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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팡세

삶에 대한 사색

손정복상대방이 주로 쓰는 단어나 개념을 이용해서 말하는 것은 대화를 잘 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예를 들자면, 똑같이 '질서를 잘 지키자'는 내용을 이야기하면서도 어린이들에게는 '착한 어린이'라는 개념을 이용하고 대학생들에게는 '지성인'이라는 개념으로 호소하는 것이다. 이 같은 원리를 무시하고 내용을 전달했을 때, 오히려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주님은 항상 최고의 대화 상대이자, 의사 전달자이셨다. 듣는 사람들이 쓰던 사투리를 사용하신다든가, 천국에 대해 설명하시면서 농부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씨뿌리는 비유, 가라지의 비유 등을 이용하신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리고 십자가에서 두 팔을 벌려 죽으심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극적으로 알리신 것은, 모든 언어를 뛰어 넘는 표현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커뮤니케이션을 예로 들었지만, 성경 안에도 이같은 원리들이 곳곳에 널려있다.

글을 쓸 때, 특히 공공의 입에 오르내리는 글을 쓰다보면 객관성의 확보가 필수적이라 하겠다. 이때 만약 필자가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면, 글쓰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온전한 진리를 따르도록 권고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에 대해서 성경은 '사랑 안에서 진리를 말하라'는 원리를 제시해 준다. 참으로 간단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원리이다. 섬김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성경은 '오직 사랑 안에서 서로 종노릇하라'고 말한다. 예배나 모임의 형식에 대한 경우에서도 성경은 어김없이 사랑의 교훈을 이야기한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는 할례나 무할례가 효력이 없되 사랑으로 역사하는 믿음뿐이니라'. 이처럼 많은 부분에서 성경은 우리에게 영원한 진리와 풍성한 원칙들을 제시해 준다. 모두 다 우리가 그렇게 따르기만 하면 풍성한 삶을 얻게 되는 값진 원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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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사적 혹은 사회적인 변혁의 흐름 속에서 나는 과연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젊음의 시간에 지나친 안정(安定)은 오히려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오늘날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너무나 편한 환경과 좋은 것들에 둘러 싸여 진정한 자신의 일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알아서 떠먹여 주는 신앙 강좌도 너무 많고…. 찬양 콘서트와 수많은 집회들, 그러한 것들도 모두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의 표출들이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내 삶의 진로까지 도와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성경의 원리는 언제나 동일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상황은 항상 같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 이러한 원칙들을 내 삶에 적용할 것인가? 그래서 생각한 것은 역시 과거를 살펴보는 일이었다. 톨스토이, 비스마르크, 이승만, 안창호 등…. 그들의 업적과 삶의 방향이 각각 다를지라도 그들의 신앙 속에서 나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줄만한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도산 안창호(安昌浩:1878∼1938)선생이 내 관심을 끌었는데 그 이유는 단지 그가 나와 같은 78년생(?)이라는 것도 있지만 그의 생각과 사상이 성경적인 것이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가 평소에 강조한, '힘을 길러야 한다'는 말…. 명분과 형식을 중시했던 조선의 유교가 새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진정한 실력을 갖출 것'을 당부했던 그는 당시대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큰 도전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 힘의 근원을 바로 '인격'이라고 보았고 인격을 수양시키는 데에 독립운동 못지 않은 정열을 기울였다. 인격에서 우러나오는 힘과 실력. 그의 말을 오늘날 내가 이해하는 용어로 바꾼다면 '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 속에서 그 분의 성품을 닮고, 또한 나의 맡은 전문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정도가 될 것이다.

그의 말은 내 삶의 상태에 대해서 하나님의 은혜를 갈망하도록 촉구하는 말이었다. 우리의 삶에 대한 확신 ― 죄가 많고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우리들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사람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 이 우리의 능력이나 외적인 조건이 아니라 우리를 지명하여 부르신 하나님 때문이라는 것, 그러므로 우리가 어떠한 상황에 처하고 자신에 대해서 실망할지라도 결코 변치 않는 진리가 있으니 소망이 있다는 것….

하와이의 농장에서 사과 하나를 정성스럽게 따는 것이 곧 우리 나라의 독립을 위한 행동이라는 도산 선생의 말처럼, 나 역시 그러한 확신 가운데 오늘도 주어진 삶의 길을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손정복 / 광주벧엘교회 청년부, 본지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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