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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28

 

 

 



 

 

■TheSight-영화읽기

영화 접속나에겐 친구 필요가 없다. 컴퓨터 안에 모든 게 있다. 세기말에 꽃, 얼마나 좋은가? 24시간 통신망은 자유롭다. 나만 있는 세상, 지긋지긋한 대인관계 필요 없어…'

그룹 공일오비의 노래 'Netizen'의 한 구절이다. 더 이상 사람들을 만날 필요도 없고, 컴퓨터 안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매우 만족해(?)하며 통신을 찬양한다.

 

'채팅'이라는 비상구

영화 '접속(Contact)'은 이러한 '네티즌(Netizen, Network+Citizen의 합성명사)'들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추석 무렵 개봉 때부터 매진으로 시작한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한국영화의 기록을 위협하고 있는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 내용은 단순히 채팅을 즐기는 한 남녀의 사랑 타령이지만, 일단 컴퓨터 통신이라는 소재가 신세대의 구미를 당기고, 어두운 배경화면과 독특한 화면 구성이 신세대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마치 홍콩의 '중경삼림'이나 '첨밀밀'처럼 잔잔하지만, 긴장되는 러브스토리가 영화 전반에 흐른다.

'접속'은 전반적으로 건조한 느낌을 주는 영 화이다. '외로움'이 영화 전반을 가득 메운다. 두 주인공은 개인주의적인 신세대 사고를 반영하는 원룸에서 살고, 애초부터 가족들이란 존재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생계 따위는 걱정하지 않는 낭만주의자들이다. 두 남녀를 이어주는 것은 '벨벳 언더그라운드'라는 올드 팝이며, 외로움을 통신으로 달래고 각자 사랑의 아픈 상처를 간직하고 살아간다. 둘 다 밀폐된 공간에서 일을 하고 다소 고급 직종에 종사한다. 친구들 마저 개인적이며, 자신들의 감정에만 충실한 체 남에게 배려하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들과 함께 살지만 무인도에 사는 사람처럼 언제나 혼자일 수밖에 없는 그들. 그들은 현대인의 대표적인 모습을 그려낸다. 극도의 외로움을 느끼는 두 사람은 마침내 채팅으로 탈출구를 찾으려고 한다.

 

현대인의 탈출구 채팅(?)

우리도 잠깐 영화에서 탈출하여 '현실'을 보자. 밤마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수천 개의 대화방을 통신상에 만들고 채팅을 즐긴다. 어느 C.F. 코멘트처럼 '밤을 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채팅이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TV, 컴퓨터와의 대화가 사람들과의 대화보다 많아진 것이 현대인들이 아니던가? 그들에겐 대화를 나눌 사람이 필요하다. 사람과 교감을 느끼기를 원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 듯하다. 채팅은 이러한 인간의 욕구를 곧바로 채워준다. 24시간 대화방은 누군가에 의해 개설되어 있고, 그 곳에 막무가내로 참여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아도 대화는 이루어진다.

인스턴트 식품처럼 대화가 마음에 안 들면 주저할 필요 없이 방에서 나와 다른 방에 참여 할 수 있다. 대화방은 네티즌에게 무한히 열려 있다. 한 번도 만난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친한 친구처럼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고 공통관심사를 논의하기도 한다. 무엇이 그들을 교감할 수 있도록 하는 지, 아무소리도 없이 글자들만 오가지만 서로의 감정을 느낀다. 다소 부족하지만 마음 한 구석의 빈 공간을 채팅의 대화를 통해 메워 보는 것이다.

다시 '접속'으로 돌아가면, 영화 속에 지하철에서 말 더듬는 습관을 고치려고 사람들 앞에서 웅변(?)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는 매우 내성적이라 어려서부터 남 앞에 서서 얘기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고 할 때면 듣기 어려울 정도로 말을 더듬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사랑하는 이가 생겼다. 그는 그녀를 위해 말더듬는 습관을 고치기로 단단히 맘을 먹은 것이다. 그래서 지하철 칸칸마다 돌아다니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당당하게 표현하기 위해 애를 쓴다. 채팅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러한 용기를 얻게 한다. 평소 내성적이던 사람도 자신의 활발한 내면을 드러내기도 하고, 자신의 예상치 못했던 모습도 발견하기도 한다. 익명이라는, 얼굴을 대하지 않는다는 채팅의 특성이 이러한 자기만의 실험을 가능하게 한다.

 

밑빠진 독에 전화비 붓기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채팅은 근본적인 '인간의 고독'을 해결시켜 주지 못한다. 채팅 속의 대화는 친구로부터 느낄 수 있는 따뜻하고

끈끈한 정도 없고, 인간적인 만남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므로 순간의 스트레스 해소에 그칠 뿐이다. 이후엔 또다시 외로워지고, 따라서 또다시 채팅을 찾게 된다. 악순환은 계속 이어진다. 마치 술로서 고독을 달래려고 하면 잠시동안은 잊을 수 있으나, 술을 깨고 나면 다시 허무해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비약적인 표현일지 모르나 결국 남는 것은 밤새도록 채팅을 하느라 부족해진 수면과 엄청나게 쏟아지는 전화요금뿐일지도 모른다.

 

'접속'이 남긴 것

식상한 얘기 하나 하자. '접속'도 뉴에이지에 해당하다. 세상에 희망을 갖게 하려는 사탄의 작품이다. 대부분 그렇듯 이성간의 사랑을 배경으로 하고, 어떤 탈출구를 제시한다. 그리고 그 탈출구는 메말라 버린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희망이 된다. 그 밑바탕에는 불교의 인연사상, 운명주의가 짙게 깔려 있다. '만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는 주인공 동현(한석규)의 말은 제목 'Contact'의미를 반영한다. 우연히 스치는 만남도 소중한 사랑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접속은 인간의 근본적인 고독을 비쳐 주면서 해결책은 확실하게 제시해 주지 않고 막을 내린다. 단순히 이성을 만남으로 인간의 원초적 고독을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혼자 태어나서 결국 혼자 죽는 인간의 원초적 고독. 성경은 그것을 무엇이 채워 줄 수 있다고 말하는가?

이제 가을이다. 사람들의 감성이 예민해지고 외로움을 여느 때 보다 많이 타는 계절. 사람들은 연인을 찾아 나서는 이 때, 하나님께 대한 사랑을 더욱 살찌워 가는 계절이 되어 보는 것이 어떨까.

박형주 기자(neo21@hotmail.com)
 


제목 : [접속씹기] 근사한 일류들의 사기극

보낸이: 이승휘(simba2) 09/13 12:26

 

해피엔드> "당신은 상품을 팔고, 나는 음악을 팔고 우린 비슷한 데가 있군요"

여인2> 그런데 아이디가 참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해피엔드> 어느 책표지에서 본건 데 현실에는 없는 일 같더라고요

여인2> 저는 학교 다닐때 연극을 했는데, 그 때 맡은 역이 여인2였거든요

그게 제 별명이 됐어요. 지나가는 여인 1, 2 그런 거 있잖아요..

(영화 접속中 해피엔드와 여인2)

합리적 제작 시스템의 역겨움,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온전히 감상할 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이 영화의 PPL 작업에 참여한 총 12개의 협찬사중 한 회사의 광고담당 직원이었니까요. 저의 관심사는 우리 제품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영화속에서 주제와 연관되어 작동하는 지의 여부였습니다. PPL이란 제품이 화면속에 배치해 "상품가치"보다 더 훌륭하게 "기호가치"를 들어내게 하는 광고의 일종입니다. 너무나 깔끔한 접속의 홍보용 리플렛 12페이지를 보면 "합리적 제작시스템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는 문구룰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억이 넘는 엄청난 제작비를 쓰고도 본전을 못 건지는 영화가 거의 없는 한국영화의 현실에서 합리적 제작 시스템만큼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합리적이라는 것이 영화주제를 뛰어넘어 단지 "장사 그 자체"를 목적을 한다면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 광고필름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 신청 유니텔에서 온거죠?"

영화가 시작하고 20분 쯤 지났을까? 명필름과 장윤현과 영화 접속팀은 그 음험한 시각을 드러냅니다. 애인이 보내온 레코드와 동일한 노래의 신청에 대해 심야 음악프로그램의 PD인 수현은 이런 터무니없는 대사를 읊어댑니다. 상식적으로 꿈에 그리던 옛 애인과의 "접속 가능성"을 타진하는 그 순간에, 기껏 유니텔이라는 상품명을 또박또박 읊어대는 것.. 이것이 이 영화의 성격을 규정하는 키워드입니다.

나는 불행히도 이 작품에서 어떤 사랑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내가 만난 것은 PC통신 유니텔의 유니윈의 현란한 기능이었습니다. 체팅의 내용 이전에 "편지 수신"과 "대화방 초대"를 음성으로 알려주는 그 멋진 기능과 그 빠른 속도의 글들, 게다가 나중에는 한석규의 멋진 나레이션으로 변해버리는 문자 언어들이었습니다. 마치 영화처럼 유니텔만 가입하면 여인2나 해피엔드같은 멋진 인물과 접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심바는 4년이 넘도록 3대 통신사의 아이디를 가지고 하루종일 통신만 하는 놈이지만 아직 어떤 만남도 이루어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PC통신커플이 년 200쌍 정도 된다지만 전체 통신인구에 비해 턱도 없는 숫자입니다. 아시다시피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나 통신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그게 그겁니다. 정치가 있고, 사회가 있고, 상점이 있고, 예술이 있고, 사창가가 있고 동아리가 있고, 권력이 있고......

그렇지만 우리의 유니텔에서는 사랑만이 넘쳐흐르는 것 같습니다. 또 영화를 보면 홈쇼핑 TV를 통해 "사랑의 선물"을 애태우던 짝사랑 그녀에게 전해준다면 그 사랑을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한번 해보고 싶은 수법입니다. 그리고 피카디리 극장이라면 웬지 혼자 영화를 봐도 초라할 것 같진 않습니다. 윈첼도나스 2층(지금은 뭘로 바뀌었나?)에서 스타의 손자국을 바라보며 연인을 기다리는 것은 또 얼마나 근사한 일입니까?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페일 불루 아이즈"가 수록된 폴리그램의 사운드 트랙 앨범은 확실히 "뜰것이고" 포라로이드 카메라에 포착된 멋진 자신의 모습을 핀으로 집어 보드에 붙이는 청춘들도 생길 지 모른다는 것은 과장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포라로이드 카메라는 많이 팔릴 것 같습니다. 홈쇼핑 TV에서 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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