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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22

 

 

 



 

 

■팡세

일천번제, 그 기만을 넘어


전의석오늘은 1997년 4월 6일 주일, 20세기가 오늘로 꼭 1,000일 남았다. 우리는 지금 20세기를 보내고 21세기를 맞이하는 문턱에 와 있는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상당 수의 우리들은 20세기의 마지막 남은 1,000일을 보다 의미있게 보내기 위한 나름대로의 특별한 계획을 갖고 있을 수 있다. 꼭 그럴 필요야 없겠지만 특별한 숫자에 의미를 두어 생활의 활력소로 삼고, 하나님께 더욱 가까이 나아가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개념이 두가지가 있다. 그 첫 번째는 '상식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자발적이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표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천번제, 성경을 인용한 명백한 사기

서울의 모교회는 오늘부터 장장 1,000일동안 매일 번제(?)를 드리기로 했다. 이 교회는 이번 1999년 12월 31일까지의 1000일을 한국교회가 이 민족의 진정한 등대로 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한국교회를 향해 '일천번제 작정기도' 실시를 권했다. 언뜻 보아서는 한국교회를 향한 애정어린 권면이요 기도의 촉구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 교회가 일천번제를 실시하려는 실제적인 의도를 찾아본다면 참으로 답답함을 지울 수가 없다.

이 교회는 설교를 통해 이번 일천번제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하나님께서 21세기가 시작되기 전에 예배당 건축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성전 건축을 필요한 경비를 '일천번제 작정기도'를 통해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이 교회 교인들의 수가 대략 7,000명선에 이른다고 하면, 정확히 1,000일 뒤 대략 70억원의 추가 헌금이 들어오게 되어있다.

이 교회는 번제에는 제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면서, 천일 동안 매일 기도하면서 헌금을 드릴 것을 가르쳤다. 교회에서는 일천번제 헌금 봉투를 준비한다. 헌금은 정성이 담긴 새 돈으로 준비하도록 한다. 교인들은 형편에 따라 매일 2천원, 1천원, 1백원의 헌금 중에서 '작정'하도록 하고, 어린이들과 중·고등학생들에게도 매일 1∼2백원의 일천번제에 동참하도록 장려하도록 한다."

일단 교인이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후에는 철저한 지도 감시(?)까지 받게 된다. 신청서에는 고유번호가 매겨지게 된다. 또한 지방 출타시에는 헌금을 모았다가 주일 예배시 봉헌할 것과 심지어 타지역으로 이사하거나 부득이 전출을 하게 되는 경우도 헌금은 일천번제를 시작한 교회로 우송하여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그 이유라고 제시해놓은 것이 더욱 가관이다.

교회에서 드려진 헌금 봉투에 의해 작정기도 실행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예배당 건축의 경비 충당을 위해 성도들을 성경을 인용해 가며 까지 속이고 있다. 설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하나님의 뜻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치닫는 것이 된다.

필자가 신학적인 자문을 구해본 결과 "번제는 제사 행위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를 신약적인 헌금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를 더구나 '일천번제'라 하며 모든 성도에게 적용시키는 것은 상식 이하의 행동"이라는 것이다.

만약 교회가 특별한 지출이 필요하다면 그 지출이 필요한 이유를 성도들에게 밝히고 특별 헌금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성도들이 그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헌금은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것은 성경적이기도 하지만 매우 일반적인 '상식'이다.

21세기를 1,000일 앞둔 오늘, 어처구니 없는 '일천번제 해프닝, 목회자뿐 아니라 평신도가 하나님의 말씀에 확고하게 서 있다면 이와같은 해프닝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글 : 전의석 / 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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