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21 Logo

 Voice21 No.34

 

 

 

 

 

 

  

■서로돌아보아

"걱정, 전혀 안 해요!"

젊은 크리스천 웨딩 샵, 줄리엣 웨딩

 
 따뜻한 봄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봄. IMF 한파도 어쩌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사랑, 그리고 그 결정체, '결혼'. 오늘은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따라 웨딩 샵 한 곳을 찾아가 보았다.
 

어색한 만남

충장로 1가 뉴욕 베이커리 3층. 달랑 한 장의 명함을 가지고 조심스레 계단을 오른다. 인터뷰 날짜를 미루고 미루어 온 게으름 탓에 미안함이 가득이다. 푸근한 전화 목소리에 희망을 걸어 보지만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찾아가겠노라고 전화를 한 지 벌써 한 시간도 더 지나버렸다.

똑 똑.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여는 순간, 후리지아 향도 아닌, 그렇다고 오렌지 향도 아닌 향긋한 내음이 물씬 풍겨온다. 녹차의 구수함과 함께 묘한 조화를 이루어 '찻집 문을 열지 않았나' 하는 착각에 잠시 머뭇거린다. 더구나 깔끔한 커트 머리에 은테 안경을 쓴 명함 속의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잘못 찾아왔나 망설이는데 덥수룩한 단발머리에 수더분한 인상의 남자분이 정겨운 웃음을 보낸다. 바다 빛 드레스가 눈에 든다. 그 옆 새하얀 드레스도 보인다. 그때서야 제대로 찾아왔구나 하는 안도감에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무서운 병아리(?)

오늘 '줄리엣 웨딩'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남희경 사장님과 조정우 사진실장님 두 분이었다. 지난 1월에 문을 열었다는 '줄리엣 웨딩'은 그래서인지 뭐든 새것 냄새가 난다. 가구들도, 드레스도, 그리고 사람들도 모두 새롭다. 문성호 비디오팀장, 남경원 이벤트사업부실장을 포함해서 정식 직원들만 18명이라니 규모도 그리 작지는 않은 모양이다. 계속된 남 사장님과 조 실장님과의 대화는 규모만 아니라 사람들도 그리 작지는 않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희경 : 27살. 성악 전공. 3학년 때 디자인 공부 시작. 순복음 교회에서 목회를 하시는 아버지 밑에서 자람. 졸업하고 곧바로 웨딩 샵 시작.

정우 : ??살. 광신대학교 신학부 졸업. 사진 공부. 작업실을 가지고 있음. '줄리엣 웨딩'에 스카웃 당함.

'자기 소개'를 해 보라는 우스운 요구에 그들의 실체가 벗겨진다. 결코 만만치 않는 사람들이다. 이제 27살인 아가씨가 여기 '사장님'이란다. '남 사장'이라는 어색한 칭호의 그 여 사장님 말을 들어보자.

"개척하고 어렵게 목회 하시는 아버지,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돈 많이 벌어서 어려운 목사님들을 도와줘야겠다고.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는지 정말 절실했어요."

 

고통을 딛고 서서

하지만 기회는 그리 빨리 주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4년 정도를 병상에서 지내야만 했던 것이다. 어려울 때 감사하는 사람이 진정한 신앙인이라는 생각으로 늘 불평하지 않으려 몸부림치던 그녀였지만 디스크로 인한 뼈저린 고통 가운데 그녀는 한갓 여린 목숨일 뿐이었다. "하나님, '왜 날 이렇게 고통스럽게 하십니까?'하고 원망하는 것은 제 본심이 아닌 거 아시죠?" 하며 고통에 굴복하지 않으려 했던 그녀도 죽음을 넘나드는 고통 속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누워서 보는 햇살이 너무나 곱고 좋아서 일어나 햇볕을 쬐며 걸어보는 게 소원이었다는 그녀.

"너무나 괴로워서 차라리 굶어죽자 생각하고 밥을 굶었어요. 하지만 죽으려고 보니 그런 말이 또렷이 생각나더군요. '사명이 있는 자는 죽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나를 죽이지 않으시는 걸 보니 일어나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삶과 죽음이 종이 한 장 차이더군요."

살아야겠다는 의지와 기도에 그녀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의사들도 놀랄만큼 그녀의 회복은 빨랐다.

음악과 디자인을 함께 공부하며 그녀는 사업구상과 함께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리고 협박 반 애원 반으로 하나님과 약속했다. 3년 안에 3천만원을 벌겠다고, 그래서 십일조를 3백만원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그렇게 '줄리엣 웨딩'은 문을 열었다. 돈 한 푼 없이 말이다.

 

버는 것보다 나가는 것 더 많지만

신학교를 졸업한 후에 작품 사진 공부를 하고 있던 조 실장님은 주위 형님들 부탁으로 결혼 사진을 찍어주다가 우연한 기회에 '줄리엣 웨딩'과 인연을 맺게 된다. 모인 사람들이 모두 크리스천이라 처음 보자마자 함께 일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는 조 실장님은 그저 사진이 좋아서 이 일을 한다.

"돈을 벌려면 여기 있지 않지요. 적자가 엄청 나게 나지만 선교한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냥 하나님께 다 맡겨 버리면 걱정이 없지요."

사람들이 이렇게 태평할 수가 있을까. 문을 열고 두 달 동안 적자가 엄청나단다. 여기저기 광고 내느라 돈을 수 억(?) 들이는 데다, '무료' 서비스는 또 얼마나 많은지. 그런데도 이들은 무사태평이다.

"금년 일 년 동안 목회자 자녀들에게 세탁비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예식을 치룰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이에요. 그래서 오늘 광주 시내 교회에 다 뿌리고 왔어요."

'줄리엣 웨딩'은 아주 싸게 엉망으로는 절대로 일하지 않는단다. 조금 더 투자해서라도 확실한 서비스만을 제공할 것을 몇 번이나 강조한다. 최대한의 서비스가 그들의 생명인 양. 그래서 그들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오픈 'Wedding Car'를 예식 당일에 한해 무료로 대여해주는 서비스도 마련해두고 있다.

 

성공 시대를 위해

사업이 커지더라도 무리한 확장은 절대하지 않을 것이며 꼭 필요한 부문에만 집중 투자 하겠다는 남 사장님은 야무진 꿈이 하나 있다.

"주일 저녁에 하는 '성공시대'라는 다큐멘터리 보셨어요? 성공한 사람들이 나와서 성공담을 이야기하고 성공철학 같은 것을 나누는 자리지요. 저는 성공해서 꼭 그 프로그램에 출연할 겁니다."

그래서인지 미리 인터뷰를 준비한 듯 거침없이 말한다. "일을 함에 있어서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입니다"라느니 "인간관계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정면돌파입니다"라는 둥. 조 실장님의 말을 빌자면 '장군감'이라는 남 사장님은 지금의 자신이 있는 것이 부모님의 기도 덕분임을 늘 감사한단다. 어머니, 아버지가 든든한 후원자라는 조 실장님도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유학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자기 발전이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줄리엣 웨딩' 식구들은 오직 한 가지 사실을 믿고 기다린다. '하나님이 믿는 자에게 무한한 부를 주셨다. 우리는 그것을 누릴 권한이 있다.'


김후지 기자

 

 


Copyright(c) 1997, Voice21.net. But All right not reserved.
The grace of the Lord Jesus be with God's people. Amen (REVELATION 2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