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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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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해마다 이 시기가 되면 교회 안에서는 '일꾼 찾기' 열풍이 분다. 유치부, 유년부를 비롯한 각 주일학교에서는 교사를 찾아 전전긍긍하고 성가대는 넓기만한 자리를 메울 대원을 찾기에 바쁘다. 그 열풍은 매번 몇몇 청년들에게 상처를 입히곤 한다.

어려서부터 신앙생활을 해온 한 형제의 주일 일과는 대충 다음과 같다. 「6시 40분 기상-7시 40분 교회 도착-중고등부 교사활동-교사회의-성가대 연습-대예배-성가대 연습-점심 식사-청년회 모임-오후예배」. 물론 교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고 오후예배를 2시나 3시에 드리는 교회의 경우 이같은 빡빡한 일정이 대부분이다. 그것도 매주 이와 똑같은 일과가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한마디로 일년 52주가 빡빡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시달리다보니 오후에 청년회 활동에는 대부분의 청년들이 시큰둥하다. 피곤하니까 집에 가서 쉬어야겠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입 청년들도 예외일 수 없다. 예비 청년회원인 고3들은 시험이 끝나면 그때부터 각 기관 책임자들의 표적이 된다. 필자도 겪었던 바이지만 시험의 악몽에서 갓 벗어난 이 신입 청년들은 자신들의 의사나 계획과는 상관없이 자신도 모르게 중고등부 서기나 주일학교 교사 등으로 발령(?)을 받는다. 심지어 한 청년을 놓고 책임자들끼리 다투는 경우도 있다. 왜 우리 일꾼을 빼앗아 가느냐고. 그리하여 중고등부를 졸업한 신입 청년들은 열이면 열 모두 한 두개 이상씩 감투를 쓰게 된다. 이는 지나친 기대와 추켜줌이 때로 엄청난 부담일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한 처사이다.

대예배때 성가대가 '꽉' 차지 않으면 목사님께서 특히 청년들에게 아쉬움을 표시하고 그러면 곧바로 청년회 부장집사나 청년회장은 독려를 가장한 질책을 받는다. 주일학교와 중고등부가 예배를 드리는 시간에 사무실이나 청년회 실을 배회하는 청년은 마치 수업시간에 매점에 있는 학생처럼 여겨지는 것이 요즘 분위기다.

이런 환경 속에서 갖가지 일을 잘 해내고 여러 행사에 손을 뻗쳐 칭찬을 받는 청년도 있지만 문제는 지쳐 낙오하는 청년이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입 청년들의 경우 이런 현상이 눈에 띌 정도다. 물론 다른 여러 가지 문제로 신앙에 상처를 입고 교회를 떠나는 청년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교회의 잘못된 인식과 관행이 상당한 원인을 제공한다는데 공감하는 분이 계시리라. 뿐만 아니라 일을 하면서도 기쁨과 감사가 없다면 이것도 큰 문제다. 안하느니만 못하지 않은가. '가인과 아벨의 제사'는 올바른 예배에 대한 교훈이지만 교회의 일에 대해서도 적용이 가능할 것 같다. 아무리 중요한 교회의 일이라도 하나님보다 일 자체가 중요시된다면, 행사가 하나님이 주인공이 아니라 구경꾼이라면 이건 비정상이다.

그렇다면 어쩌란 말인가. 일은 많고 일할 사람은 없는데.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에 성령으로 세례를 받으시고 40일 동안 광야에서 금식기도를 하신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을 하기 전에 영적으로 확실한 준비가 되어야 한다. 교회는 청년들을 데려다 쓸 생각만 하지 말고 그들이 대학과 사회라는 풍랑 많은 바다에서 신앙인으로서 올바로 돛을 달 수 있게 돕는데 먼저 힘을 쏟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중고등부를 졸업하면 그때부터 교육은 거의 사라지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제대로된 도자기를 굽기 위해서는 초벌에 이어 더 뜨거운 불로 재벌해 주는 것처럼, 예산을 핑계대지 말고 청년을 교육시키고 갖가지 대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 당장 일할 사람이 없지 않느냐고? 성장한 청년은 스스로 교회를 돌아보아 봉사하게 마련이다.

또 한가지, 주일을 거룩하게 지킬 수 있도록 배려도 해야한다. 일을 하다보니 주일이 다 지나가더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주일에는 Q.T.도 하고, 기도 하고, 찬송도 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세상에서 상한 마음으로 돌아와 십자가 아래서 위로 받고, 평소에 보기 힘들던 소원한 지체들과 청년회실에서 간단한 다과라도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주일에 꼭 필요한 일이다. 서로 바빠서 집에 돌아갈 때까지 '평안했느냐'고 인사도 못 나누는 청년들은 삭막하기만 하다.

글 : 강정룡(광주소망교회 청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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