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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ce 윤리 없는 문화는 망한다
많은 언론학자들은 인터넷이 단순한 통신 수단을 넘어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미디어로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일부에서는 '컴퓨터통신의 매스미디어化'를 거론한다. 더 이상 신문·방송만이 매스미디어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video와 audio, 그리고 text를 동시에 보내주고, 정보를 찾는 사람에게 그가 찾는 정보만을 골라 보내주는 등, 말 그대로 '멀티 미디어'가 최근 인터넷 방송과 인터넷 잡지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신문협회(NAA)는 뉴미디어 기술을 잘 활용한 우수 인터넷 전자신문을 선정해 '디지털 에지'라는 상을 주고 있다. 종이 신문을 함께 내는 신문사들만을 대상으로 한 상이어서 인터넷에서만 볼 수 있는 명실상부한 전자신문은 제외되지만, 이 상은 인터넷이 더 이상 단순한 통신수단이 아니라 저널리즘의 매체로 이미 등장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인터넷 미디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소자본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단다. 방송국 하나를 설립하려면 수천억원이 들지만, 인터넷 방송을 하기 위한 기본 장비는 천만원대에서 마련이 가능하다. 인터넷 신문이나 잡지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필자 역시 인터넷 잡지 voice21을 창간한 것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자본력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던 기존 언론사의 한계점이 여기서 극복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 미디어는 지금까지 언론에 조명을 받지 못했던 개인과 소수집단의 목소리를 대변할 대안 매체로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인터넷은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말길'을 터주는 꿈의 미디어로 기대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뉴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라는 장밋빛 예측도 가능하다. 인터넷에서 복음을, 아나키즘적 연대를, 자아의 실현을, 이상적인 정보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 사람들은 그것을, 그러한 세상을 바라는 것 같다. 이렇듯 기존 미디어가 뉴미디어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현실이다. 그들이 점차 권위를 잃어갈 것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전통적 미디어들은 사라질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저널리즘의 자리가 뉴미디어로 쉽게 대체될 것인지, 그렇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될 것인지에 대해선 사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뉴미디어의 부상과, 기존 미디어의 자리 매김에는 이렇듯 양면성이 있고 그 미래가 불투명하다. 여기에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의 역사를 보면 기술의 진보 수준은 항상 인간의 필요 내지는 문화의 수준에 그쳤던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는 특이한 몇몇 장족의 진보를 제외하고 말이다. 새로운 진보는 어떻게 보면 그 시대 사회의 문화가 그것을 얼마나 빠르게 수용하느냐에 달린 것이리라.
기존 언론사의 횡포, 그들도 생존을 위한 투쟁이겠지만. 다시 미디어의 상황 변화로 돌아와서, 역시 여기에도 변수가 존재하며 그 중심에는 인간이 서 있다. 기존 미디어와 뉴미디어 사이의 자리바꿈을 좌우하는 변수 중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필자의 시각으로 볼 때 현재 기존 미디어를 끌어안고 있는 언론사들의 태도 변화이다. 현재 기존 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언론사들 중 인터넷을 염두에 두지 않는 곳은 없다. 이미 거의 모든 언론사가 인터넷에 연동한 서비스를 시행중이거나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신문사의 경우만 보더라도 조선일보, 한겨레, 중앙일보 등의 중앙지는 물론, 지방지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을 사용한 최신 기사 서비스가 이미 보편화되었다. 외국의 경우 더욱 발전하여 푸시기술을 구축한 신문사 서비스들이 다양하게 선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들의 노력은 이미 사치가 아닌 생존을 위한 투쟁이 되었다.
거지들이여, 무엇을 기대했는가? 자, 드디어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21세기 정보화 사회를 낙관하는 자들은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개인과 소수집단의 목소리가 자유를 찾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현재 인터넷 미디어를 발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주체는 변함없이 기존 미디어의 주인공들이다. 소자본 소규모 인터넷 잡지를 발행하는 필자로서는, '인터넷 조선일보'와 경쟁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1년 전만 해도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했으나, 지금은 200배 정도의 인력과 어림잡아 2000배 정도의 자본력을 가진 조선일보사와 경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우스운 일이 되고 있다. 정보의 평등이니, 정보의 특화니 하는 것은 허울좋은 말장난에 그치게 되며, 한갓 꿈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드넓은 인터넷 정보의 바다 속에 수백 수천의 정보 생산자가 평면으로 존재할 때, 결국 영향력 있고 공신력 있는 주류 정보 발생원의 다수를 점유하는 것은 현재 기존 미디어 세계에서 다수를 점유했던 자본력의 몫이었던 것이다. 여전히 말이다. 정보화 사회에서 매스컴 효과의 상황 변화라는 것은, 그것이 단순히 외적인 패러다임적 변화에 그치는 것일 뿐, 그 내용과 정신에 있어서는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빌게이츠의 미소에 몰두한 채, 우리는 내실 없는 형식의 진보를 어느새 허용하고 말았던 것이다.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 문화, 그 종국은 멸망이다." 슈바이처 박사의 어록에서, 조금 바꿔 인용해 본다. 글 : 황희상(pulitzer95@hot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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