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진정한 성장은

땅에 발을 딛고 살면서, 인류가 반만년 역사를 통해 지금껏 만들어낸 가장 '선'하다는 사회 구조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이다. 이렇듯 인간의 논리로는 기껏해야 흥하면 성공이고 망하면 실패라는 단순한 구조에만 익숙할 뿐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원리는 그 차원을 깨뜨린다. 스스로 그 어떤 원리에 종속되지 않으신다. 흥해도 성공이요 망해도 성공이다.

인간은 망하는 것을 못 견뎌 하는 수준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 전도를 위하고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한 일인데, 어찌 하나님께서 실패하도록 내버려두시겠냐는 것이다. 이렇게 따지고 드는 그들은 오로지 흥함을 주시는 하나님만을 안다. 아니, 스스로가 그런 우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참으로 한탄스러운 것은, 오늘날 수많은 사역자들이 대부분 '가라'는 명령에는 잘 순종하면서도 '서라'는 명령은 이해하지 못하고 진행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해외 복음 전파의 사명을 맡기셨을 터인데, 왜 비행기표는 안 챙겨주시느냐는 꼴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인간의 눈으로 보아서 앞으로 힘있게 전진하시는 하나님밖에 볼 줄 모른다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자기가 만든 신을 불러다놓고 경배하는 타락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흉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때의 그 유치하고 부끄러운 모습이, 그 털어 버려야 할 찌꺼기가 우리에게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두려워해야 할 일이다.

진정한 성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이다. 하나님께서 은혜 베푸셔서 사랑해주셨기 때문에, 하나님의 깊은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교회가 있고 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을 철저히 새길 필요가 있다. 교회의 성장은 하나님께서 역사하셨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어떤 다른 조건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물론 우리에게 성장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임에 분명하며 갈망해야 할 환경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분명히 우리의 입에서는 '그리 아니하실지라도…'의 고백이 나와야 한다. 이미 받은 은혜가 넘치도록 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떡으로 사는 것이 아니요 말씀으로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성장은 누구의 눈으로 보고 판단할 일인가?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을 떳떳하게 밝히고 다닐 수 있는 것, 이것 자체가 이미 우리에겐 은혜이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랑하는 것이 우리 신자의 할 일이다. 그리고 진리의 말씀을 듣고 귀를 열고 그 진리와 함께 영원히 거하는 자가 많아지는 것, 그것을 성장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앞에서 성장을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한 것이 그 때문이다. 인간이 절대 가치를 찾아서 미지의 세계로 나아오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오는 것, 그것은 수가 많든 적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의 눈으로 판단하실 일이다.

계시 의존 신앙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거룩하고 장대하신 큰 일을 감히 묵상해볼 수 있다. 이것 역시 하나님께서 은혜 주셔야 가능한 일이다. 영원하신 하나님께서 그분의 뜻대로 택하신 그 백성으로 하여금 그분의 말씀을 듣도록 하시는 일이, 곧 하나님의 큰 일(Magnalia Dei)이다. 여기에 창조와 타락과 구속과 그 이상의 모든 것들이 풍성하게 종합되어 있다. 여기에 또한 하나님의 특별한 역사가 있고 평강이 있다. 우리는 다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은 지금도 그분의 방법을 쓰고 계신다. 세상이 주는 방법으로가 아니라, 그 분으로부터 나오는 방법으로 그의 백성을 '친히' 구원하시는 것이다. 더 깊고 더 차원 높은 사랑을 하시기 위해서 그렇게 하신다. 무한하고 위대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직접 받는 대상인 우리는, 그런 신분이면서도 도대체 알지를 못한다. 무엇이 하나님의 크신 사랑이라는 것인지를…. 이 놀라운 아이러니를 직시할 때, 그때 답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의 처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비로소 길이 보이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방법으로 우리에게 길을 보여주신다.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그 길을 알아차리고 순종하여 행하기를 원하신다. 행한다는 것은 그냥 Doing이 아니라, 진리를 바르게 알고 그 거역할 수 없는 진리로 인하여 삶의 원리에까지 하나님의 방식이 구석구석 채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진리이지만, 주님의 일은 주님이 친히 시작하시고 진행해 나가시고 마지막 열매까지 친히 거두신다는 것을 믿기에, 우리는 아직까지도 서 있을 수 있다. 우리에겐 그래서 소망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주님의 뜻이다. 인간과 하나님과의 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우리 인간이 드디어 깨닫기를 원하신다. 진정한 사랑의 관계를 위하여 그렇게 하신다.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 그것을 우리 피조물들과 함께 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과 역사하심이다.

이러한 모든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여기에 인간이 설 어떤 자리도 없다는 것이다.

"주는 주의 이름을 위하여 일하소서(렘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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