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에 실패한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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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그룹의 부도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두루 아픈 여파를 남기고 있다. 전문가의 말을 빌리면 '부도에는 여러 경제·경영학적인 요인들이 있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무절제한 욕심이 주요인'이라는 것이다. 합리적인 계산에 앞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할 경우 십중팔구 '부도'의 늪에 빠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교회도 기업이다'라는 말이 있다. 교회 운영에 있어서도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논리인데 틀리지 않는 말로 들린다. 예산집행, 대내외 사업, 관리, 교역자 및 사역자 고용, 증축 및 신축 등 역시 돈이 빠질 수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교회에도 '욕심은 곧 부도를 낳는다'라는 논리가 적용된다 하겠다. 그리고 이 사실은 1997년 벽두의 교회들에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는 4년 전 예배당을 새로 지어 헌당예배를 드렸다. '교회 잘 지었다'고 소문이 날 정도로 이구석 저구석 반듯하게 지어 놓기는 했는데 문제는 아직도 몇억 원 대의 빚을 지고 있다는데 있다. 이 빚 때문에 교회가 합리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교역자 사역비가 부담이 되는지 비슷한 규모의 다른 교회라면 적어도 다섯 명 정도는 있어야 할 교역자가 한 명 뿐이다. 혼자서 유년부, 중고등부, 청년부를 떠맡고 있어서 효과적으로 돌볼 수 없다. 기업 경영적 측면에서 보면 돈 들여서 사업 망치는 격이다.

같은 이유를 핑계로 주일학교를 비롯해서 중고등부, 청년부에 배정되는 연간 예산도 턱없이 낮게 책정되었다. 연구개발이 생명인 기업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실책인 셈이다. 비슷한 규모의 K교회나 J교회가 중고등부를 위한 뮤지컬을 기획한다든지 청년대학부를 위해 장학관을 운영하는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최악의 노동조건을 자랑하는 기업에 비교될 듯 하다.

경영에 실패한 교회는 결정적인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교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사실이다. 수도없이 드려지는 건축헌금 봉헌예배는 성도들을 근심의 바다에 빠뜨린다. 교회 규모에 맞는 대형 차량을 구입한다는 명목으로 30개월 차량 할부금을 한달에 한 가정씩 맡기로 작정하는 예배를 드리고, 몇 월은 누구네 가정이 맡았다는 결과를 게시한다. 시내 모교회에서 최근에 권사로 임직된 한 성도는 최신 설비를 갖춘 중고등부 교육관을 짓는데 쓰인다는 명목으로 150만원이라는 거액의 헌금을 해야했다고 한다. 서울 M교회의 한 장로는 교회를 증축하는 바람에 애써 모은 통장을 바닥냈다고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했다. "돈 없으면 하나님도 못믿겠다"는 성도들의 가슴시린 아픔을 교회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물론 교회와 기업을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하나님의 계산법은 분명 인간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이윤에 살고죽는 기업과 사랑의 공동체인 교회는 아주 상이한 개념이기도 하다. 그러나 하나님이나 예수님이 아닌 '교회가' 저지른 실수, 성도들에게 입힌 상처는 부인할 수 없다. 부도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교회가 미래를 내다보고 좀 무리해서라도 비싼 교회를 짓겠다는데, 학생들을 위해 더 훌륭한 교육관이나 수양관을 짓겠다는데, 성도들의 편의를 위해 더 좋은 차량이나 시설을 갖춘다는데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장려할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넌센스다. 아무리 훌륭하고 멋진 교회를 짓고 시설을 갖춘다해도 성도들의 마음을 빼앗겨버렸다면 무슨 소용인가? 주일헌금과 십일조만 빠듯하게 내고 다른 헌금은 감히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 서럽다며 신앙이 흔들리고 교회를 떠나가는 성도가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성전 건축은 하나님께는 완벽한 감사의 제단이며 사람들에게는 그 자체로써 바로 자신의 몸인 것이다.

교회도 합리적인 경영방식을 갖추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교회운영만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양적성장과 질적성장을 균등하게 이루어 가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또한 기업이 이익을 사회로 환원하듯 교회도 사회로 무엇인가 환원해야 할텐데 이것은 현대사회에 있어서 교회의 역할이나 의무와 연결되는 중요한 개념이다. '결국 교회 경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문제는 '앞으로 교회가 어떻게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을 성취할 것인가'하는 고민과 직결된다. 이것을 교회는 명심해야 한다.(V)


글 : 강정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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