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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었어요"
 

 

1997년 7월 어느 날.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어김없이 주일이 지나갔다. 오늘도 변함없이 똑같은 고민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주일, 그리고 고3. 언제까지 나는 이 똑같은 고민 속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으려는지…. 답을 알지만 정답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이 나를 괴롭게 한다.

주일이면 교회 가서 지체들과 함께 예배 드리고 교제 나누는 삶이 몸에 베어 있다. 그런데 난 지금 그 당연함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다. 주위에 아무도 고3이 주일성수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교 가는 것을 더 당연한 일로 생각한다. 누구 하나 주일성수가 옳다고 말해주지 않는다.

나는 자신을 잃었다. 주일성수를 해야 한다는 것을 빤히 알고 있고, 또 그러고 싶은데도, 이제 자신 있게 교회 가서 예배 드리겠다고 할 수가 없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리고 두렵다. 담임 선생님과 부딪쳐야 하는 것이, 또 나 자신에게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그리고 학교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 오빠와 엄마가 좀 더 강하게 '주일성수를 해야 한다'고, '주일은 학교 가지 말고 쉬라'고 말해주면 좋겠는데 모두 잠잠하다.

담임 선생님은 엄마가 허락하시면 주일은 쉬어도 된다고 하셨는데 엄마는 내가 주일성수하는 것을 바라지 않으시는 것 같다. 늘 도움을 주던 오빠마저도 나보고 알아서 하라고 한다. 도대체 아무도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난 지금 무지무지 고민스러운데….

그렇지만 누구도 탓할 수 없다. 내 신앙의 문제인 것을 알기 때문에. 내 신앙이 연약하기 때문에 괜시리 다른 사람을 핑계 대고 있는 거다. 그래. 나도 알아. 하지만.

오늘도 공부는 하지 않았다. 늘 그렇다. 할 수 없이 학교에 가긴 하지만 마음은 교회에 가 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용기 없는, 믿음 없는 내 모습이 한심스럽다. 결단하지 못하는, 하나님 말씀에 지금 당장 순종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부끄럽다. 난 정말 하나님께 사랑스런 딸이고 싶은데….

주님, 전 잘 몰라요. 그리고 용기도 없어요. 하나님께 예쁜 모습으로 예배 드리고 주일을 하나님께 드리고 싶은데 마음뿐이에요. 절 좀 도와주세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님께서 가르쳐 주세요. 그리고 결단할 수 있는 용기와 믿음도 허락해 주세요. 예?

민지의 일기 중에서
 


"너희들은 이제 고3이다. 이제 남은 1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너희들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1년 동안 죽었다고 생각해라. '나는 죽었다' 생각하고 열심히 하면 너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을 터이지만 1년만 참고 공부에만 전념해 주기 바란다."

고3을 맞는 학생들에게 전하는 선생님들의 말씀은 한결같다. 1년만 자기를 희생하면 밝은 미래가 보장되어 있다는 것. 여기서부터 고3 크리스천들의 고민은 시작된다. 신앙을 버리고 공부를 선택할 것인지, 공부를 택하고 신앙을 버릴 것인지. 주일을 지키자니 선생님의 눈총이 너무 따갑고, 학교를 가자니 하나님 앞에서 죄를 짓는 것 같고. 믿음과 현실 사이에서의 싸움이 드디어 시작된다. 주일도 지키면서 공부도 하면 좋으련만 결정은 하나. 하나를 골라야 한다.

결국 대부분의 크리스천들은 아주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예배만 드리고 학교를 가던지, 아예 교회를 쉬던지. 1년 후 더욱 열심히 교회에 봉사하겠다는 철통같은 단서를 붙이고서 말이다.

 

믿는 자들의 변명

많은 크리스천들이 이같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데는 역시 나름의 이유들이 뒤따른다. 고3 자녀를 둔 부모들은 말한다. 학생으로서 주어진 본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하나님 앞에서 옳지 않느냐고. 학생 때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지 교회가 우선이냐고 자신있게 말한다. 당사자인 고3 크리스천들도 그렇다. 딱 1년만 봐 달라고 하나님께 통사정을 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 하나님께 영광 돌리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1년 후엔 틀림없이 더욱 열심히 교회에 봉사하겠다고 장담한다.

옳다. 하나님 앞에서 최선을 다하여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중요하다. 학생이면 마땅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보기 좋고 떳떳한 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리스도가 목적이 되지 않고 입시가, 공부가, 대학이 목적이 되는 것은 신앙의 왜곡이 아닌가.

 

교회는 덩달아 잠잠

주일 아침, 한 고3 수험생이 교복을 갖춰 입고 가방을 맨 채 예배들 드리고 있다.이미 많은 사람들은 고3이 주일에 학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절대 안되는 것'이라고 가르치기보다는 1년 동안 주일에 학교 가는 것을 허용한다. 새벽에 고3 전용 예배시간을 마련하여 예배만 드리고 얼른 학교에 가라는 식의 편의까지 제공해 준다. 성경에서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현실에 맞부닥치는 어려움을 겪다 보니 묵인할 수밖에 없다. 일단 대학을 들어가고 보자는 식이다.

과연 그래도 좋은가. 주일성수보다 당장 눈앞에 있는 대학 입학의 불부터 끄는 것이 중요한가? 학생의 본분에 맞게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것이 우선인가? 성경의 대답은 '아니올시다'였다. 하나님께서 창조 당시부터 마련하신 안식일, 그리고 그리스도의 부활로 말미암은 주일은 참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비록 우리는 쉽게 생각해 버리려고 발버둥치지만.

 

주일이 뭔데?

하나님께서는 엿새 동안 세상을 만드시고 일곱째 날에 안식하심으로 우리에게 본을 보이셨다.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높이고 하나님께 소망을 두고 살며 자기 일의 그 뜻과 나아갈 길을 알게 하셨다. 뿐만 아니라 창조의 목적이 달성되어 영원한 안식에 들어가기까지 사람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말씀해 주셨다. 이 세상에 사는 동안 하나님의 모범을 따라 엿새 동안 열심히 일하고 일곱째 날은 안식하며 살라는 것이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영원한 안식을 이루게 하시고, 매 주일을 통해 그것을 기억하고 소망하며 살게 하셨다. 엿새 일하고 하루 쉬고, 이렇게 함으로써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고 새 힘을 얻어서 앞으로 있을 영원한 안식을 소망하며, 그 목표를 향해 걸어가게 하신 것이다. 단순히 예배 한 시간 아무 때나 적당한 시간을 잡아 드려도 좋은 그런 날이 아니라는 말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완성인 부활을 기념하는 주일은 영원한 안식을 예표하는 날이다. 때문에 이 날을 지킬 때에는 우리가 하나님의 영원한 안식을 가장 잘 나타내게 보내야 하는 것이다. 거룩하게 지키라 하신 명령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한 주간의 시간이 지나서 습관적으로 주일을 지키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창조와 구원과 장차 올 영원한 안식을 바라보며 감사와 찬송을 드리는 날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주일은 또한 모든 날 가운데 일부, 곧 이레 가운데 일곱째 날을 하나님을 위해 구별해서 거룩하고 복되게 드리는 날이다. 모든 날이 하나님의 것임을 나타내 보이기 위해 이레 가운데 한 날을 정함으로써, 특별히 우리는 하나님께 자신을 드리는 것이다. 엿새 동안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살았던 우리의 모든 삶의 모습들을 들고 나와 하나님께 온전히 드리는 것이다.

 

성경대로 해야지

공부나 대학 입시가 주일성수보다 절대 우선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본분을 잘 감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선되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삶 자체가 성경을 떠나서는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없듯이,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것보다 더 우선 되는 직무는 있을 수 없다. 현실과 타협하고 핑계거리를 만들어낼수록 신앙을 쉬어야 할, 버려야 할 경우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도 많이 널려있다.

내일 사업이 망하게 되었다면, 당장 내일 죽음을 맞게 된다면, 지금 제대로 신앙 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위급하고 심각한 상황들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시험 좀 잘 보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는 없다. 물론 고3의 입장에서 그건 당장 큰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 마치 도박처럼, 이번 기회가 지나면 또 1년을 더 고생하던지 아니면 인생의 방향이 바뀌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당연히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고3 때 신앙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또 여기에 있다. 어렵고 힘들 때 간절히 하나님을 찾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인간의 죄악된 본성 때문에 조금만 편안하고 살기 좋으면 하나님을 배반하고 모른 척했던 것을 우리는 성경에서 본다. 어렵고 힘들 때조차 신앙을 지키기 쉽지 않은데 하물며 편안하고 배부를 때에야.

 

원래 그렇게 만드셨어

고3이 주일성수에서 예외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하나님께서는 분명히 엿새 동안 힘써 일하고 일곱째 날 안식하라고 명령하셨다. 이것은 교회 문턱만 와 본 사람이라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고3뿐 아니라 모든 인간을 창조하실 때 하나님께서는 쉬지 않으면 안되도록 우리를 창조하셨다. 주일까지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것은 분명히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다. 고3이라는, 특수하다면 특수한 상황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많은데, 쉼없이 일주일, 한 달, 일년을 살게 되면 거기에서 생기는 정신적, 육체적 질병은 말할 수 없이 심각해진다. 특히 눈에 보이는 스트레스, 지속적인 부담감, 책임감 등으로 인한 정신질환도 무심코 넘길 문제가 아니다. 기독병원 신경정신과 송경의 과장의 말이다.

"정신과 증상군이라고 할까요,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납니다. 스트레스의 누적 등으로 인한 두통이나 소화 불량 혹은 집중력, 능률 감소 등 '정신신체증상'이 그 첫 번째구요. 불안이나 초조를 느끼게 되는 '신경증'적 증상도 많이 있어요. 조금 더 심각해지면 '정신병적' 초기 증상이 나타나는데, 대인 관계를 기피한다거나 망상에 사로잡힌다거나 자기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느낀다거나, 심하면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자기를 비난한다거나 하면서 예민한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모든 것에는 시계가 있어요. 인간에게도 생체시계 즉 생체리듬이 있지요. 하나님께서 낮과 밤을 창조하셔서 우리에게 하루주기의 리듬을 주셨듯 일주일의 리듬도 주셨어요. 그런데 이런 리듬의 파괴로 오는 부작용들이 일반적인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때문에 과다한 스트레스를 받는 고3들에게 '휴식'의 주일 개념이 정말로 필요합니다."

이렇게 정신질환을 보이는 고3이 실재함에도 병원을 찾는 수는 극히 일부란다.

"두 부류의 학생들이 존재합니다. 끝까지 학교 방침대로 따르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부류와 직접적인 반항의 수단으로 가출을 한다거나 학교를 그만 두는 부류가 있지요. 심하면 한 반에 3∼4명 가출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문제가 있는 애들은 병원에 오기가 힘들어요. 전자의 경우는 병원에 올 시간을 만들기가 어렵고, 실상 학교에서도 심한 경우가 아니면 병원 가는 시간도 잘 빼 주지 않으니까요. 후자의 경우는 이미 다 학교를 빠져 나가고 없고…. 고등학생 때쯤 되면 어른들로부터 독립하는 시기지요. 이 시기에는 어른이나 기성 가치체계에 대해 반항을 하려 하지요. 또 이상적인 정체성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합리하거나 비합리적인 것에 반항합니다. 어른들은 주일을 쉬면서 학생들에게만 공부를 강요하는 불합리한 상황들에 대해 외적·내적 갈등을 많이 겪게 되지요. 이러한 갈등이 가출이나 탈선 등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요."

입시문제가 그리 심각하지 않던 과거와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주일까지 학교에 나가 공부하는 지금,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지만 오늘날 정신적 질병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송 과장은 말한다.

하나님이 말씀하신 안식의 의미에는 영적인 것뿐 아니라 육체의 평안함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고3이라면 더욱 육체의 안식이 필요한 때이다. 하나님과의 정신적인 교통을 통해 영혼의 안식을 얻었다면 충분한 수면 등으로 육체도 쉼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안식이다.

 

정신차려야

지금까지 잠잠하고 있었던 교회는, 교회의 교사들은 이제 침묵을 깨야 할 때이다. 고등학생들에게 '주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가르쳐 지키게' 할 때이다. 그리고 그들이 주일을 바르게 하나님 앞에 드릴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써야 한다. 개인의 신앙문제라고,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지레짐작해 포기하고 잠잠하고 있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직무유기다.

무엇보다 고3 학생 스스로의 헌신은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일이 될 것이다. 세상 속에서 크리스천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순탄하게 지나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순간 순간 신앙의 결단이 필요하다. '고3'이 하나님의 명령을 어겨도 당당할 만큼 대단한 이름을 가진 자리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지금이 하나님 앞에 가장 아름답게 신앙생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을 명심하자. 하나님께서 바로 지금, 당신에게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는 자를 찾고 계신다는 사실을 말이다.

김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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