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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26

 

 

 

 

 

■팡세

      우리가 잃어버린 것

한 술취한 사람이 가로등 아래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지나가던 사람이 묻는다. "무엇을 잃어버렸습니까?" "네, 열쇠를 잃어버렸습니다." 친절한 행인이 함께 찾아 봤지만 열쇠는 없었다. 한참 후에 행인이 다시 묻는다. "그런데 그 열쇠를 잃어버린 곳이 분명히 이 곳입니까?" "아니오, 저기 저 곳입니다." "아니, 그러면 왜 여기서 찾고 있습니까?" 술취한 사람의 대답이다. "여기가 더 잘 보이니까요."

이 술취한 사람이 우리보다는 훨씬 낫다. 최소한 그는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는 알고 있으니까. 우리는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르고 있다.

          × × ×

한국교회가 큰 위기를 맞고 있단다. 지칠 줄 모르고 뛰어 오르기만 하던 교회 성장이 우리의 자랑거리였는데, 이제는 뛰어 오르던 속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교인 수가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온갖 수단을 다 써서 빠져나가는 물고기들을 붙잡으려고 애를 써 보지만, 그물이 크게 구멍이 났는지 그 금싸레기 같은 물고기들은 요리조리 다 도망쳐 버리고 있다. 그래서 너나없이 모두 다 교회가 위기를 맞았다고 한다. 교회가 죽어 가고 있단다. 문제가 커도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라고 교회는 걱정이 태산이다.

그런데, 그런데 우리는 문제를 잘못 잡고 있다. 교인들을 잃어버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보다는 무엇인가 다른 근본적인 무엇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교회의 문제다. 교회는 주인을 잃어버린 것이다. 교회가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교회의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다. 교회가 하나님을 잃어버렸다고?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 어떻게 교회가 하나님을 잃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 하나님은 여전히 교회 가운데 계시지 않는가? 예배시간에, 설교와 기도와 찬양 속에 여전히 하나님은 머물어 계시지 않은가?

아니다! 교회는 이미 하나님을 잃어버렸다. 아직도 여전히 교회 가운데 남아 있는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일 뿐이다. 아직도 필요를 느껴 남겨 놓은 것은 거룩한 옷을 입혀 놓은 이름일 뿐이다.

어느 속 깊은 노인께서 자신의 환갑잔치를 성대히 열어주겠다는 자식들에게 제안을 했더란다.

"잔칫상 크게 받아서 좋을 것 없다. 잔치할 돈으로 가엾은 노인들을 도와줬으면 좋겠다."

자식들은 펄쩍 뛰었다.

"아버지는 잠자코 저희들이 하는 대로 따르세요. 자식들 생각도 좀 하셔야지요. 환갑잔치를 못해 드리면 저희들 체면이 어떻게 되겠어요!"

그렇다! 하나님은 그 힘없는 노인처럼 '잠자코 따르도록' 강요당하면서 이름만 팔리고 있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잔치인지. 교회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잃어도 되는 부수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교회가 그 본질을 잃어버렸다는 것, 하나님께서 더 이상 교회의 주인의 자리에 계시지 않다는 것이다. 명색일 뿐.

하나님은 교회에 우롱 당하고 계신다. 교회당을 헐고 더 크게 짓기 위하여, 주차장을 넓혀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내기 위해, 하나님의 이름은 언제나 값싼 축복으로 팔려 나간다. 숫자 놀음에 어깨가 으쓱해지는 몇 사람의 쾌감을 위해 치러지는 총동원 전도주일인가 뭔가 하는 겉치레 행사 때마다, 어중이떠중이 하루살이들의 선물잔치 속에 하나님은 이름표를 붙이고 한 쪽에 서 있다. 편리를 좇는 현대인들의 구미에 맞지 않는 고난이네 십자가네 하는 제자도는 벗어 던지고, 고아와 과부를 돌아보며 정의를 강물같이 흐르게 하라시는 하나님의 소리도 하나님의 말씀에서 제외된 지 오래다.

          × × ×

교인의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하나님께서 마련하신 대안인지도 모른다. 공룡처럼 뜻없이 비대해져서 제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한국교회를 하나님은 다이어트 시키시는 것인지도 모른다. 교회의 생명력을 재생시키기 위해서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가난하게 하시는지 모를 일이다.

지금은 침묵할 때다. 이런 저런 약삭빠른 대안들을 잠시 접어두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도록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진정으로 찾아야 할 것,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가 조용히 생각해 볼 때다.

김남규 목사 / 광주 두레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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