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et The Voice Logo

 Voice21 No.17

 

 

 



 

 

■특집

 

 

권장희 기윤실 정책실장헌법 재판소는 10월 4일 영화를 상영하기 전에 반드시 공연 윤리 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한 영화법 12조에 대해 '영화 사전 심의 제도는 헌법 21조 2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언론·출판에 대한 사전 검열 제도에 해당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또한 음란·폭력 영화가 난무하는 것을 막기 위한 등급심사와 등급심사를 받지 않는 영화에 대한 상영금지 및 행정체제는 사전 검열로 볼 수 없다고 하여 등급심사제도의 도입을 제안하였다. 헌재의 결정은 '공윤에는 사형선고를, 영화계에는 해방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응할 준비를 하지 못한 영화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대중문화 전체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치적, 사상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권력 남용을 정죄했다는 점과 영화인들로 하여금 자유로운 창작활동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의 상업화로 누구든지 돈을 벌 목적으로 음란 폭력적인 저질 문화를 자유롭게 생산할 수 있는 현실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헌재가 위헌 결정의 도구로 삼은 독립영화들은 상업성이 적은 것들이고, 따라서 사회 문화 전반에 미칠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영화·비디오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애로·폭력물의 생산에 무제한적인 자유를 주게 되었다는 점이 훨씬 문제가 되는 것이다. 상업적 목적의 오락물을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의 범위에 넣은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에 논쟁이 되는 영화들이 하나같이 외설·폭력물이라는 것은 헌재의 결정이 표현의 자유보장보다는 음란·폭력물의 양산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책임이다. 그러나 동시에 음란·폭력물로부터 가정과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 역시 국가의 책임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사전심의를 '검열'이라는 한쪽 시각으로만 보았기 때문에 음란·폭력물로부터 청소년과 가정을 보호해야 할 국가 기관의 책임을 함께 파기했다. 이는 유해매체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의 입법 정서에도 배치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민간 자율의 등급 심의 제도를 제안한 것 또한 현실 인식이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민간이 구성하는 자율 심의 기구는 우리 여건상 몇가지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은 심의를 위한 막대한 재정을 시민단체가 충당할 수 있는 여건이 못되기 때문에 결국 자율심의기구는 영화업계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될 수 밖에 없다. 신문사들의 이익단체인 신문협회가 만든 신문자율심의기구인 신문윤리위원회가 스포츠신문의 저질·폭력성을 전혀 규제하지 못하는 현실은 영화를 자율심의로 맡길 경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다를 것이 없음을 이미 증명해주고 있다.

자율심의기구의 또 하나의 한계는 심의 이후에 위반사항에 대한 강력한 제재권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간행물윤리위원회가 민간기구의 자율심의 형태를 띄고 있어 출판물에 대한 제재권이 없기 때문에 음란·폭력 출판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문체부의 대응은 헌재 결정의 의미를 최소화하여 공윤심의 체계는 유지하면서 사전심의를 등급심의로 전환하고 공익감시위원회를 구성하여 철저한 유통관리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공윤을 폐지하고 민간기구를 설립할 것과 성인전용관을 전제한 완전등급제를 주장하는 영화업계는 문체부의 방침에 대하여 여전히 관치중심적인 태도라고 비난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영화의 심의 방식의 틀을 어떻게 짤 것인가의 문제는 정부와 영화업계, 그리고 공익적이면서 중립적 입장에 있는 시민단체들이 함께 뜻을 모아 풀어가야 할 숙제가 되었다. 그리고 이 숙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상품화된 영화의 실질적 소비자인 시민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고 성과 폭력의 상품화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를 창출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영화의 사전심의에 대한 위헌결정은 법률적인 문제이면서 영화 창작·표현의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동시에 영화가 문화 산업시대의 핵심적인 상품이며, 다른 문화상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과 성인전용극장 같은 것은 풍속의 문제도 될 수 있다는 점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영화심의제도의 방향 모색은 사회 전반의 사회윤리와 미풍양속 그리고 국민의 도덕성과 정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영화계의 일방적인 주장과 이해관계를 넘어 각계각층의 의견과 입장을 수렴하는 것이어야 한다.

 글: 권장희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정책실장)

  관련기사
 

 

고삐풀린 영상문화 

 

 


Copyright(c) 1997, Voice21. But All right not reserved.
The grace of the Lord Jesus be with God's people. Amen (REVELATION 2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