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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28

 

 

 



 

 

■도마와 예수님
 

기독교강요 ⑪
 

이번 호에서는 기독교강요 제 15장과 16장을 함께 다룬다. 창조된 인간의 본성에 대해, 그리고 하나님께서 세계를 창조하시고, 그 창조하신 세계를 권능으로 양육하시고 유지하시며 섭리로써 그 모든 부분을 다스리신다는 내용을 알아보자. <편집자주>

 


도마와 예수님도 마 : (목청을 가다듬고) 험- 험-. '♪~ 가을 바람이 산들 부운다∼' … 아, 스산한 이 마음이여. 가을은 왠지 이 도마의 계절이 아닌가 싶다. 음―.

예수님 :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시며) 웬일이냐, 도마 네가 노래를 다 부르고…. 분위기만 잡지 말고, 너의 신앙을 점검하는 그런 계절로도 좀 삼아보렴. 결실을 맺어 가는 자연에 부끄럽지 않도록 말이다.

도 마 : (곁눈질을 해대며) 예수님은 그저 만만한 게 이 도마인가 봐요…. 그래요. 사실 너무 부끄럽네요. 저는 종종 하나님이 과연 나를 지키고 계시는지 의심스럽거든요.

예수님 : 그럴 때가 있지. 그럴 땐 하나님께서 널 위해 하신 일을 생각해 보렴.

도 마 : 저도 안다구요. 예를 들어 하나님은 우주를 창조하실 때부터 자신이 인간을 세심하게 배려하신다는 것을 나타내 보여주셨죠. 말씀으로 모든 세부적인 것까지 단숨에, 한꺼번에 만드실 수도 있었는데, 6일이라는 점진적인 과정을 두셨잖아요? 우리가 출생하기도 전에 그렇게 배려하시는 분이심을 알게 하시려고 말이죠.

예수님 : 그렇지. 그것 봐라. 그런 관대하신 하나님 안에 있으면서 불안하다는 말은 불경스럽게까지 들리는구나. 하나님께서 도마를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드신 것 역시 더욱 감사하기만 한 일이지.

도마와 예수님도 마 : 그건 그래요. (신체 이곳 저곳을 가리키며) 눈도 2개, 코도 2개, 입은 하나, 그리고 귀는 2개 등등, 너무 잘 만드셨어요. 캬~ 작품이다! 작품! 역시 도마는….

예수님 : 예끼 이 녀석! 하나님의 형상은 그런 외형이 아니야. 이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말은 아담이 처음 받았던 그 완전함을 말하는 것이지. 아담은 처음에 바른 이해력을 소유했고, 감정을 이성에 종속시켰으며, 모든 감각을 적절한 질서에 따라 조절할 수 있었단다. 그러한 의미에서의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말이야.

도 마 : (얼굴을 붉히며) 끄응~ 나는 입을 열었다 하면 본전도 못 찾으니….

예수님 : 아무튼 그러한 아담이었기에 그는 자기가 원하기만 하면 영생에 도달할 수 있는 자유 선택의 의지를 갖고 있었지. 그러나 아담은 다만 그 의지를 타락하는 데에 사용해서 결국 하나님의 형상을 부패시키게 한 장본인이 되었단다. 타락한 인류는 더 이상 완전하지 못한 존재가 되었어. 하지만 아직 인류는 하나님의 형상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지.

도 마 : 하나님의 형상을 가지고 있다는 건지, 잃어버렸다는 건지…. 이거 너무 헷갈리는데요?

예수님 : 응, 여기에서는 하나님의 신비한 예정 문제를 다루어야 하니까, 다음에 시간을 따로 갖기로 하자꾸나. 여기서 네가 꼭 명심해야 할 것이 따로 있다. 창조와 섭리는 분리될 수 없다는 것 말이다.

도 마 : 그거야 이 도마도 잘 알고 있죠. 하나님이 먼 옛날 이 세계를 창조해 놓고 이제는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으신다는 것은 차디찬 그리고 무미건조한 사상에 불과해요. 어떻게 그가 의미를 부여해서 목적을 가지고 만든 이 세계를 저 혼자 돌아가도록 내버려두실 수 있겠어요?

예수님 : 허허, 도마가 제법이다?

도 마 :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삶이 운명이나 우연과 같은 것이 아닌, 하나님의 은밀하신 계획에 따라 모든 것이 지배된다는 것을 분명히 믿잖아요.

예수님 : 그래. 마태는 우리의 머리털까지 세신 분이라고 하나님을 묘사하지 않더냐? 베드로가 바다 위를 걸으려다가 물에 빠진 일이나, 구약의 요나가 다시스로 도망하려다 풍랑을 만난 일이나,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 앞에서 위기를 만난 이 모든 일들이 모두가 하나님의 은밀하신 계획에 따라 된 것이지. 그런데 어떤 이들은 이런 말로 현혹하기도 한단다. 도마 너도 지적했듯이, 하나님께서 만물을 보편적인 자연 법칙에 따라 자유롭게 생성 - 성장 - 소멸하도록 하셨다는 주장을 펴는 자들이 그들이지. 그것은 곧 하나님도 그가 만드신 자연 법칙에는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고, 이것은 결국 하나님의 섭리를 좁은 범위에 국한시키려는 시도가 아니고 뭐겠니. 강에게 정해진 수로를 주어 흐르도록 해 놓고선 한가하게 앉아 계신다는.

도 마 : 하나님에 대한 오만한 태도이며 동시에 스스로의 가치를 격하시키는 어리석은 말수작이군요. 만일 하나님이 그런 분이라면 인간은 세상에 존재하면서 갖게 되는 어떤 절대적인 의미가 사라지게 되고, 그저 자연의 법칙에 예속된,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그런 존재가 되니 말이어요.

예수님 :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니. 하나님의 결정 없이는 세상에서 그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없는 것을.

도 마 : 예수님, 말이 나와서 말인데요. 하나님의 섭리를 믿는 우리의 신앙에 대해, 우리가 마치 스토아 철학에서 말하는 숙명론을 믿고 있는 것처럼 오해하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예수님 : 그래. 그러나 너무 염려 말거라. 그것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악의에 찬 비난을 하는 사람들일 뿐이란다. 그러나 본질이 다른걸 누구든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지 않니. 우리는 그저 모든 사건에 참된 원인이 늘 감추어져 있음을 기억하고 감사하자꾸나. 인간은 너무나도 낮은 존재여서 하나님의 높으신 섭리의 경륜에까지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러나 인간의 마음속에 그 어떤 섬광이 아직 모두 소멸되지는 않았고, 그것이 성경을 통해 깜깜한 어둠 속을 어느 정도 비출 수 있다는 것도 함께 기억하자.

도마와 예수님도 마 : 너무 즐거워요. 예수님. 나의 창조주이신 하나님이 늘 은밀히 나를 위해 일하고 계신다니 말이어요.

예수님 : 그래. 그것을 신앙이라고 한단다. 자, 오늘은 이만 하고, 한국의 가을 정취를 한껏 느껴 보도록 하자꾸나. 어디, 가을인데 나도 분위기나 좀 잡아볼까?

글 : 황희상 / 그림 : 문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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