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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32

 

 

 

 

 

 

■포커스 - 사회

IMF한파,복지시설어려움더해

겉치레 사랑·생색내기 이웃 사랑 이제 그만



경제를 꽁꽁 얼어붙게 했던 IMF 한파가 복지시설에까지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경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불우이웃을 찾는 손길은 늘고 있다'는 보도는 정작 복지시설에 별다른 도움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지금 복지시설은 현저하게 줄어드는 후원으로 운영마저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다.

정신 지체 장애인 수용 시설인 '애일의 집'의 변귀숙 원장은 "어려움이 이루 말 할 수 없다. 정부 보조도 없는 형편에 후원금은 말할 것도 없고 찾아오는 방문객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물론 복지시설의 어려움이 하루 이틀 사이의 문제는 아니다. 지나치게 낮은 사회복지비, 그리고 국민들의 무관심이 늘 복지시설을 어렵게 해 왔다. 그러나 갑자기 불어닥친 IMF 한파는 그나마 남아 있던 사람들의 온정마저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정부의 계속되는 무관심에, 이제는 생색내기에 그치고 마는 사람들의 겉치레 사랑까지 가세해 복지시설은 궁지에 몰려 있다.

 

"해도 너무 한다."

정부에서 책정하는 사회복지비는 지금까지 총 예산의 0.3% 정도였다. 사회복지비가 10% 이상씩 책정되는 선진국들의 예산에 비하면 '사회복지'를 한다고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다. 게다가 정말 정부의 보조가 필요한 복지시설들은 인가 규정에 충족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보조마저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비인가 시설들은 간간이 들어오는 민간의 후원으로 어렵사리 살림을 꾸려 가고 있다. 그나마 몇 안 되는 방문객들의 작은 도움이 그들에게 큰 힘이 되곤 했었다. 그러나 이젠 사람들의 방문마저도 반갑지 않다. 우루루 몰려왔다가 빠져나가 버리는 철새 방문객들로 복지시설은 오히려 머리가 아프다.

"차라리 연말, 연초가 없었으면 좋겠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판이다. 여기 저기서 찾아오는 사람들은 많아지는데, 와서 자기들 멋대로 한다. 그런 사람들은 정말 반갑지 않다." 영·육아보호시설로 정부의 보조를 받고 있는 '신애원'은 제법 큰 규모의 복지시설이다. 그러나 이곳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염현진(25)씨는, "갑자기 귤 22상자가 들어왔다. 오래 두고 먹으면 좋겠지만 상하게 되니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 요즘은 아이들에게 귤을 퍼 주고 있다. 또 초코렛이 너무 많아 걱정이다. 제품에 이상은 없지만 날짜가 지나 판매할 수 없는 초코렛을 갖다 주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 하는 것을 보면 정말 '해도 너무 한다'는 말이 나온다"라고 불편한 심정을 토로한다. 이런 명함 내밀기 식 방문은 비단 신애원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애일의 집'의 한 보육사는 사람들의 겉치레 사랑에 다음과 같이 서운한 기색을 내비친다.

"이름만 알려주고 기념 사진 몇 번 찍고 나서 가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 사람들은 손만 한 번 잡아 줘도 그렇게 좋아하는걸."

 

제발 '삭감'만은 말아야

그러나 정작 큰 걱정거리는 따로 있다. 적으나마 정부 보조로 운영되는 복지시설들은 저마다 새 정부의 사회복지비 책정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가 지원으로 장애인 재활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행복재활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공약대로만 나아지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 사회복지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야 한다. 단기적 이익만 생각하고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시설지원이나 규모 확충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았을 때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복지비 확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대다수 복지시설들은 사회복지비의 인상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못한다. 그들의 바램은 한결같다. 제발 삭감만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종전대로만 유지되더라도 상대적으로 오른 물가 때문에 어려움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여기서 예산을 더 삭감하면 정말 큰 일이다. 정부 보조는 꿈도 못 꾸는 비인가 시설에서도 "보조 해 주면 좋지만 그건 바라지도 않는다"며 현상유지만이라도 간절히 바라는 입장이다.

 

그저 관심만 있어도…

민간인들에게 바라는 요구사항도 결코 거창한 것은 아니다. 그저 관심을 가져 달라는 것뿐이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의 방학철인 요즘, 복지시설은 늘어난 자원봉사자들로 기쁨 한 편에 부담을 안고 있다. 복지시설의 한 관계자는 "할당된 시간을 채우려고 오는 학생들이 대다수이고 해당 기관에 대한 인식이나 자원봉사에 대한 사전 교육이 전혀 없어 불편하다. 교육도 해야 하고. 또 수가 지정되어 있어 많이 몰려오는 학생들을 조정하는 것도 일이다."라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영·육아시설이나 노인보호시설 등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아직도 사람들이 '꺼리는' 지체장애인이나 정신지체장애인 시설에서는 곱지 않은 사람들의 시선 자체로 어려움이 많다.

"자원봉사자들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장애인이라는 특성 때문에 더 그렇다. 훈련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훈련과 함께 관리하고 조정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는 것이 실로암재활원 곽정숙 원장의 말이다.

 

누가 우리의 이웃입니까?

인간이 무리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늘 존재해 왔었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의 불평등은 비단 어제오늘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러나 마땅히 가지지 못한 자를 책임져야 할 정부가 그 책임을 다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을 생활 규범이며 윤리라고 말하는 그리스도인들마저도 실상은 일반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 '다 어려운데 서로 양보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은 가진 자의 여유일 뿐이다.

'누가 우리의 이웃입니까?'라고 물었던 성경 속 한 젊은이의 질문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을 되새겨 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김후지 기자(huj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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