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빛고을 기독 문화 잡지
The Voice 일꾼들

월간 프리즘 97년 5월호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기사 내용입니다.


에피소드 하나, 당돌한 편지 한 통

지난 설날을 며칠 앞두고 「프리즘」편집주로 얄팍한 우편물 하나가 들어왔다. "광주 지역에서 발행되는 「더 보이스(The Voice)」는 기독 시사문화 잡지인데, 우린 발행한 지 2년이나 됐으니 우리가 「프리즘」선배다. 「프리즘」이 라이벌에 대해 잘 알아야 할 것 같아 이렇게 보내드린다"는 당돌한 용건을 담은 편지가 잡지 「더 보이스」와 함께 들어 있었다. 「프리즘」만한 판형에 40여 쪽, 전면 흑백의 흘깃 보기에 정말 보잘 것 없는(?) 잡지 같지 않은 잡지였다. 심지어 제호 아래엔 '기독 문화 정론지'라고 당당하게 밝혀두고 있었다. "어쭈구리 정론지? 웬 라이벌? 참 웃기는 애들이군, 귀엽긴." 편집부의 짧은 촌평들이 이어졌다.

에피소드 둘, "장난이 아니네"

「더 보이스」3월호가 편집부 앞으로 두 번째 배달되었다. 「더 보이스」는 그때까지만 해도 편집부로 쏟아지는 각종 보도 협조 공문들과 갖가지 월간 소식지들 중 하나였다. 일상적으로 후루룩 훑어보며 예의상(?) '편집장의 글'을 읽고 있었다. 기사 내용은 "「복음과 상황」이 폐간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전후 상황이 궁금해서 뭔가 대책이 없을까 하고 서울에 올라왔다가 좋은 소식을 안고 내려왔다"는 요지였다.

"아니 장난이 아니네. 자기들 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잡지가 폐간된다고 흥분해서 광주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도대체 뭐 하는 애들이야?" 「더 보이스」취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더 보이스> 목소리의 주인공들. 세상과 교회를 향한 그들의 깊은 사랑만큼, 그들의 목소리는 비판적이다. 요즘 제일 걱정되는 게 뭐냐는 질문에, 편집장의 얼굴이 다소 심각하게 찌그러진다. 꼭 말해야 되느냐고 두 번 묻는다. 되돌아오는 대답이 싱겁고 귀엽다. "저... 사무실의 쥐예요" 그래서 모두 함께 웃었다.


발행인 하나님, 편집인 성령님, 독자는 예수님

빛고을을 찾은 날, 봄비는 추적추적 내렸지만 그곳에서 만난 무서운 젊은 아이들. 「더 보이스」사람들은 남쪽의 봄만큼이나 싱싱했다. 광주중부교회 지하 2층으로 터를 옮긴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더 보이스」사무실은 생각보다 깔끔했고, 막 4월호 작업에서 손을 턴 「더 보이스」사람들에겐 피곤이 묻어 있었다. "어제 철야 작업을 했거든요, 지금 다들 제정신이 아니에요." 젊다기보다는 어리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스물두 살의 편집장 황희상 씨(전남대 신문방송학과 3년, 광주중부교회)의 말에 다시 놀란다. 돈 받고 파는 잡지도 아니고 누가 언제까지 내야 한다고 닥달하는 것도 아닌데 단지 '잡지가 많이 늦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발행 날짜를 지키기 위해 철야까지 하는 이들, 거의 잡지쟁이들 수준이다. 철야까지 하는 걸 보니 할 건 다한다.

"저희 발행인은 하나님이시고, 편집인은 성령님이시죠, 그럼 독자는 누군지 아시겠죠? 바로 예수님입니다. 처음에 시사 문제와 문화를 성경적인 시각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발행했습니다. 저희는 말씀을 왜곡하고 있는 한국 교회의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 보이스」는 지금은 <Internet The Voice>를 전담하고 있는 김형석 씨와 김주원 씨, 전의석 씨에 의해 95년 6월 <부질없는소리>라는 이름으로 발행되기 시작했다. 그후에 지금의 편집장인 황희상 씨와 기자로 일하는 강정룡 씨(22세,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3년) 등이 함께 모이게 되었다. 황희상 씨는 광주중부교회 청년회에서 내는 <만나와 메추라기>를, 강정룡씨는 광주소망교회 청년회에서 내는 <하나님을 느낌>이란 월간지를 책임지고 있었는데, <부질없는소리>와 만나 세 교회지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이름을 「더 보이스」로 바꾸고, 교회 회지 수준에서 벗어나 공중을 향한 청년 크리스천의 목소리를 담아내게 된 것이다.

이렇게 김형석, 김주원, 전의석, 황희상, 강정룡 등 대여섯 명의 겁 없는 아이들이 「더 보이스」사람들이다. 또 「더 보이스」를 편집하고 그림을 그리는 문지희 씨(22세, 전남대 농업경제학과 3년)와 정선형 씨(22세, 전남대 시각디자인학과) 등이 더 있고, 올 봄 3명의 수습 기자들이 여기에 새 힘을 실을 예정이다.

이들에게는 비슷한 점이 많다. 대개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아직 학생이다. 스물을 갓 넘겼거나 아직 서른이 되지 않았다. 교회 청년회에서 회장이나 부회장을 맡고 있고, 청년회지를 남다르게 만들었던 경험들이 있다. 어려서부터 신앙 생활을 하고 캠퍼스 안에서 기독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그만두고 나와 지금은 「더 보이스」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 공통점들이 오늘의 「더 보이스」를 2년 넘게 발행해오고 있는 이들의 짧은 이력이다.

강정룡 기자, 글도 삽화도 사진도 그의 손 아래서는 자유롭다. 다른 「TheVoice」식구들처럼.



인터넷에서 베스트 사이트로 선정된 <인터넷 더 보이스>

「더 보이스」저널리즘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기사의 방향성이 '거침이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지금 그들의 관심사는 세상 돌아가는 모습과 교회의 현실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여기에 대한 그들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매섭다. 잡지의 내용과 문제 제기에는 젊은 크리스천 지식의 열정이 넘쳐난다. 물론 「더 보이스」의 '시각'은 매번 치열한 고민과 장시간의 격론 끝에 교정 과정을 거듭 거친다고 전의석 기자는 말한다.

"「더 보이스」가 내는 목소리를 '시대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서의 복음'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사화와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교회의 답변이 추상적이라면, 「더 보이스」는 문제를 직설적으로 지적하고 비판하며 대안을 찾는 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엔 CCM 이야기가 있고, 만화로 쉽게 푼 칼빈의 기독교 강요가 있고, 한국 교회의 성전 건축 문제가 있고, 인간 복제의 문제가 다루어지고 있다. 40여 쪽이 채 안 되는 「더 보이스」의 발행 부수는 700부, 비용은 30만원정도. 우편 요금(1년 5천원, 2년 1만원)만 받고 무가지로 배포되는 「더 보이스」는 주로 젊은 크리스천 대학생들의 인기와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철야까지 해서 만든 잡지를 인쇄해오는 데까지는 이틀 정도가 걸리지만, 제본되지 않는 상태로 오기 때문에 일단 인쇄만 된 잡지를 순서대로 회의용 탁자에 죽 늘어놓는다. 그래서 일일이 한 장씩 추려서 종이찍개로 찍어, 반으로 접었을 때 삐죽 나온 끝 부분을 칼로 반듯하게 배에내는 손작업을 한다. 가히 정성이다.

「더 보이스」안에 눈에 띄는 존재는 <Internet The Voice>팀 (줄여서 그들은 ITV라고 부른다). 김형석 팀장과 유일한 팀원 정선형씨, 두 사람으로 구성된 ITV는 인터넷 기독 사이버 스페이스 잡지로, 월간 「더 보이스」와 다른 기독 잡지들을 인터넷에 올리는 이른바 전자 잡지 팀. 하루 24시간을 키보드, 마우스와 함께 동거 동락하는 김형석 씨는 「더 보이스」의 시작부터 이 자리를 지켜온 맏형 같은 사람이다. 그의 역할은 한마디로 '인터넷을 통한 멀티미디어 선교'다. PC 통신 운영자 경력 7년에, PC 통신 천리안 사운드카드 클럽 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CCM 뮤직 비디오를 인터넷에 서비스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Internet The Voice>에 대한 반응은 해외 선교사님들로부터 제일 먼저 옵니다. 기사 서비스를 한 지 일주일도 안 되서 즉시 반응이 옵니다. 조회 횟수도 수천 회에 달하고요, 이래뵈도 저희 잡지가 다른 유력 시사 주간지들과 함께 '베스트 사이트'에 오르고 보니 어깨가 점점 무거워지더라구요."

<Internet The Voice>팀. 김형석 씨와 정선형 씨. 「더 보이스」의 오늘을 있게 한 맏형격인 김형석 씨는 컴퓨터에 관한 한 도사급이다.


번듯한 후원자, 무차별적인 봉사

「더 보이스」

교회 안에서 '효자손' 같은 역할을 하고 싶은 그들이라 여기저기서 얻어터지는 소리를 많이 듣기도 한다. 교회를 향해 입바른 소리를 하는 그들에게 점잖은 교회 사람들은 '이단'을 들먹이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특히 보수적인 어른들은 「더 보이스」발행 부수를 500부에서 700부로 늘리자 200명을 더 망치게 되었다고 호통을 쳤고, 인터넷에 잡지를 올리자 이젠 전세계인을 망치려 들셈이냐며 교회에서 추방(?)시켜야 된다고 매도했다.

이 겁 없는 청년들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황희상 편집장은 신앙으로 한평생을 살아온 달관한 선배처럼(?) 당돌하게 말한다. "무계획 입니다. 되는 대로 하는 거죠. 주님이 가라면 가고 서라면 서는 것이죠. 참으로 한탄스러운 것은 사역자들 대부분이 '가라'는 명령에는 잘 순종하면서도 '서라'는 명령에 대해선 순종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야단맞고 자꾸 막히면 울고 불고 난립니다. 그렇게 살지 않으려구요. 저희의 비전과 목표는 잠언 16장 3절에 분명하게 나와 있습니다.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너의 경영하는 것이 이루리라'."

무차별적인 자원 봉사만으로 이루어지는 「더 보이스」와 <Internet The Voice>의 생사 여부는 순전히 하나님 손에 달려 있는 셈이다. 번듯한 후원자는 오로지 그분뿐이다. 단 한 번도 재정적인 문제나 인간적인 문제로 어렵게 하신 적이 없는 하나님을 그들은 잘 알고 있고 또 지극히 사랑하고 사랑한다. 발행인의 결재만 떨어지면 돈이야 쏟아질테니 못 할 게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더 보이스」영문판, 중국어판 제작을 꿈꾸고 있는 게 아닌가.

주의 길을 곧게 하라고 광야 아닌 광주에서 외치고 있는 「더 보이스」와 인터넷을 통해 하나님을 전파하는 <Internet The Voice>에서는 젊음이 한껏 느껴진다. 젊은 만큼 이 사회와 교회를 향한 그들의 매운 소리가 쓰디 쓴 보약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젊다는 이유만으로 "행함이 없는 믿음"에 대한 하나님 말씀의 경고로부터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행동하는 산 믿음이 그들로부터 시작되길 당부해본다. 그리고 그들의 비판적 문제 제기들도 이 사회와 교회를 향한 깊은 사랑에서 시작된 것이길 기대해본다. 하나님이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사랑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광주「더 보이스」 연락처 : 062-572-9015)

젊은 편집장 황희상 씨. 젊어도 직함은 직함인지라 지면에서는 굵은 목소리를 낸다.

 

취재 : 이나경 기자 / 사진 : 문성호 자유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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