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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3

 

 

 

 

 

 

  

■특집 Ⅱ

대한민국 제국주의, 남벌(南伐)


한국의 일본 정벌이라는 파격적인 가상 역사를 다룬 『남벌』, 93년 7월부터 94년 11월까지 일간 스포츠 지에 인기리에 연재됐다. 이 후 이현세씨의 출판사인 팀 매니아에서 단행본으로 판매되었고 지금까지 권당 10만 부 이상 팔렸다. 만화 『남벌』은 영상으로 옮겨진다. 원진 프로덕션이 최근 24∼32부 작 TV 미니시리즈로 제작에 착수했는데, 제작비가 54억 원이다. 물론 내년 3·1절에나 광복절 방영을 겨냥하고 있다.

 

카타르시스를 통한 반일 감정 해소

남벌(南伐)이라는 제목은 조선시대 효종이 북쪽 오랑캐를 징벌하려는 원대한 꿈을 품었듯이(북벌) 남과 북이 힘을 합쳐 남쪽 오랑캐(?) 일본을 한번 옹골차게 혼내준다는 뜻에서 만들었다. 작가 이현세씨는 '카타르시스를 통한 반일감정 해소'라는 명분으로 '남벌'이라는 이름을 정했다 한다. '남벌'은 한일간의 가상전쟁을 소재로 한국인의 민족적인 자긍심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주인공은 재일 교포 2세인 오혜성. 전쟁준비에 혈안이 된 일본의 강경파들에게 가족을 희생당한 오혜성은 증오의 화신이 되어 일본인에 대한 처절한 복수에 나선다. 스토리가 재미있고 스케일이 큰 작품이다.

 

일본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

남학생들이 주로 읽는 만화책으로는 남벌이 59.7%로 1위였고 일본 만화 슬램덩크가 25%로 2위를 차지했다.(중앙일보) "우리가 일본에 대해 느끼고 있는 피해의식과 일본이 우리에게 가지는 필요 이상의 자부심을 깨고 싶었다. 전세대가 우리에게 물려준 일본 콤플렉스를 다음 세대에게까지 물려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나의 작품 속에 나타난다"고 그는 고백한다. 그는 무조건적인 반일주의자는 아니다. 남벌이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증오하게 만드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일본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였다면 이제는 우리 자신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치밀한 구성과 자료를 바탕으로 한 작품

이 극화의 매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리는 그 해답을 방대한 스케일과 고무적인 구성, 그리고 돋보이는 선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스토리 전개가 웅장한데다 내용도 국민 정서와 잘 들어맞는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지구촌 한 식구'를 운운해도 치욕의 일제 36년은 지워지지도 잊혀질 수도 없는 일. 해방 후 통일 다음으로 커다란 민족적 과제로 남은 극일의 문제를 전쟁이라는 그릇에 담아 과격하지만 전면적으로 시원스럽게 풀어낸다. 또한 강렬함과 역동성에다 마치 실물 사진을 보는 듯한 정교함과 섬세함까지 갖춘 이현세 특유의 선이 독자를 사로잡는 무기다. "스토리를 전개하는 스케일이 큽니다. 남벌 같은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작가는 국내에 거의 없어요. 야설록씨는 워낙 치밀하게 자료를 모아쓰기 때문에 전혀 걱정을 안 합니다."(이현세) 그렇다면 스토리의 밑거름이 되는 자료는 도대체 무엇일까. 묘하게도 일본 방위청이 매년 발행하는 "방위백서"다. 애초 "남벌"을 시작할 때 비공식 루트를 통해 한국 국방부에 접근했는데 여러 가지로 여의치 않아 방향전환을 한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국내에서 그토록 쉬쉬하고 있는 기밀들이 일본에서는 일반서점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우습기만 하다.

 

새디즘, 매저키즘적 성향

그러나 남벌에 대해 좋은 평판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새디즘과 매저키즘적인 성향, 이건 우리 사회나 대중의 심리와도 연결이 되는 심각한 문젠데... 증오하는 대상을 철저한 악질이나 악마로 묘사하고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을 그 악마에게 철저하게 가해 당하는 입장으로 쾌감을 맛보는, 소위 매저키즘적 성향은 상당히 문제가 많은 심리라는 거죠. 그러나 이런 경향은 우리 사회에선 아직까지도 무척 흔한 것 같고 남벌은 그런 점을 최대한 이용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적어도 건강한 정신이나 특정 대상에 대한 열등감을 갖지 않은 자긍심을 가진 사회에서는 발붙이기가 힘들다는 거죠. 딱한 것은 이런 매저키즘적인 성향에 대해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조차 우리 사회에선 드문 것 같다는 것입니다. 』 (하이텔 애니동 이광섭 : kant)

 

대한민국 제국주의?

남벌에서는 일본 제국주의를 비난하는 한국인의 모순이 보인다. '침묵의 함대' 어쩌고 하면서, 일본의 제국주의 어쩌고 비난하면서, 우리 나라는 또 다른 일본에 대한 제국주의를 꿈꾸고 있다. 요즘 베스트셀러가 다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은근히 일본의 제국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우리 나라의 일본에 대한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려 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도 일본이 우리 나라를 침략했다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도입시키면서 오히려 우리 나라가 일본을 이긴다는 제국주의가 드러나 보인다. 대한민국 제국주의, 어쩌면 우리는 이것을 꿈꾸고 있는지 모르겠다. 카타르시스를 통한 반일 감정 해소 아래 폭력의 정당성과 침략의 당위성을 정당화하려 한다. 대한민국 제국주의! 이것이 남벌이라는 만화와 대일 콤플렉스가 맞물려 우리에게 통쾌감과 기쁨을 주는 것이다.


글 : 부질없는 소리 편집부

 

▶하이텔 애니동

이주석 (nomodem)

비행기 출정 전에 술을 올리고 전투에 임하는 장면이라든지 (2차 대전 당시에 가미 가제식 돌격대는 어주를 마시고 비행기를 탔는데, 돌아오지 않을 비행기라 조정사의 안전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례에 없는 행사로 굳어진 일본적인 전투 장면인데, 그것을 우리 공군에서 묘사한다는 것은 "글쎄요?"라는 말을 자아내게 한다.) 개그 컷에서 드러나는 '망치 휘두르기' 라든지 (일본 만화의 개그 컷에서 보여지는 떠메, 햄머, 망치는 그 유래가 지방 영주 통치 시대의 민란에서부터 오는 극히 서민적이고도 일본적인데...)

작가가 이러한 컷의 요소를 만화에 넣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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