지의 강요에 못이겨서이긴 했지만 매일 새벽기도도 다녔다고 한다. 그 교회는 새벽예배에도 성가대를 세웠기 때문에 안나가면 목사님이 금방 눈치를 채신다고 한다. 게다가 하루라도 빠지면 '누구 장로님 아들은 새벽기도도 안나오네' 하고 금방 용수형의 이름이 집사님들의 입에 오르내리곤 했다고 한다.

"한번은 당구장에서 친구들하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하필.. 고2짜리 주일학교 우리반 애가.. 불쑥 들어오지 뭐냐."

그는 정말 그 장면에서나 지었을 법한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뒤로 교회를 안갔지. 다행히 그 아이가 입을 다물었는지, 아버지는 모르시더라고." 그리고 그는 얼마 있다 군대에 갔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교회엘 다니지 그래?" 내가 마치 좋은 아이디어라도 생각해 낸 듯 물었다. "다시 그 생활로 돌아가기가 겁난다. 그땐 내가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몰라. 새벽기도에다가 하루에 성경을 10장씩 읽고. 게다가 담배를 어떻게 끊냐? 술도 마셔야 되는데.."

그의 '교회에 다닌다'는 의미가 내가 말한 '교회에 다니라'는 의미와 상당히 다르다는 걸 감지한 나는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는 '좋은생각'을 집어들었다. "이 책 말야, 꽤 좋드라구... 교회에 다닐 필요도 없고... 날마다 한쪽씩 읽고 그날 계획을 세우고 때론 다짐도 하곤 해. 10분밖에 안걸려." 그는 마치 어리아이가 새로 나온 로봇 장난감을 자랑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침에 바쁘면 차안에서 봐도 되고, 점심시간에 봐도 되고..그리고 무엇보다..교회엘 안 가도 되잖냐." 그는 꽤 미안한 표정을 내게 지어 보였다. 마치 자기가 교회를 나가지 않고 '좋은생각'을 활용(?)하는 것을, 다른 보험회사의 상품에 가입한 것쯤에 비유하는 것 같았다. 만약 내가 보험회사 직원이라면 말이다. "교회엔 못가겠드라... 죄책감이 너무 들어서 말야. 교회에 가면 안해야 될것도 많고."

나는 용수형에게 형이 '좋은 생각'을 매일 보는 이유가 그렇게 복잡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때 나는 꽤 심각해져 있었다.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 것 같았지만 도무지 어디서부터 실타래를 풀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물론 지금 내가 그 자리에 있을 수만 있다면 나는 용수형에게 자세히 설명하리라. '교회는 자기를 지배할 힘을 얻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니라고..오히려 자기를 지배해 왔던 힘을 버리기 위해 가는 곳이라고. 아무튼 나는 그때 바보처럼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가 저녁을 사주겠다는 걸 대충 둘러댔다. 뭘 먹을 기분이 아닌 것 같았다. 아니 자격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한없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가 터벅터벅 걸어 지하도에 들어가 보이지 않자 그제서야 나는 고개를 돌릴 수 있었다. 또 한 명의 청년이 '좋은생각'을 사들고 내앞을 지나 갔다.
<Next>

 Top
 The Sihgt
 영화읽기
 인터넷점프
 수필
 이달의CCM
Picture Picture
 Top  Cover  The special  The Sight  Mission  Untitle
ITV

The Voice on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