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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
몇 년 후 난 중학생이 되었고 또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그 교회를 떠나 다른 교회로 옮겼다. 고3이던 어느날 아침, 그 날은 좀 늦었던 바람에 우리 집 근처의 남학교로 등교하는 많은 남학생들 틈을 거슬러 학교를 가고 있었다. (평소엔 이 길은 가급적 이용하지 않았었다) 지나가던 남학생들을 무심코 스치던 내 시선이 어느 한 소년에게 돌아갔다. '어디서 많이 봤다'고 생각하던 찰라 그가 누구인지 생각이 났다. 예전 교회에서 보았던 소아마비 소년이었다. 여전히 옆엔 그의 남동생인지 형인지 모르는 이가 부축해 주고 있었는데 그는 키가 훌쩍 커 있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몸이 불편한 그 소년은 내가 예전에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시간의 화살이 그를 비껴 간 것임이 틀림없었다. 나도 이렇게 컸고 그의 형제도 저렇게 컸는데, 그는 그 옛날의 모습으로 그렇게 있었다. 그는 그 옛날의 모습으로 그렇게 있었다. 그에게 시간이란 그저 빳빳한 종이 달력에 불과했던 것이었을까? 그날은 하루종일 시무룩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섬에서 이사 온 그 애는 말이 별로 없었다. 집이 가까웠고 교회를 같이 다니면서 서로 친해졌다. 어벙할 정도로 순진하고 착하던 그 친구의 모습이 나의 뇌리에 꽉 박혀 있는데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우리가 서로 바빴을 때 그 친구는 변화를 겪었고, 대학교 입학 후 내가 만난 그 아이는 내가 이제까지 기억해 왔던 아이가 아니었다. 물론 착하긴 했지만 왠지 느낌이 달랐다. 그 애도 나를 보고 그렇게 느꼈을지 모를 일이다.
비쩍 마르고 키만 껑충하던, 나보다 더 말수 적고 수줍은 웃음을 잘 흘리던 꼬마 여자 아이가 이젠 균형 잡힌 몸매에 자신감 넘쳐 보이는 새내기 간호사로서 나보다 더 먼저 자신의 길을 박차고 나아간다. 이 세상 모든 부모님들이 즐거워하시는 것은 바로 그것일 게다. 자녀들이 오늘 내일이 다르게 성장하고 성숙하는 것을 보는 것 말이다. 내가 하나님을 나의 주 아버지라고 섬긴 것도 거의 청년기의 나이가
되어간다. 나는 나의 영적 나이에 맞게 잘 자라고 있는지 모르겠다. 혹시
주님께서 나를 바라보시는 눈길이 성장이 멈춘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가슴 아픈 심정이 아닐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지만 부모의 심정을 그
어느 효자가 헤아릴 수 있을까? 글 : 김은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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