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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
지금 나는 이제 막 낮잠에서 깨어난 몽롱함으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 봅니다. 이미 시작된 장마에 대해서, 또 누구 만나고 싶은 사람은 없는가도 생각해 보고, 오후 내내 창밖 어딘가에서 울어대는 고양이 한 마리를, 그리고 출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덥수룩한 수염과 허름한 옷차림으로 보도블럭위를 걸어가던 할아버지를 생각해 보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어제 오후에도 그 할아버지를 보았던 것이 생각합니다. 날마다, 내가 출근하고 퇴근을 하듯 어김없이 어디론가 오가던 그 할아버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는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나의 궁금증에서 연유한 값싼 동정심은 아닌지 부끄러워집니다. × × × 창밖에서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매일 이렇게 작은 새들의 지저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내가 가진 작은 행복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다지 행복을 모르는 사람인가 봅니다. 아직도 부족한 것들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오늘은 무엇을 잃어버렸나 아쉬워 하고 내일은 또 무엇을 얻어야 할까를 고민하고. 또 나 때문에 누군가가 상처를 입게되면 잠시 미안한 마음으로 해결을 보려 하고, 그렇게 살아서 더 나아진 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나는 나아진 것 없이 나의 유익만을 간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끝이 아니라면 다시 기회는 있겠지만 그러나 최선을 다 하는 삶의 중앙에, 생의 한가운데에 진실한 모습으로 서 있고 싶습니다. 다시 꿈꿀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맑은 눈과 마음을 가지고 싶습니다. 할아버지의 뒷모습만 바라보는 삶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다가가 한 하늘 아래서의 삶 속에 내가 나누어 줄 수 있는 만큼의 따스함을 나누며 진정으로 기도할 수 있는 솔직함을 갖고 싶습니다. 창밖에서 무엇인가를 갈구하며 울어대는 집없는 고양이처럼 지금도 세상 어디에선가는 애타는 간절함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겠지요. 그러고 보니 나는 매번 그 고양이가 우리 집 주위를 떠돌며 쓰레기통을 뒤진다거나 먹는 음식물을 노릴 때면 도둑 고양이로 이름 붙이며 잡아보려 했었는데, 그렇다고 나쁜 마음으로 미워한 적은 없었습니다. 나는 조금이라도 친하게 지내고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고양이는 한 번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고 내가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을 조금도 내어 주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이와같이 마음을 닫아 버리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닫혀있는 마음들, 먼저는 그 마음부터 열어 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만간에 나는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고양이의 신임을 얻어낼 수 있기을 원합니다. 그리고 삶 속에서도 열린 마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손을 내밀며 아픔과 슬픔의 길도 동행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내가 밖에 있는 고양이에게 다가 간다면 고양이는 또 도망을 가고 말겠지요.그러고 보니 삶의 지혜도 있어야 겠습니다. 밤마다 드리는 그 분에 대한 기도 속에 지혜를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뚝 ― 금방 선풍기가 돌아가던 날개를 멈추어 버렸습니다. 선풍기의 타이머를 맞추어 놓았었는데 방금 자동으로 멈추어 버린 것입니다. 우리들의 인생도 멈추어 버린 선풍기처럼 언젠가는 이 땅에서의 삶을 멈춰야 할 때가 오리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점점 방안이 더워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인생이 허무하게 끝나버렸을 때 우리는 무더위처럼 다가오는 슬픔들을 맞이할 수밖에 없겠지요. 나는 다시 선풍기의 타이머를 켜고 시간을 조정할 수 있겠지만, 그러나 인간의 삶을 그 누가 시계처럼 다시 잴 수 있겠습니끼? 오직 하나님 한 분 뿐이시겠지요.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단 한 번 주어진 삶에 대하여 인간이 최선을 다하기를 원하실 것입니다. 선풍기처럼 다시 켜기를 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삶의 최선과 진실함 말입니다. × × × 멀지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집없는 고양이의 애타는 듯한 울음소리가 다시 들려옵니다. 배가 고픈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그의 삶의 가장 중대한 문제는 배고픔일테니까요. 이제 일어나 고양이를 찾아 조그마한 음식이라도 나누어 주어야 겠습니다.그렇게 세상을 향해 그리스도의 간절함을 담아, 내 마음 그대로의 따스함으로 두 손을 내밀고 싶습니다. 김철호 / 실로암 선교회 문학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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