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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21 No.15

 

 

 



 

 

■영화읽기

영화 " 히트 "영화를 무척 사랑했다. 고 3시절 괜히 나른하고 공부도 하기 싫을 때면 친한 친구들을 설득해서 자율학습도 빼먹고 영화관을 찾았다. 한참 정신적인 압박감에 쌓여있을 때 영화관은 우리의 최상의 휴식공간이요 삶의 안식처였다.

우리는 주로 액션영화를 관람했다. 말쑥한 남자 주인공이 적수를 한방 날릴 때면 우리를 귀찮게 하는 선생님을 상상하며 통괘해서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고, 어쩌다 주인공이 곤경에 처해 있을 때면 입시를 앞두고 시간에 쫓기며 사는 우리와 같은 입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극도의 긴장 상태로 몸을 움추리며 지켜보곤 했다. 앞치락 뒷치락 그렇게 서너 번의 감정이 교차하고 나면, 자랑스런 주인공은 마침내 승리를 하고 미소를 띠우며 영화의 막은 내린다.

매번 똑같은 스토리지만 우린 마지막의 그 통쾌함 때문에 다시 영화관을 찾게 된다. 어느새 대입시험은 끝나고 이제는 자율학습시간에 빠져나갔다고 혼내는 사람도, 수위아저씨 몰래 교문을 나서며 '걸리면 어쩌지'하는 긴장감도 없으니 맘껏 영화관을 드나들 수 있었다. 스릴과 통쾌함을 맛보기 위해 액션물을 고르던 예전의 모습에서 점점 여러 장르의 다양한 작품을 정신없이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영화중독증'은 커 나갔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내가 너무 극성이진 않나 싶어 믿음의 선배들을 찾아가면 그들은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어떤 선배들은 '영화는 절대금물'이라고 못을 박으며 말도 못 꺼내게 만들었고, 어떤 이는 '너 알아서 잘 가려서 적당히 보면 되지, 뭐 그런 걸 가지고 신경을 쓰냐'며 날 단순하게 만들었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여러 가지 견해의 책들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난 영화를 절제할 수 없었다. 영화는 나의 가장 큰 기쁨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이러면 안되는데'하는 생각이 깔려있었다. 그렇게 1년 반을 보낸 지금, 여러 계기와 기회들을 통하여 하나님을 만나게 되면서 나의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롬12:1)로 드리기로 다짐을 하였다. 이제는 그 어떤 것도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보다 기쁘지 못하고 그 어떤 만남도 하나님을 만나는 것보다 즐겁지 못하다. 이런 변화들로 난 자연스럽게 영화에서 등을 돌리게 되었고 어쩌다 영화를 보게 되어도 하나님의 시각으로 보고자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입추가 지난 지도 한참된 어느 따뜻한 오후에 「부질없는소리」에서 청탁받은 글을 써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 하나로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여러 군데를 살펴보다가 맨 처음 영화관을 찾았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액션물에 눈을 돌렸다.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Heat'

인간들의 몸부림. 그냥 나와버리고 싶었지만 원고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아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철없을 적에 보았다면 굉장히 통쾌해 했을 그런 내용이었다. 주연 배우들도 훌륭했다. 명실 상부한 당대 최고의 맞수로 알려진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 그리고 그들의 절친한 친구인 「라스트 모히칸」으로 이미 알려진 바 있는 마이클 만 감독. 예전 같았으면 다음 장면을 예견하며 가슴을 조이면서 스릴을 맛보았을 훌륭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왜 그리 가슴이 답답하게만 느껴지고 속이 꽉 막히던지… 안쓰러웠다. 돈을 얻고자 수많은 시간과 정력을 들여 애쓰는 두 주인공이, 또 그들을 보며 즐거워하는 관객들이, 그리고 진정한 기쁨인 하나님을 만나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기쁨을 얻으려고 하는 모든 인간들이. 「Heat」의 두 주인공은 형사와 범죄자의 관계이지만 그 둘은 그들의 분야에서는 제 1인자였다. 형사 한나(알 파치노)는 좀 과격하긴 하지만 그의 집요한 추적과 완벽한 수사를 따를 자가 없었고, 7년 동안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나온 갱스터 닐(로버트 드니로)은 강력계 형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최대의 갱으로 그의 치밀한 두뇌플레이와 빈틈없는 전략을 방해할 자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허무하다. 돈과 명예만을 좇아 살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좇아 사는가? 우리는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가? 우리는 누구를 위하여 사는가? 새로운 세기를 준비하는 이 시점에서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글 : 조민영 / Cn.N.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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