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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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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어린 지도자'들에게

"광주지역 대부분의 청년부에는 전담 사역자가 없다. 있다 하더라도 명목상의 존재인 경우가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활동이 중첩되어 실질적으로 젊은이들을 위해 전력할 수 없는 실정이다.
<TheVoice> 97년 1월호 커버스토리 중."

전담 목회자나 사역자가 없기에, 청년들에게는 나름대로 축적된 노하우가 있다. 자기들 사이에서 임역원을 선출하고 이 임역원들이 실상 청년대학부라는 또 하나의 교회를 운영하는 것. 교육 과정은 선배들이 결정하고, 예배 형식이나 이에 삽입되는 여러 가지 아이템도 선배들의 주도하에 결정된다. 연중 행사 일체는 물론이다. 때문에 이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느라 진력이 날 지경이다. 대학부나 청년부라는 그룹에 소속된 회원들,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200여 명에 이르는 숫자들을, 비슷한 또래의 '어린 지도자'들이 길러나가고 있는 것이다.

어릴 적, '신앙의 선배'라 불리는, 내 나이보다 4, 5년 정도 차이가 나는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나의 고민과 미래에 대한 근심들, 실생활에서 겪는 인간적인 소외감, 열등감과 자괴감을 해소하려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그 나이 먹도록 나와 같은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얼마나 실망했던지…. 그런데 이제는 내가 그 나이를 먹게 되었고, 그때의 나와 같은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어린 후배들이 많아졌다는 곤란한 지경에 있다. 생각해보면 참 놀라운 일이다. 그런 수준밖에 되지 않는 우리들이 지금껏 교회에서 지도자로 서 있다는 사실, 나아가 스스로 그런 자리를 소망하고 교회 어른들의 인정 하에 그 소임을 물려받는 그 자체에 전혀 문제 의식이 없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당회에선 지도자를 보내주지 않을까라는 불만 이전에, 우리의 자세에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우리의 인격은 여전히 미성숙하고 겉으로는 경건한 체하나 심각한 괴리감을 가진, 혈기가 이성을 뛰어넘을 때가 더 많은 젊은이임을 자백할 때에, 우리는 지금의 이 자리에 도무지 서 있을 수가 없다. 때문에 이러한 엄청난 자리를 요구받는 우리는 다리가 후들거려 도무지 서 있을 수가 없어야 한다.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바라보자. 우리는 지금 '도무지 할 수가 없다'고 울부짖어야 한다.

'사람이 없기에 어쩔 수 없다.' 이런 말은 핑계에 가깝다. 교회로서 교인들에게 진리가 무엇인지 가르치고 양육하기보다는 기껏 조직 관리에만 힘을 낭비한 것은 아닌지…. 하나님이 교회를 왜 주셨는가. 연약한 인간들을 위해서지만, 그것은 언제나 모든 귀결이 그렇듯이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이다. 우리는 그 분의 영광을 위해서만 서 있을 수 있다.

청년대학부의 어린 지도자들은 다시 교회에 요구해야 한다. 이는 자신들이 서 있는 자리가 얼마나 두려운 자리인가를 볼 수 있어야 가능하다. 끊임없이 주저앉길 바란다. 못하겠다고 좌절하길 바란다.

정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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