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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Voice online No.25

 

 

 

 

 

 

■ 수필

할머니를 추억함 



일러스트 : 정설 "할머니!"

나이 마흔 다 되어 개구장이처럼 할머니를 부른다는 것이 어쩌면 더 이상 흥분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언제까지나 나의 할머니를 정겹게, 그리고 자주 불러볼 터이다. 문득 문득 할머니가 그립거나 그 분의 인자하신 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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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할머니는 나의 외할머니이시다. 나의 어머님과 그 형제들을 낳으시고 기르셨으며, 나를 포함한 많은 손자·손녀들을 돌봐주신 분이셨다.

"…요셉이 형들한테 미움을 사서, 머언 애굽 먼 데로 팔려갔는디… 하나님이 함께 하사 나중에는 애굽의 국무총리가 되어 형들을 용서하고 아버지를 만나 행복하게 살게 되었단다…"

이처럼 할머니는 삼베를 베틀에 연결하여 실꾸리를 감으시며 내게 시간 있을 적마다 성경 이야기를 들려 주시곤 하셨다. 이 때가 나의 유년 시절의 성경학교 과정인 셈이었던가(초등학교 2학년쯤으로 기억됨). 내게 있어 할머니는 훌륭한 교사셨고 더불어 좋은 본이셨다. 무슨 일에나 기도로 시작하셨으며 기도로 마치셨다. 버스를 탈 때도, 목적지에 당도 하였을 때도 온 가족을 모으시고 기도하셨고, 홀로 조용히 기도하기도 하셨다. 언제나 어디서나 하나님의 존재를 의식하시고 그 분을 경배하시는 모습을 쉽게 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이런 모습들은 당신의 손자 손녀를 의식하시고 하셨던 경건 생활은 아닌 듯 싶다. 그러나 어느결에 나의 마음과 생각 속에 그 모습은 그림이 그려지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남겨진 것이리라. 내가 아직 어려서 그 곡조가 틀리는지 맞는지도 모를 그 때에 할머님께서 나의 잠자는 머리 맡에서 이른 아침에 부르시곤 하시던 그 고운 찬송 가락은 충분히 내귀에 들린 귀한 천국 가락이었다. 그 가락 속에 자신도 모르는 새 어린 제자에게 찬송을 가르치신 것이다. 좋은 교사이자 본을 보이신 나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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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되어 흔들리는 버스를 타고 재를 몇 번이나 돌아 급기야는 도착해서라도 멀미를 하곤 했던 할머니댁에 가는 길. 다시 걸어 오 리를 걸어들어 마침내 컴컴한 저녁 무렵 모깃불 켜고 마당에서 식사하시는 할머니 집 마루턱까지 쉬지 않고 "할머니∼" 부르며 달려들어가면, "오냐, 내 강아지 왔는가?" 하시며 반기신 할머니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예수님의 반기심 그것이었다. 약 20여일의 할머니 댁에서의 생활은 그야말로 신나는 시간이었다.

눈 뜨면 뜨락의 감나무 아래 설 익어 떨어진 감을 줏어다 항아리 가득 물 붓고 우려먹거나, 떨어진 감을 모아 개울에서 친구들과 함께 감을 물 속에 넣고 다시 집는 게임도 하며 놀곤 했다. 닭장에 들어가 막 낳은 따뜻한 달걀을 살그머니 집어 내오는 심부름도 매우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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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때로 엄하게 느껴지기도 하곤 했지만 늘 친구같은(?) 분이셨다. 어려서는 좋은 본을 보여주신 교사로, 장성해서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던 좋은 친구.

갈수록 또록해 지시던 할머니의 기억력. 늘 정담 나누시기를 즐겨하시던 분. 온유하셨던 나의 할머니는 92세 되시는 올 봄에, 그렇게 사모하시던 주님의 품에 안기셨다. 천국에서 제일 먼저 마중나오시기로 하신 약속을 뒤로하신 채….

나는 할머니를 그리워하면서 나도 할머니처럼 살다 주님께 가기를 소원한다. 내 자녀와 손자들에게 내게 기억되었던 그 할머니로 나도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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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내 할머니, 사랑합니다. 내게 할머니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나는 할머니가 자랑스러워요.

제 마음 속에 늘 주님과 함께 계셔서 저를 지도해 주시고 격려해 주세요. 제가 할머니가 되고 또 할머니께 갈 때까지요.

여러분, 어때요? 우리 할머니.

노경미 / 광주 초록빛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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