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공소권 없음 vs 특별법, 특별검사제를
제정하고 처벌해야한다
'역사는 단지 흐르는 강물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이는
한민족의 주춧돌이다' 요즘
대학가나 도청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5·18 학살자
불기소 처분'에 관한 항의
문구들 중의 하나이다. 대한
민국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역사는 단지 흐르는
강물'이라고 믿는 사람들,
'역사는 차곡차곡 쌓이는 주춧돌'이라고 믿는 사람들. 전자의 경우
총칼로 정권을 잡은 군부 세력이고 후자는 다름 아닌 국민들이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를 판단하겠다고 나선 한 사람. 그는 서울에 있는 큰
교회의 장로님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는 전자의 손을 힘없이 들고
말았다.
분노하는 캠퍼스
'공소권 없음' 결정에 가장
먼저 반기를 든 것은 역시
운동권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격렬한 시위와
단식농성, 서명운동으로
김영삼 정권의 '해괴
논리'에 거세게 저항했다.
남총련 측에서는
'5·18투쟁 계획 선언서'에서 "5·18투쟁은 집권 안정화를 위해
학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국민이 아닌 보수 반동 세력과의 화해정치를
펼치겠다는 김영삼 정권을 고립시키고 96총선 승리의 토대를 확보하는
투쟁이다"라고 김영삼 정권의 '공소권 없음' 결정의 의도를 나름대로
정리하고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내비치고 있다.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간부 강광현씨(23세, 경제3)는 "5·18 투쟁은 왜곡된 민족사를 바로잡고
우리 사회의 가치관을 세우는 투쟁이다. 이를 계기로 학생운동이
전국민적인 신뢰를 회복하고 이후 정치적 대안 세력으로 발전하는데
있어서 분기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현정권의 퇴진 문제와 특별법,
특별 검사제 도입 등이 투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들의 반발성명
현 정권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 여기에 기름을 부은 이들은 그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이었다. 고려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시발로 시작된
교수들의 반발성명은 실로 그 파장이 매우 높았다. 학생운동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국민들의 정서' 앞에서 사회 최고의 지성으로 여겨지는
교수들이 같은 성격의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특별법 제정과
특별검사제 도입을 촉구하는 교수들의 서명운동을 5천명을 넘어서도
있다. 8월 29일 서울대 교수 230명이 성명을 발표했고 전남대를 비롯한
지방대학들도 일제히 성명을 발표했다. 87년 6월 항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확산되는 처벌요구
교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8월 30일 전남
지역 초, 중, 고 선생님들이
'5·18주동자 구속기소와
특별법제정을 위한
교사선언'에 이어 광주,
전북, 충남 지역 교사들도
선언문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전교조 차원의 대응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월 18일 김영삼 정권이 오월문제를 '공소권
없음'이라는 결정으로 마무리 지으려 한지 3달이 넘어갔지만 교수들과
초, 중, 고 교사들의 성명서와 서명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법조인들의
문제 제기도 만만치 않다. 지난 8월 18일 대한 변호사 협회에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과 '공소시효 연장에 관한 법률'
제정을 촉구하는 입법 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8월 23일부터는 학살자
처벌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에 천주교, 불교, 기독교 등 각 종교단체가
전국민적인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나섰다. 9월 18일에는 천주교 정의
구현 전국 사제단과 광주 대교구 정의 평화 위원회가 명동성당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5·18 특별법제정과 특별검사제 도입'을 촉구하는 12만
명의 서명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유림들까지 성명서를 발표하여 학살
책임자의 처단을 외치고 있다. 유림들은 성명서에서 " '절구(장신구를
훔침)한 자 목을 베이고, 절국(나라를 훔침)한 자 제후가 된다'는 봉건
시대의 논리가 그대로 지배하는 작금의 현실을 투탄하며..."라고 입장을
밝히고 특별법제정과 특별검사제 도입을 촉구했다.
정기국회가 갈림길이다
불일 듯 일어나고 있는 국민들의 의지가 실현될지는 지금 진행중인
정기국회에서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다. 한총련 측에서도 국회 일정을
검토해가며 5·18 투쟁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전남대 총학생회
간부 강광현씨는 "김영삼 정부가 정기국회에서 자기에게 불리한 여러
문제들을 논점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교육위원 선거파동, 국회의원
수뢰사정 등 제 2의 사정 바람을 몰고 와 자기에게 유리하게 쟁점을
바꾸려하고 있으며 사정의 칼날을 이용 '국민회의'에 위협사격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이번 정기국회 기간 동안 단식농성 등 강도 있는 학생
운동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말뿐인 문민정부, 행함 없는 장로님
문민정부의 요란하리만큼 거창한 출발, 그 기억을 지닌 많은 국민들은
갈수록 실망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문민정부가 내 걸었던 수많은
공약들이 지금은 세계화 논리에 휘말려 수장되는가 하면 5·6공 때도
자행된 바 없는 성소 난입을 서슴지 않는 잔악함마저 보여주었다. 이에
가장 당황하는 이들은 한국에 살고 있는 천만 기독인들이 아닌가 싶다.
성수대교붕괴, 삼풍사건 등 큼직한 사건마다 기독인이 개입되었다는
소식이 수많은 설교의 제목들이 되었고 4천만이 한 목소리로 비난하고
있는 대통령마저 장로님이 아니던가. '행함 없는 믿음'을 책망하는
선지자 야고보의 말씀을 깊이 묵상해야 할 책임이 우리 기독인들에게
있지 않을까?
취재 : 부질없는 소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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