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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5

 

 

 

 

 

 

  

■특집


PC 통신에 나타난 연대 성정치 토론

 

PC 통신 천리안 연세대 동호회 토론실에 올라온 글이다. Queer21 이라는 서동진(연대 사회학과 대학원 재, 컴투게더 대표간사)님의 글과 연세대 중도 자보판에 붙여놓은 한 크리스챤의 글을 요약했다. 참고로 컴투게더는 대학동성애자인권모임을 지칭한다.

 

성정치문화제 참관기 : 서동진 

지난 10월 며칠 동안 연세대는 학교 안팎을 발칵 뒤집어놓은 소동으로 들썩였다. 그 소동의 진원지는 연세대 총학생회 성정치국에 의해 개최된 "성 정치문화제" 라는 행사였다. 연세대 내부 역시 이번 행사를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미션스쿨이 가져야할 예의 도덕적 정숙과 미덕에 대한 충정이 무너졌다는 이유에서 일 것이다. 연세대학교의 "성정치문화제"는 성과 정치라는 주제를 대학공동체라는 시민사회의 토론 속으로 끌어들였다. 그래서 이번 행사를 둘러싸고 쏟아졌던 수많은 말더미들과 소음들을 헤집어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이번 <성정치문화제>의 행사의 표제는 "날 강간하라 ! Rape Me!" 였다. 상당히 끔찍한 역설적 연상작용을 불러 일으키는 이 슬로건은, 많은 신문들이 친절히 알려준 대로 너바나 Nirvana라는 올터너티브록 밴드 노래 제목에서 빌려쓴 것이다. 그들의 전작앨범으로는 유작앨범이 되어버린 "자궁속으로 In Utero" 라는 앨범에 실려있는 곡은, 구 유고슬라비아, 지금은 보스니아로 불리는 곳에서 벌어진 집단강간캠프에서의 여성강간에 대한 분노와 고발을 담고있는 곡이었다. 이런 도발적인 명제를 행사의 주제로 삼은 데 대해 연세대 총학생회는 거칠고 단조롭지만 매우 분명하게 말한다. "날 강간하라!" 얼전 성회롱이라는 낱말을 유행시켰던 우조교사건의 항소심 패소로 원심승소판결에 힘입어 사회적으로 고조된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은 희화화되어 버렸다. 르완다와 보스니아에서는 7세 이상 40세 미만의 수많은 여성들이 지금도 강간캠프에 갇혀 집단적으로 지속적인 강간과 폭력 속에 감금되어있다. 성의 상품화와 자본주의는 가부장제의 짝패로 여성들을 항상 대상화시켜왔고, 육체화되어있는 여성이미지는 선정성이나 모성적 감수성으로 밖에 재현되지 않는다. 여성들은 집단적으로 강간과 성폭력에 대한 공포를 강요받으며 자신의 육체에 대한 원죄의식을 지니게된다. Rape Me! 날 강간하라! 여성의 육체를 지배하는 폭력에 대한 역설적 항변이다. Rape Me! 날 강간하라! 단지 페니스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도 이 시대의 성폭력의 가해자가 되어야하는 남성들의 슬픔이다. 애초 개막식 당시에 공개하기로 예정되었던 "자궁속으로 In Utero" 라는 조형물이 준비미비 탓에 그 다음 날에야 설치되었다. 이 조형물은 여성의 자궁을 상징하는 대형 설치물로 여성의 질 속으로 들어간다는 쾌락적 체험을 여성의 입장에서 되짚어보는 것이다. 그 조형물 속에는 티비모니터가 여러대 설치되어있고, 그 모니터에서는 여성의 강간 장면이 반복재생되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이 설치는 이번 행사의 의도를 가장 명료하게 설명해준다. 한편 수많은 오해와 상상력의 상승작용을 불러일으킨 성상품화를 상징하는 조형물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이 조형물 역시 오직 자신을 탐스럽고 아름다운 구경거리로 만들도록 강요당하는 여성을 상징한다.

"당신의 육체는 전쟁터이다 Your Body is a Battle Ground" 라는 바디 페인팅은 그 기획의도와는 무관한 해프닝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흥미롭게도 이번 행사에서 정작 언론의 눈요깃거리로 지목을 받은 것은 바로 이 프로그램이었다. 아마 이들이 맘 속에 품었을 짐작이란 뻔한 것이었을 것이다. 이들의 머리 속엔 수염을 단 여대생이나 이성전환주의자같은 모습을 취한 남자대학생, 그도 아니면 과다노출을 하거나 나체를 한 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이들이 입맛을 다시며 사진기자들을 대동하고 당도한 바디페인팅 장소엔 뺨이나 손등에 얌전히 이번 행사의 뱃지 로고를 그려넣는 학생들 뿐이었다. 어떤 매체들은 아예 이번 행사가 성해방을 주장한다고 아주 천연덕스럽게 보도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충분하지는 못해도 "성정치문화제"의 주최자들은 그에 대해 이미 항변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팜플렛에서 분명하게 그런 오해의 여지를 스스로 반박하고 있다. "성정치란 것은 6-70년대에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당시 유행하던 성이나 프리섹스(free sex)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성애화된 성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대의 "성정치문화제"를 요령껏 정리한다면 그것은 『이중 덫에의 갇힘』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먼저 하나의 덫은 성을 사적인 낭만적 삶의 테두리 속에서 이해토록 장려하고 설득하여온 이데올로기적 덫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덫은 성을 자유와 해방, 억압과 금지로만 간주하여온 그래서 그 가설에 따라 행동하도록 만드는 앎과 행동의 덫이다. 이렇게 성과 정치라는 이름을 이어붙임으로써 모색하고자한 전망은 삽시간에 휘발되어버리고 우스갯거리가 되어버렸다.

연세대 중도 자보에 붙여놓은 한 크리스챤의 글

첫째로 동성애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밝혀야 겠다. 나름대로 정당한 취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제를 기획한 총학에서는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오류를 드러내었다고 생각한다. 이 문화제에서는 "인권문제"와 "동성애라는 행위자체의 정당성문제"가 혼재되어서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먼저 정당성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문화제는 사회적으로 지금까지 소외를 받아온 여성과 게이/레즈비언들의 인권회복이라는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모든 문화제의 프로그램들은 오히려 "인권"보다는 "동성애라는 행위자체가 정당하다"는 결론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을 준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성애적 성이 강요된 환상"이라 전제하고 따라서 그것은 계몽에 의해서 당연히 해체되어야 될 것으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렇게 성을 상대화시키는 것은 또 하나의 성의 절대화를 부른다. - 사실 절대적인 것이 없다는 주장이야말로 가장 절대적인 것일 수 있다. 많은 학우들(특히 기독학생들)이 바로 이 점에서 알레르기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기독학생들이 이토록 동성애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은 앞서 두차례의 자보를 통해 얘기되어진 바 있다. 동성애는 성경에서 분명 죄라고 명시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동성애가 죄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하나님께서 남성과 여성을 창조하신 근본 질서에 위배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또 일부 학우들이 동성애에 보이는 혐오적인 반응 - 물론 그들의 그런 극단적인 표현에 대해 개인적으로 찬성하지는 않지만 - 역시 총학의 주장대로 사회적 관습과 억압에 의한 세뇌의 영향이라기 보다는 그것이 인간 스스로의 "본성"에 거슬리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두 번째로 인권의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동성애자들의 인권"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그것이 곧 "동성애의 정당화"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여기서 나는 하나의 완결된 해답을 제시하고 싶지는 않다. 아니 완결된 해답을 제시할 능력도 없다. 다만, 게이/레즈비언들의 인권에 대해서는 아주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동성애 자체의 정당성"에 대해서 수긍할 수가 없다. 그것은 곧 인간이기 때문에 그 권리가 존중받는 것이지, 동성애 자체가 정당하기 때문에 그 권리가 존중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인권존중과 동성애 행위 자체모두를 긍정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결국 문화제가 합의된 "인권"의 문제와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는 "동성애"의 문제를 한 덩어리로 묶어서 "동성애의 정당성 = 인권존중"이라는 어설픈 결론으로 치달았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일 뿐 아니라 중립적 입장을 취해야 할 총학이 보다 신중했어야 할 부분이다. 성정치 문화제의 의미와 그 의도는 차치하고서라도 진행 과정 속에서 보여졌던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안타까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일부 기독학생들은 이번 문화제의 근본 의도를 무시한 채 표현된 방법 - 예를 들어 야한(?) 사진을 걸어두고 콘돔같은 것을 전시해놓았던 점등 - 만을 문제삼아 과격하게 대처했고 일부 학우들은 기독학생들이 주장한 내용에 대한 관심과 타당성의 여부보다는 그들의 현명치 못한 반응에 분개하고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까지 섣불리 판단하려 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이번 성정치 문화제" 기간중 가장 의미가 있었던 시간은 금요일의 자유 발언대 시간이 아닌가 싶다. 비록 서로가 갖고 있는 기본 전제들이 달라 일치된 의견을 만들 수는 없지만 적어도 상대방이 무엇을 얘기하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관심과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여 주었던 시간이었다. 의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것은 미성숙함의 표지이다. 의도를 고려하는 성숙함과 그것에 대한 반응방법의 성숙함이 동시에 필요하다. 연세 공동체가, 원래 제기하고자 했던 본질적인 문제를 가지고 깊이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 이런 아쉬움이, 좀더 나은 성숙함을 낳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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