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21 Logo

 Voice21 No.37

 

 

 

 

 

 

  

팡세


 

김병혁 전도사세상에는 우리의 신앙으로 이해되지 않으며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그 때마다 신앙인들은 이렇게 외치곤 합니다. "성경으로 돌아가면 돼요." 이 말만큼 강력하고 확실한 해답은 없습니다.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데 이를 부인하고 논쟁하려 든다면, 이미 그 사람은 신앙인이 아니라고 고백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발언과 함께 그 동안의 논쟁은 종결되고, 기도로서 결단을 촉구하곤 합니다.

그러나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말에, 그것이 가지는 권위만큼이나 엄청난 모순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말을 달리 표현한다면 성경에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아보자는 뜻입니다. 하나님이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보자는 말입니다. 그러기에 이 말은 전통과 해석에 관련된 어떤 신학적인 또는 신앙적인 행위와 결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말속에는 어떤 전통에 근거한 해석으로 돌아간다는 전제가 이미 내포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전통이란, 어떤 신학적인 해석학적 틀(frame)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믿음의 조상이나 선배들이 세운 어떤 원칙과 틀을 통해 성경을 이해하고 해석한다는 뜻이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볼 때 우리는 종교개혁자들과 그들의 정신과 사고를 이어 받아 계승 발전시킨 개혁주의적 신학자들이 세워놓은 성경적 원칙과 교리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말만 되풀이하는 자들, 그리고 타협과 양보의 정신을 발휘해서라도 성경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자들의 경박한 견해는 교회 벽에 붙여진 아기 예수를 안은 마리아의 그림을 훼손시키지 않도록 하는 일에는 도움을 줄 수 있을는지 모릅니다. 자신의 심장 속에 예수 그리스도의 뜨거운 피가 흐른다고 외칠지언정 말입니다. 하지만 그는 성경과 상관없이 자기 만족과 추구에 신이 나서 살아가는 열심 있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성경은 사람이 목표를 설정하고 열심히 사는 것에 만족할 만큼 세속적이지 못합니다. 성경은 어떤 사람이 그리스도의 심장을 안고 그리스도인답게 행동하느냐보다는 그가 성경의 말씀대로 생각하느냐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신앙인들은 성경이 우리에게 원하는 그 무엇에 어떻게 해서라도 응해야 한다는 거룩한 강박관념에 빠져있습니다. 어떻게 하나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을까, 교회를 위해 무얼 할까, 내 자신의 영성 개발을 위해 어떤 방법의 묵상과 연구를 할 것인가, 청중을 감동시키기 위해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 많은 신앙인들은 온통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하루를 보내면서 이 일을 주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 사로 잡혀 있는 사람들은 하나님이 무엇을 하시는 분인가에 대해 묵상하는데는 서툽니다.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 지, 무엇을 말씀하시고 원하시는 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내가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관심밖에 없습니다. 신앙의 전통과 내용보다는 실존적 행동에 관심이 있습니다. 말씀에 대한 깊은 연구와 묵상보다는 슬로건과 운동을 일으키는데 관심이 있습니다. 죄성에 대한 철저한 자기 인식보다는 자유의지에 대한 자신감에 들떠 있습니다. 전통적인 고풍스러움보다는 현대적 세련미만을 강조합니다. 진정한 복음을 전하기보다는 사람을 끌어 모으는 데 재주가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 철저하게 서기보다는 여러 사람들과 교제하는 데 시간을 많이 보냅니다.

이러한 신앙인들은 대개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철저하게 외워두었던 성경 구절을 적절히 활용합니다. 그것이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자신들의 최종적인 관심사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성경과의 만남은 이미 잘못된 만남이요, 진리와 다른 해석일 수밖에 없습니다. 성경으로 돌아가는 데는 성경을 몇 구절 인용하거나 그 분위기에 맞는 성경구절을 찾는 데 있지 않습니다. 어떤 신앙고백과 전통을 통해 그 성경을 바라보며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면 진실로 성경으로 돌아가자고 할 때, 어떤 신앙고백과 전통으로 돌아가야 할까요? 종교개혁의 정신을 받고 믿는 성도라면 개혁된 말씀으로 돌아가야 하며, 그 말씀을 해석하고 고백한 신앙전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초등학교 어린이도 아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데 신비주의, 자유주의, 근본주의, 합리주의, 개혁주의 중 어느 신앙전통과 경로를 선택하겠습니까?


김병혁 전도사 / 경기도 화성교회

 

 


Copyright(c) 1998, Voice21.net. But All right not reserved.
The grace of the Lord Jesus be with God's people. Amen (REVELATION 2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