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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헌법과 인권 무시하는 전자주민카드. 행정 편의주의 뒤에 숨은
'감시'와 '통제'
현대판 파놉티콘 전자주민카드 사회학자들은 벤담과 푸코의 개념을 빌려 국민의 신상과 신용에 대한 전자 데이터베이스가 '전자 파놉티콘'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벤담의 철학 속에서 최대 다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의 기본 명제가 감시를 구조화 한 파놉티콘과 조화롭게 존재했듯이 전자 파놉티콘의 세계에서도 카드를 사용하는 데서 오는 편리성은 자신의 카드사용기록이 자신을 감시하고 통제하게 되는 역기능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한편, 전자주민카드에 대해 정부와 시민단체의 견해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일부 기독교계는 이를 '666 바코드'와 관련지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과학과 제도의 발전을 성경적으로 해석하는 문제는 난제여서, '전자주민카드를 말세의 징조로 볼 수 있을 것인가'하는 의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반대 움직임 거세다 전자주민카드는 주민등록·운전면허·의료보험 등 다양한 분야의 35가지 개인정보를 한 데 담은 IC카드로, 정부가 내년부터 주민등록증을 대신하는 전자신분증으로 도입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자주민카드 시행반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공동대표 김진균 김창국)는 이미 전자신분증 제도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한 헌법의 기본정신에 어긋난다며 근거법이 될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즉시 위헌소송을 낼 태세이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법조단체와 일부 헌법 철학자들도 이 제도의 위헌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의 인권단체 역시 이 제도를 인권을 침해하는 정보 오용 사례로 보고, 제도 도입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전자신분증이 국제엠네스티의 활동 범주에 속하는지를 묻는 편지를 런던본부에 보내 놓은 상태다.
어린 아이에게 칼 쥐어주는 격 시민인권단체들은 국가에 의한 개인정보의 통합관리가 아무런 제재장치의 마련 없이 추진되는 현실에 주목한다. 김기중 변호사는 "모든 국민에게 신분확인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주민등록법자체도 외국에서 볼 때엔 터무니없는 법인 터에 기존 주민등록법의 일부 조항과 문구만을 고쳐 전자주민카드제를 시행하려는 자체가 졸속임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의 유출을 막기 위해 안기부가 비공개로 개발중인 암호체제에도 불신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논란의 여지는 또 있다. 통합신분증인 전자주민카드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수록 이를 관리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욱 심한 사회적 차별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신병 환자나 치매 노인, 문맹자들이 비밀번호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만일 비밀번호가 노출됐을 때 위험성은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흩어져 있는 개인정보를 한 데 모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정보 악용의 위험성은 더욱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개인정보를 국가기관이 통합관리하면서 어떤 기관이 이를 언제, 어떻게, 어디에 활용하는 지가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는 상태에서 정보 유출과 오남용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흔들리는 정보주권 정보주권이란 "개인 스스로 자신과 관련된 정보의 흐름과 공개·비공개 여부, 사용 등에 대해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곧 정보주권자로서 알고 싶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알 권리',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정보를 자유롭게 알릴 수 있는 '알릴 권리', 더 나아가 알리고 싶지 않은 정보를 '알리지 않을 권리' 등이 모두 포함된다. 전자주민카드는 정보주권을 침해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80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제시한 '프라이버시권 가이드라인'은 개인정보를 다루는 데 필요한 여덟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다. "정보수집은 적법·공정·정확해야 하며, 정보의 수집 목적이 명확해야 하고, 개인정보가 파괴·수정되지 않도록 안전보호조처가 마련돼야 하고, 개인은 자신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고 수정을 요구할 권리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개인정보수집에 대한 정보주체, 곧 개인의 동의가 전제돼야 하지만 전자주민카드는 주민등록증법에 근거하고 있어 의무적으로 발급받아야 하고 발급에 따른 제반 절차를 거치지 않을 경우 법에 따른 처벌을 면할 수 없다. 정보주권 상실에 대한 염려는 전자주민카드에 수록된 개인의 정보가 공안당국에 의해 마음대로 사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대한변협이 '통합전자주민카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최근 연 토론회에서 전남대 김승환 교수는 "개인정보 역시 정보집중의 원칙이 아니라 정보분리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결의 실마리 전자주민카드에 대해 정부와 시민단체의 견해가 엇갈리는 것은 전자주민카드의 편리성과 개인정보주권의 침해라는 두 측면이 동전의 양면처럼 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졸속과 엉뚱함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희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형 정보화에는 인권 의식이 실종됐다는 개탄의 목소리도 높다. 최근 국가기관이 PC통신 검열에 직접 개입하거나 엄격하게 보호 받아야 할 개인정보를 공동이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인권침해와 위헌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정보통신부는 한총련 출범식에 즈음해 경찰청의 협조 요청에 따라 60여 명의 PC통신 아이디를 사용 중지하고 통신글을 삭제하도록 PC통신업체에 직접 지시했다. 홍성욱 교수(캐나다 토론토대학 철학과 교수, 주간 <한겨레21> 169호 95쪽)가 제시하는 해결의 실마리는, 비교적 시시하면서도 거국적(?)이다. 복잡한 주민등록증이 없어도, 이를 제시하라는 불심검문 없이도, 온 국민의 지문을 채취하지 않아도 살기 괜찮은 사회를 꾸려 나갈 수 있음을 국민들 스스로에게, 그리고 정치인과 정부관료에게 납득시키는 데 있는 것 같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있어서 성경적인 판단을 내리고 조속한 조처를 취해야 할 기독교계가 조용하다는 것이다. 전자주민카드는 크리스천들에게 신앙의 밑바닥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전자주민카드가 곧 666 바코드인가', '크리스천이 전자주민카드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라는 문제제기가 이루어졌다면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조속히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강정룡 기자(feel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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