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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주는 것

문 실/전남 대학교 국문과

"나 는 사랑 받지 못한 아이야. 좀처럼 사랑 받을 구석도 없는 아이. 아무도 날 사랑해 주지 않아! 세상은 가식으로 가득해!" 한 아이가 이렇게 주저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앤 짐을 꾸리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보겠다고. 좀 가련했다. 생각하니 그 모습은 그 아이만도 아니었고, 내 어느 시절이기도 했다. 그래서 난 긴 생각 속에 빠졌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기에게 대하여 솔직하고 꾸밈이 없는 사람. 나는 이런 사람이 좋다. 도랑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같이 시원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좀처럼 이런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것은 자꾸자꾸 세상이 우리의 눈을 고정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누군가에 의해 조장된 기준 ― 이러이러한 사람. 눈에 보이는 패션을 보아도 그렇다. 몇 년 전만 해도 촌스러워 줘도 안 입던 색깔의 옷이 이제 보니 예쁘게만 보여 덥썩 사들었던 적이 있다. 눈이 변하는 것은 무섭다. 어릴 적엔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로 예뻤는데 이젠 텔레비전에 나오는 누가 훨씬 더 이뻐 뵈는 것. 어쩌면 눈만큼 마음도 따라 아주 많이 변해버린 건 아닌 지 모르겠다.

얼굴 생김새가 한 사람도 똑같지 않은 것처럼 우린 제각기 다른데 기준은 하나이다. 더구나 그 기준마저도 시시각각 변해가기 때문에 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만족해 하지 못한다. 그것이 우리를 상대적 열등감에 빠지게 한다, 풍덩―.

때로는 상대감이 선한 경쟁을 일으키기 때문에, 하나님이 이렇게 두고 지켜보시는 것일텐데….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걸 잘못 활용하고 있다. 가지지 못한 것 때문에 자기를 야단치고 미워하고 포기한다. 그럴 때 또 하나의 나는 얼마나 불쌍한지. 그럴수록 자기를 은폐시키고 그럴싸한 것으로 자기를 치장하려 든다. 그래서 자기의 일부만을 인정하고 나머진 애써 지워 버린다. 내가 나를 알지 못하는 것, 이것은 결국 나를 사랑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이다.

성경에서는 변하지 않는 잣대를 제공하고 있다. 달란트 비유에서 주님은 받은 만큼의 분량대로 적절하게 지혜롭게 일하기를 기대하셨다. 달란트는 주님이 내게 주신 자랑할 만한 것, 특별한 기술이어서 주님께 감사하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맡겨 두신 것이다. 하나님 일하시는 데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일을 기쁘게 여길 자들에게 종류별로 맡겨 놓으신 것이다. 손과 발 각기 어느 것에 더 가치를 두지 않고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지켜가는 것처럼, 일하기 싫어하는 세대들이 왜 달란트를 더 받으려 불평들인지 의아해 할 만한 일이다.

자기를 사랑하기 위해서 내가 가진 것과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인정하고 나름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나에게도 역시 못난 부분과 잘난 부분이 있다. 못난 부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열등감이고 잘난 부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교만인 것처럼 여기는 생각은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 있는 그대로를 내어놓고 나면 남들의 소리에도 민감할 필요 없다. 내가 거리낌 없어 하는 내 부족한 것에 대해 다른 사람을 따라 흔들릴 필요도 없다.

'나는 나'라는 말을 좋아한다. 인정하고 싶은 80% 말고, 전부가 사랑해야 할 나이다. 나 그대로의 나인 것이다. 아무도 사랑해 주지 않는 작은 영역이 있다면 적어도 그 부분 만큼은 내가 사랑해 주어야 겠다. 묻어두지 말고 오히려 아끼고 개발시켜 나갈 수 있었음 좋겠다. 그것이 자기 사랑이다. 나에게 애착을 갖는 것. 그래서 자신의 겉을 기어이 포장하지 않아도 좋을 사람.

우린 너무나 사랑할 줄을 모른다. 나에 대해 사랑할 줄 몰라서,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진솔하기도 하지만 남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날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남도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억지로 하지 않아도 사랑하게 된다. 다 나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테니까. 나와 색깔은 달라도 똑같은 무게로 사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부자와 가난한 자. 가난한 자를 더 동정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래야 할 게 있다면 부자의 마음을 헤아리려고조차 하지 않는 정말 인색한 마음이다.

나는 사랑을 주며 살고 싶다. 사랑은 주는 것이란다. 성경뿐 아니라 나보다 먼저 살았던 철학자, 시인 아무도 사랑이 받는 것이라고 노래한 자는 없었다. 사랑이라는 말에는 이미 주는 것이란 말이 포함돼 있다. 사랑과 받는다는 말은 물과 기름처럼 어느 사람의 가슴에서도 영원히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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