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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22

 

 

 



 

 

■커버스토리

예배당에 치성 드리기


왜곡된 성전 개념이 빚어내는 비 성경적 행태들


교회가 곧 성전이다'는 잘못된 생각은 교회 운영의 여러 측면에서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건물 자체를 성역시하며 집착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각종 비 성경적 행태들은 그러한 생각의 당연스런 귀결이다.

대표적인 것이 '예배당' 건축에의 열렬한 사명감이다. 넓은 부지에 최고급 자재를 이용하여 웅장한 건물로 건축해야 한다는 말을 너무나 당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솔로몬이 레바논의 백향목과 온갖 귀한 금·은·보석을 가져다가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한 구약의 역사는 '예배당' 건축의 당위성을 증명하는 사례로 둔갑하여 설교 때에 자주 인용된다.

건축을 앞둔 교회들은 수시로 성전 건축을 위한 특별 새벽 기도회나 성전 건축을 위한 부흥회를 갖고 건축 헌금을 강조한다. '예배당' 건축이 곧 '성전' 건축으로 통한다. 교육·구제·선교 보다는 건축을 위한 자금이나 건축시 받았던 융자를 갚는데 더 많은 예산이 책정되는 것도 '예배당' 건축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일부 교회들을 바라보자면 중세시대 교황청에서 성 베드로 성당을 짓기 위해 면죄부를 팔아 돈을 모았던 오욕의 역사가 떠오른다. 예배당 건축 헌금을 내는 것은 하늘에 복을 쌓는 것이며, 교회내 어떤 봉사보다도 가치 있는 일인 것처럼 과대 선전을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성전' 개념에 충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면죄부를 팔던 중세의 교황청 수사들처럼 "세상에서 지은 죄를 회개하고, 여러분의 복을 하늘에 쌓으라!"고 외치는 교회들을 아무도 나서서 비난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교회 건물을 개방하지 않으려는 태도 역시 예배당을 성역시하는 한 형태이다. 예루살렘 성전 안에서 장사하거나 호객 행위를 하던 자들을 예수께서 쫓아내신 사건을 예로 들면서, 중·고등부의 '문학의 밤' 행사라든지 '가스펠 컨서트', 서적 전시 등에 본당을 내주는 것을 꺼려한다.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거룩한 성전(?)을 이방인에 의해 더럽힐 수 없다는 명분에서다. 그래서 이런 행사들은 어쩔 수 없이 좁더라도 교육관이나 식당에서 하게 된다.

예배당에 필요한 가구나 성구를 취급하는 회사들의 부추김도 예배당을 성역화하는데 기여한다. 하나에 몇십만원씩 하는 원목 의자나 강대상, 금을 도금해 만든 초호화 성구를 광고하면서 "성전의 품위를 한층 더 살려주는…" 같은 문구를 사용한다. 속없는 일부 교회들은 이러한 부추김에 들떠 기백만원을 호가하는, 그러면서도 눈요기감에 불과한 금촛대나 샹들리에·원목 받침 같은 것을 못 사들여 안달이다.

앞서 언급되었지만 '성전'의 의미가 벽돌로 올려진 건축물 자체가 아닌 각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부여되는 예수님의 언약이라고 할 때, 진정한 성전 건축의 의미는 드러난다. 크고 좋은 예배당을 지어서 하나님께 영광돌리고 사람들을 강권하여 데려다가 채우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 여기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이런 생각은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고 선교에의 지상 명령을 감당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개신교 교회가 성장을 멈추었고, 이 땅의 교회들도 사람들을 잃어가는 현상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 웅장한 교회 건물을 이슬람 사원으로 팔아 넘기는 미국의 실정이 21세기를 앞둔 우리 교계에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오늘의 시대는 건물이 아무리 훌륭하고 아름답다 해도 영혼을 붙들어 놓을 수 없는 시대이다. 이런 저런 차원에서 전도는 계속 하고 있지만, 교회에서 사람들이 점차 떠나고 교계 전반적으로 침체에 허덕이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주일에 교회에 나와서 얻을 수 있는 영적 안식과 평안보다는 다양한 취미 활동이나 여행에 더 큰 가치를 두는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현대인들이다. 이들에게는 사람을 중시하며 그 안에 하나님의 성전을 형상화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준비된 교회만이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글 : 강정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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