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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13

 

 

 

 

 

 

  

■ 탐방취재 - KCM(한국컴퓨터선교회)를 찾아서


컴퓨터로 선교를, 인터넷으로 선교를


6월 17일. 그 날 서울은 정말 오랜만에 비다운 비가 왔다. 며칠 전의 오존주의보 등으로 얼룩진 서울 하늘을 말끔이 청소하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 시대의 필수품이라 불리는 컴퓨터를 이용해 선교를 하겠다는 모토로 만들어진 K.C.M(Korea Computer Mission)은 영등포구 당산동 121-81 신광빌딩 603호에 위치해 있다. 지하철 2호선 당산역에서 노들길 방면으로 걸어서 15분, 영등포 역 방면으로 가는 마을 버스로는 2-3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있다. 흔히 생각하는 길다랗고 색이 번지르하게 만들어진 최신식 빌딩이 아니다. 오히려 칠이 벗겨지고 낡아버린, 요즘 최신형으로 멋지게들 짓는 교회들과 대비가 된다.

사무실에 갖추고 있는 컴퓨터 기종 역시 너무 구식이다. '컴퓨터 선교회'라는 명칭에 걸맞는 최신장비가 있으리라는 처음의 기대와는 완전히 상반되었다. 요즘 일반화되고 있는 펜티엄 기종보다는 286, 386으로 보이는 구형 컴퓨터가 더 많았고 심지어 지금은 쓰고 있지 않지만 필자가 중학생때 학교에 있던 8비트 컴퓨터와 그린 모니터(아마 한국에 들어온 컴퓨터의 가장 최초 모델인 듯 싶은 )가 한쪽에 고스란히 쌓여 있었다.

양해를 구하고 전체를 둘러 볼 수 있었다. 많은 기독교, 컴퓨터 서적이 벽에 가득했고 디스켓 역시 상당히 많아 보였다. 또한 인터넷을 하다 모니터를 켜 두었는지 WWW화면이 눈에 띄였다. 목사님 자리는 일반 직원들과 칸막이를 하지 않으셔서 어색함없이 편히 구경할 수 있었다. 이 영제목사.책상에 컴퓨터(맥킨토시로 보이는)만 없다면 여느 목사님 자리와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11시가 약간 넘어서야 목사님을 만나 뵐 수 있었다. 목사님은 30대 후반으로 보이시고 86년 부터 컴퓨터를 다루셨다는, 그리고 사람을 굉장히 편히 대하시는 분이셨다. 1시간 30여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게 주로 예화나 비유, 목사님의 경험을 기초로 말씀하셨다.

구성원은 서울, 부산, 광주에 상주하는 전문 사역자가 5명 정도. 정회원은 약 100∼200명 정도의 PC통신에서 주로 만나는 인원으로, 주로 이들이 통신의 운영 위원을 맡고 목사님 그룹, 자원 봉사 그룹, 인터넷 홈페이지팀 등을 만들어 운영하신다고 말씀하셨다.

목사님은 현재 젊은이들에게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고 계셨다. "통신에서 과기대에 다니는 한 대학생과 상담을 할 일이 있었습니다. 많은 고민을 털어 놓고 끝에 '제발 기도나 하라는 말은 하지말라' 는 겁니다.물론 그는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알고자 그랬겠지만 '기도나 하라는 말' 이라니? 기도의 능력을 믿지 않는다는 걸까요? 기독교인이 기도의 능력을 믿지 않으면 그가 기독교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요즘은 물질적 준비와 모든 것을 다 갖춘 후에야 선교를 할려고해서 큰 일입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열심과 순종인데 말이죠. 광야에서 두달 걸리는 거리를 40년으로 하신 이유가 뭐겠습니까? 순종하지 않았기 때문 아닙니까? 지금 한국은 선교를 단지 헌금내는 것만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선교사 따로 자신 따로입니다. 사명자를 키워야합니다. 또한 바울과 같이 자비로 선교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은 무책임하지 않으십니다. 필요하면 그 모습대로 다 채워 주시기 때문입니다. '돈이 없어, 언어를 몰라' 하며 불평만 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부터 하는 겁니다. 지금 이 사무실, 컴퓨터가 다 없어져도 괜찮습니다. 전 지금이라도 남산 서울역에 가서 노방 선교를 하면 되니까요. 컴퓨터는 선교를 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입니다. 중요한 건 선교이고 전하는 것이지, 그 도구가 아니거든요."

목사님의 말씀은 우리 모두를 반성케 한다. 우린 혹시 "전 이게 부족하니까 선교 못해요, 채워주시기 전까진 정말 못해요."하지 않는가? 진정 중요한 건 우리의 마음이고 자세인데......

1시가 다 되어서야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다. 아직도 밖엔 비가 내리고 있다. 흡사 비로 세상을 채울 것처럼. 또한 목사님의 말씀이 내 마음을 채우신 것처럼.

취재 : 임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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